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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사장학] 왜 ‘깡통 미팅’이란 이름이 붙었느냐면…

[제10강] 두뇌활용과 창의력③

허달 코치 기자  2012.04.03 0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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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앞에서는 두뇌활용과 개인 창의력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다.

기업에서 승-승의 각본 하에 추구하는 두 번째의 창의력은 집단창의력인데, 이는 창의적 구성원으로 조직화된 팀이 팀원 간에 완벽한 시너지를 형성함으로써, 구성원 개개인의 창의력을 혼융(混融)하는 과정에서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켜, 마침내 제3의 대안을 창출하는 케이스이다. 

‘캔 미팅(can meeting)’이라는 방법도 대단히 유효한 방법인데, 경영학 교과서에 많이 소개되는 GE의 ‘타운
   
 
미팅’ 등과 궤(軌)를 같이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보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투박한 맛이 있는, 어떻게 보면 물고기 잡기 위해 도랑을 막고 푸는 방법이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캔 미팅’의 ‘can’은 ‘깡통’이라는 뜻이라고도 하고 ‘할 수 있다’라는 뜻의 영어 말 ‘can’이라고도 하고 그 해석이 분분하다. 최종현 회장은 ‘can’이란 그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므로 SK에서 말하는 캔 미팅도 회의에 참석한 사람이 외부의 어떠한 방해로부터도 보호 받아 회의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캔 미팅이라고 칭하였다고 정의(定義)를 내렸다. 그 연원(淵源)이야 어쨌든, 캔 미팅은 이제 SK의 경영도구 중 하나로 정착되었으며 SKMS 교본에서는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캔 미팅이란 ‘조직 구성원들이 가능한 일상의 업무 활동으로부터 독립된 장소에서, 수시로, 정해진 경영과제에 대하여, 격의 없이 자유롭게 논의하는 회합’이다.

SK아카데미를 떠난지 여러 해 뒤, 객원 강사로 초빙을 받아 SK의 부장들을 모아 놓고 워커힐에 새로 지은 아카데미아연수원 건물에서 워크숍 할 때의 일이다. Supex 추구와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이야기 하다가, 문득 의심이 들어 그들에게 질문해 보았다.

“여러분들 Supex 추구 하면서 캔 미팅 하지요?”

“예.”

“한 가지 Supex 추구 과제를 가지고 평균 몇 차례 캔 미팅을 거쳐야 목표가 달성되고 Supex 추구가 완료되던가요?”

“… …”

“다섯 번 이상 해본 사람?”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그럼 세 번 이상 해본 사람?”

묵묵부답.

“그렇다면 Supex 추구를 위해 Can Meeting을 하는 것이 아니군요?”

역시 침묵.
 
캔 미팅이라는 도구가 처음 도입될 때는 그러했었다.

소주 캔 미팅, 그런 표현이 공공연하게 회자(膾炙)되는 분위기였었다. 일반적인 경영 회의에서 하기 어려운 상사나 회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소주 파티의 스트레스 조절용 감압밸브(減壓Pressure Relief Valve) 같은 역할. 불만 완화 목적에 주로 활용되는 도구라고 인식되어 있었다.

그러던 것이 Supex 추구가 본격화 되고 모든 Supex 추구 회합이 캔 미팅이 되면서부터 인식이 달라졌었다. 캔 미팅이 모든 구성원이 평등하게 참여하여 시너지, 즉 집단창의력을 창출해내는 효과적 경영 도구로 발전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의 설명을 듣고 보니, 캔 미팅이 최초의 용도, 즉 불만 수위가 높아지면 사용하는 감압밸브의 용도로 다시 되돌아가, 제자리걸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부쩍 드는 것이었다.

그러면 Supex 추구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 물어보니, 굳이 캔 미팅의 형식을 빌리지 않고 통상(通常)의 회의 방식을 따른다는 것이었다.

“통상의 회의 방식이라.”

필자는 한번 곱씹어 보았다.

통상의 경영 활동, 기업을 제대로 경영하기 위하여 어느 것이든 최선을 다하여야 하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굳이 ‘Supex 추구’다 ‘캔 미팅이 어떻다’ 호들갑 떨지 말고, 통상의 회의 통해서 통상의 결과를 극대화 시켜 내실을 쌓아나가자. 혹 그런 생각이 경영층의 머릿속을 지배하게 된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그것은 통상의 경영법일 뿐 '최종현 사장학'을 이어 받은 것은 아니지.”

필자는 다소 불만스러운 마음이 되어 혼잣말을 뇌까렸다.

그러나 자연에 편만한 원칙인 시너지 법칙이 어째서 유독 인간들 사이에서 만은 잘 발휘되지 않아, 통상경영법의 회의에서는 안 되고, 캔 미팅인지 뭔지 도입을 해야만 비로소 작동하는가를 설명하지 않는다면, 지금 하는 방식을 마음 놓고 불평할 수 없을 것이다.

졸저(拙著) 코칭 서적,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에 실린 이와 같은 문제를 살펴보았던 예(例)가 있으므로 이를 다음 회에 인용하여 캔 미팅의 의의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기로 하겠다.

[다음 회엔 ‘두뇌활용과 창의력④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