노현승 기자 기자 2012.04.03 11:26:50
[프라임경제] 하나금융그룹(086790)이 ‘하나금융 3.0 시대’를 개막했다. 하나금융은 이제 ‘김정태 회장-최흥식 사장-김종준 행장-윤용로 행장’의 새로운 편대를 갖추게 됐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 김승유 전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올 초 하나금융으로 편입된 외환은행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글로벌 톱 50 금융그룹’ 진입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김 회장은 행장 시절 김 전 회장, 김종열 사장과 함께 하나금융을 이끄는 ‘넘버 3’로 불리며 일찌감치 ‘포스트 김승유’ 후보로 꼽혀왔다. 하지만 김 회장은 자신을 가끔 ‘굴러온 돌’이라고 표현한다. 하나은행의 창립멤버이긴 하지만 서울은행과 신한은행을 거쳐 하나금융 호(號)에 탑승한 케이스이기 때문.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정태 회장의 모습. |
김 회장은 1952년생으로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고를 졸업했다. 이어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년 뒤인 1981년 서울은행에 입행해 금융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신한은행에 잠시 자리를 옮겼다가 1992년 하나은행의 창립 멤버로 참여해 은행장 자리까지 오르며 그룹 ‘넘버 3’로 자리 잡았다. 은행에서는 주로 가계금융을 총괄했고 하나대투증권 사장도 역임했다.
두루 자리를 옮겨 다니면서 금융 전반에 경력을 쌓은 셈인데, 이런 그의 이력이 외부인 생각을 더 키운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취임 후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 김 회장은 리더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리딩’보다 ‘헬퍼’ 그리고 ‘팔로어십’에 기반한 리더십을 표방하며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김 회장은 카리스마를 앞세우는 리더십 대신 ‘헬퍼’를 자처하며 조직원이 서로 돕고 협력하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김 회장은 “진짜 리더는 남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매력적인 사람이 돼 직원이 끌려오게 하는 사람 아니겠느냐”며 반문했다.
외환은행과의 화학적 결합이라는 과제를 맡게 된 김 회장은 스스로를 ‘마무리 투수’라고 규정한다.
그는 “일단 친해져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게 되면 PMI(인수 후 통합작업) 필요성 얘기가 절로 나오게 돼 있다”며 “제 전공은 친화력이다. 마무리 투수로 제법 괜찮을 것이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김정태 회장이 평소 ‘펀 경영’을 추진하면서 행원들과 격의 없이 지낸 점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한 조직을 이끌고 가기에는 ‘친화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친화력과 영업력 외에도 냉철한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김 회장은 이 부분에 대해 “KB금융은 소매금융, 우리금융은 기업금융, 신한지주는 포트폴리오 구성에 강점이 있다”면서 “하나금융은 글로벌 전략으로 치고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런 체력 기르기 염원 때문일까. 그는 해 보고 싶은 것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근 수영도 시작했지만 보디빌딩을 해 식스팩(복근)을 키우고 싶다”며 말해 좌중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 넣기도 했다.
아울러 “퇴임 때까지 아들과 함께 악기 한 가지를 배워 퇴임식에서 아들과 함께 연주를 하고 싶다”고도 답하는 등 기존 경영자와 차별화된 일면을 보였다.
그가 팔로어십을 강조하는 판에 박힌 경영자가 될지, 혹은 하나금융그룹의 하모니를 살리고 식스팩을 선물할 지휘자로 남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