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번에 서울에서 열렸던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했던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국빈 만찬 자리에서 거수경례를 한 일화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빈 만찬 중에 건배 제의를 하며 “1990년대 후반 인도네시아가 아주 어려웠을 때 한국 기업은 끝까지 우리와 함께 했고 그 덕분에 오늘의 인도네시아가 가능했다. 한국인과 한국 기업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한 뒤 손을 들어 거수경례를 했다는 것인데, 고위 관계자가 그런 모습은 처음 봐서 놀랍고 찡한 마음도 들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한 게 널리 알려진 것이다.
여기서 1990년대 후반 어려웠을 때란, 우리도 익히 알고 있고 우리 경제도 상당한 고난을 감수해야 했던 동남아발 금융위기와 한국의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IMF) 신청 상황을 말한다.
당시 태국 등에서 시작된 위기는 이후 서구 금융투기세력의 기획에 의한 아시아에 대한 약탈적 금융 공격이라는 의혹을 받았으며 ‘양털깎기’라고까지 묘사되기도 했다.
당시 많은 한국 기업, 금융기관들이 해외에서 철수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아마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몇몇 기업이 보여준 호의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 모양이다. 그 인도네시아가 오늘날 살아남아 ‘자원 부국’이라는 이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계 실물경제 침체의 돌파구가 되어줄 시장으로 ‘불감청고소원’ 눈독을 들이던 나라인데, 그 수장이 한국에 대한 고마움 운운하며 거수 경례를 했으니 만찬에 참석했던 우리 당국자들이 얼마나 놀랍고 기꺼웠을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전달이 될 것이다. ‘자원 외교’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했을 법 하다.
그런 한편, 자원 외교에 관련한 뉴스 한 토막이 동시에 전해진 일요일(4월1일)이었다. 이번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봄, 정부는 주지하다시피 에너지 자원외교에 올인 했다.
대한민국의 차세대 먹거리를 만들어 내려면,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제3세계 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따라 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와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고용노동부 소속 노무관을 파견키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자리만큼 어디선가는 책상이 빠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명 T.O. 불변의 법칙이다.
그런데 당시 청와대와 외교통상부가 검토해 미국 등의 노무관을 없애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배정된 노무관 자리는 하지만 당시에도 지금도 절대적으로 중요한 자리다. 한미 FTA에서 노동 관련 이슈를 다뤄야 하는 막중한 창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계 부처의 읍소에도 이를 굳이 없애는 무리수를 두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자원 외교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재량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뿐만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자원 외교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또다른 중요한 짐을 지는 자리를 없애 놨다가 이 자리가 슬그머니 부활한 계기를 ‘위인설관’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최종석 전 행정관이 ‘민간인 사찰 은폐’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던 와중에 갑자기 없어졌던 워싱턴 주재 노무관 자리가 부활됐고, 거기에 최씨가 발령을 받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