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근래 인문학 분야에서 최고의 도서로 문화재청장을 역임한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를 꼽는다. 책은 최근 300만 부를 판매를 돌파하며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로 기록된 바 있다.
300만부라는 판매부수는 극히 열악한 국내 독서시장에서 실로 대단한 기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처음 출간된 1993년 이후 문화재 답사 열풍을 일으키는 등 숱한 화제를 낳으며 일찌감치 밀리언셀러 자리를 예약했다.
본문 중 등장한 가장 대표적인 문구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부분이다. 원문은 정조 때 문장가인 유한준에서 비롯됐다 하는데 출처가 어찌 되었든 이 아름다운 문장을 품에 안고 많은 이들이 답사여행에 올랐을 것이다.
아는 만큼만 보이는 것이 비단 눈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흥미롭게도 우리의 입맛 역시 본인이 아는 만큼만 느낀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오감을 통해 획득한 정보가 뇌에 저장되고 뇌가 저장한 정보의 깊이나 넓이만큼만 우리는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와인의 미묘하고 섬세한 맛의 차이까지 구별해내는 소믈리에는 우리와 다른 특별한 미각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소믈리에의 미각 자체는 보통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소믈리에가 우리와 확연히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와인과 관련된 특별한 뇌, 즉 와인에 대한 지식이다. 그것은 포도의 품종과 산지와 생산기술에 대한 방대한 지식, 덧붙여 와인의 맛과 향취를 설명하기 위한 풍부한 언어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다면 아무리 와인을 좋아하고 자주 마신다 해도 각 와인의 미세한 특성과 차이까지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각이 단순한 냄새나 촉감 또는 시각 등의 요소뿐만 아니라 우리가 축적한 지식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니 대단히 흥미로운 결과다.
이 연구결과는 우리가 무언가 제대로 느끼고 바라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또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경제 전반에 대한 공부, 경기순환에 대한 공부 그리고 업종에 대한 철저하고 끊임없는 공부가 제대로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종목을 구걸하지 말고 스스로 종목을 발굴해야만 한다. 어떤 종목이 좋다더라 하는 증권가 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스스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 전문가로부터 어떤 종목을 추천 받았다 해도 스스로 그 종목의 장단점을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투자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과 손익은 결국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의 세계에서도 스스로 아는 만큼만 볼 수 있다.
현대증권 이홍규 광산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