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행사에는 갖가지 농산물과 파전 막걸리 등 다양한 옛 먹거리가 보기 좋게 줄지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이곳 인기몰이는 일명 ‘출장 롯데리아’ 차지였습니다. 사진 속 줄 선 사람들을 좀 보세요. 학생들과 아이들을 타깃으로 삼은 마케팅 일환으로 매장 장비들을 천막 안으로 옮겨 흡사 일반 매장과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고, 아마 대성공을 거둔 듯 보였습니다.
다들 즐거워하는 잔치 자리여서 까다롭게 토 달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왠지 뭔가 어색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출장 롯데리아’가 심기를 살짝 불편하게 했음에도 개의치 않을 수 있었던 건 알찬 행사 때문이었죠. 그렇고 그런 문화행사와는 다른, 그야말로 알이 꽉 찬 행사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완연한 봄을 맞아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다양한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있을텐데요, 이런 때 뜬금없이 작년에 했던 백제문화제를 새삼 떠올리는 건, 백제문화제에 버금가는 내실 있는 문화행사가 많이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백제문화제는 ‘1400년 전 대백제의 부활’이라는 슬로건 아래 충남 공주시 부여군 금강둔치를 주 무대로 시작돼 장장 9일간 진행됐습니다.
먼저 행사의 ‘제전’ 부문에서는, 백제 6대왕과 삼충신 등 백제 선열들의 호국충정을 기리는 제전 봉행이 시행됐습니다. 백제역사문화를 상징하는 어가, 군사, 문화를 주제로 1400여명이 참석하는 로드퍼포먼스가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또 서기 538년 백제성왕의 사비천도 행렬을 재현하고 정도를 하늘에 알리는 제례 봉행 연출인 백제성왕사비천도, 대백제군의 훈련무, 진법훈련, 출정퍼포먼스 등으로 대백제군의 기상을 표현한 대백제군 열무식 순으로 행렬이 진행됐죠.
백제문화제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0호로 벼농사지대의 전형적인 농촌 부여읍 용정리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대대로 행해진 ‘용정리 호상놀이’를 비롯해 농부들이 김을 매면서 피로를 잊고 능률을 올리기 위해 부른 ‘산유화가’, 충청남도 부여군 은산면 은산리 마을 별신당에서 열리는 제사인 은산별신제 등의 공연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체험으로 백제페이스페인팅체험, 백제문양 캐리커쳐 체험, 백제문화제 발굴체험 등이 있어 백제 토기·와당 체험, 백제 8문양 탁본체험 현장 등을 운영,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체험 교육 효과도 선사했죠.
행사장 중간에 위치한 역사전시관 안에는 3D 영상관도 별도로 설치돼 3D영상을 통해 2010세계대백제전의 주요 장면과 백제금동대향로를 상시 볼 수 있도록 했고요, 이 역사전시관에서 한눈에 백제 역사를 엿볼 수 있도록 해뒀습니다.
행사장인 구드레 광장 바로 앞에는 다리길이 265m의 백마강 부교, 금강 살리기 사업 준공 기념 작품, 승마 체험장, 황포돛배체험 등 또 다른 재미를 줬습니다.
역사 체험은 물론 다양한 민속 먹거리, 민속공연까지 볼 수 있어, 보고 느끼고 깨닫는 3박자를 갖춘 문화제였습니다.
올해 58회를 맞는 이 행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가을에 열리게 되는데요, 행사장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출장 롯데리아’가 올해 또 ‘먹거리 인기’를 독차지 하든 어쩌든 간에, 백제문화제와 같은 짜임새 있는 문화행사가 많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