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겨레신문·국민일보 등 여러 언론사에서 기자로 일했던 소설가 김훈은 선거 때면 나오는 ‘서민 타령’을 지극히 혐오했고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왜 시장에서 생선을 주무르거나 쓰레기 하치장을 뒤지며 서민임을 강조하느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서민 생활의 애환을 몸소 체험하는 자체가 무용하다는 소리가 아니라, 서민 소리를 하며 실상은 자기 욕구(의원직이나 대통령 자리)를 상스럽게 표출하는 행보를 발랄한 권위 깨부수기로 덧칠하지 말라는 당부로 읽힌다.
실제로 손수레를 끌면서 환경미화원들의 노고를 몸소 체험하고, 지역구 주민들을 위한 낮은 자세의 봉사를 경험하고 일선 미화원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여러 번 만드는 정치인도 있다.
새누리당 이인기 의원은 지역구인 경북 고령·성주·칠곡 지역에서 2005년·2009년·2011년 세 차례 ‘미화원 하루 체험’을 하며 쓰레기를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끌었다. 처음엔 일회성 이벤트로 생각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으나 몇 차례 시간을 할애해 궂은 일을 하고, 환경미화원들과 점심을 같이 하면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도 해 이제는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는 없는 듯 하다.
“내가 손수레 좀 알지”라고 무용담 삼아 이야기하거나, ‘미화원 손수레를 끌 듯 지역구를 견인하는 일꾼’ 컨셉트로 정치적 화젯거리를 삼을 수도 있을 텐데, 그런 ‘활용’ 기색을 보인 일도 별반 없다. 자신이 쓰레기 손수레를 끄는 이유는 하심(아래를 향하는 겸허한 마음가짐을 말하는 불교 용어)을 얻기 위해서라는 이 의원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는 까닭이다.
19대 총선의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29일, 손수레 때문에 SNS 세상이 시끄러웠다. 부상 사상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가 손수레 이벤트를 하면서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했기 때문인데 여론이 별로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는 그가 전세금을 빼 청년층 평균 벌이로도 선거를 완주할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던 당초 공약을 깬 여파 뿐만 아니라, 손수레에 올라타고 운동원인 듯한 청년이 손수레가 넘어질까 밑에서 잡고 있는 모습이 별반 좋아보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풀이해 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