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하나금융그룹(086790)이 연일 뉴스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행장으로서 하나은행을 이끌었던 김정태 신임 회장이 ‘포스트 김승유 시대’의 번영 신화를 집필할 주인공으로 등장한 데다, 그룹의 명실상부한 주력인 하나은행 역시 김종준 신임 행장을 맞아 분위기를 다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화기애애한 상황에서 이들 ‘높으신 분들’이 쏟아내는 표현들이 심상치 않습니다.
김 회장은 얼마 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헬퍼가 되겠다”고 강조했지만, 그런 한편 하나금융에는 리더십에 따르는 문화가 부족하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내놨습니다. 김 회장은 “아무리 방향이 잘 잡혀도 조직원들이 힘을 합치지 못하면 별로”라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리더십을 강조하던데, 나는 우리 직원들에게 팔로십을 더 강조한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생각하는 헬퍼나 리더십의 개념과 김정태식 헬퍼론 간 차이점으로 묘하게 갈리는 부분이었는데요. 더욱이 김 회장은 “누군가 리더가 될 수 있고 팔로어도 될 수 있다. 우리는 팔로십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해, 그룹이 M&A로 막 성장하는 단계이니 당분간 팔로잉에 더 무게를 둬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도 읽힙니다. 잘못하면 ‘만세 돌격(밀리터리 매니아들은 닥치고 돌격, 닥돌이라고 부릅니다)’하라는 다그침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2일에는 김종준 행장이 4월 하나은행 조례사를 통해 지금은 조준-준비-발사의 시대가 아니라 준비-발사-조준의 시대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김 행장의 이러한 발언은 영업 ‘현장’을 강조하고 탁상공론에 시간을 뺏기지 말자는 좋은 뜻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쇼킹한 발사 후 조준 발언에, “경쟁은행과의 구조적인 수익의 격차는 주로 기반예금의 규모에서 발생하고 있다.
수신부문의 근간이 되는 LCF규모가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이상 저금리 시대에서 수익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당부나 “큰 거래를 좇지 말고 수익이 날 거래를 생각하라”는 당부까지 겹치면, 행원들은 혼란할 것 같습니다.
즉, 하나은행이 그간 수신고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고생을 해 온 상황은 모두 아는 바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저렇게 말들이 쏟아져 나오면 영업 대전을 뛰자는 데 방점을 찍자는 것인지, 머리를 써 가면서 하는 데 주안점을 두라는 것인지 살짝 혼란할 것 같습니다. 에이, 설마, ‘둘 다 잘 하자’는 당부라구요?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 하면, 둘 다 잘 하려면 그야말로 똑똑한 영업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사정에서 쏘고 다음에 조준하자는 논리를 부하들에게 제시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기 때문입니다. 융단폭격(내지 융단포격: 일정한 면적을 촘촘히 타격해 모두 파괴하자는 물량 공세. Carpet Bombing)을 하자는 상황이라면 혹시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불리한 사정을 극복 단초를 연지도(외환은행 인수) 얼마 안 된 사정에서 그렇게 나서기엔 여력이 충분치 않겠지요. 한 발 한 발이 아쉬운, 원 샷 원 킬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발사 후 조준은 절대 나올 수 없는 표현이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런 ‘김종준식 독려’가 ‘김정태식 리더십’과 겹쳐지면, 어떻게 될지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물론 기우일 가능성이 상당하겠으나, 하나은행이 그간 독특한 장점으로 키워온 토론 문화마저 잠시 접고 팔로십을 강조하고, 쏘고 조준하자는 문화까지 퍼지고, 위에서는 똑똑한 영업마저 강조한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혹시, 혹시 영업을 정신없이 하면서도 나중에 실속 하나 없는 일 했다는 비판에 시달리지나 않을까 더욱이 그러다 보면 시키는 대로 하는 데에만 익숙해지는 영업 기계들로 복지부동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잖아도 금융권에서는 김정태 회장과 김종준 행장을 ‘영업통’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략 전문가로 보긴 어렵다는 뉘앙스의 평가가 깔려 있는 평가로도 받아들여집니다. 이런 두 수장이 이끌고 있는 하나금융-하나은행 라인, 그리고 그런 사정에서 나온 일련의 발언들이 얼마나 치열한 영업대전 바람을 일으킬지, 그 파장은 어떨지 우려되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그렇잖아도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나금융이) 통합과정에서 시너지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비용관리가 관건”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무조건 나가자, 싸우자를 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가 나게끔, 그 어느 때보다 ‘열린 토론 문화’와 ‘조준과 관측에 공을 들이는’ 정신이 을지로에 필요할 때라는 생각입니다. ‘닥돌’과 융단폭격과 무서운 실적 효율성 타박의 결합은 정녕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