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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수성 리더십, 펀경영+"나를 따르라"

김정태 회장의 '하나', 전임자와 다를듯…윤용로 행장·SK 협력이 관건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3.28 15: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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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포스트 김승유 시대'의 하나금융그룹(086790)의 밑그림 윤곽이 차츰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김정태 신임 회장이 강한 리더십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러한 김 회장의 발언은 전임 회장이 오랜 CEO 생활을 한 데다, 단자사에서 은행으로 승격되고 또 다른 은행들을 인수해 하나금융그룹으로까지 발전한 역사의 도상에 늘 전임 회장이 있어 '하나금융그룹=김승유號'라는 세간의 인식이 뿌리깊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김 회장 발언 들을 종합해 해석하면, 단순히 전임자 색깔 지우기라기 보다는 하나은행 더 나아가 하나금융의 문화를 일정 부분 바꾸자는 소신 구상의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 회장은 28일 기자들을 만나 여러 질문에 답변들을 내놨다.

김 회장은 "김승유 회장의 빈자리가 느껴지는지? 어떤 식으로 (빈 자리를 메워갈지 비전을 얘기해 달라"는 질문에 "회장님이 방향을 잘 잡아놨기 때문에 우리는 그 길로 가기만 하면 될 것 같다. 밑그림이 잘 그려져 있다"면서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특히 국제금융시장 적극적 진출)과 오픈니스(열린 문화)는 평소 회장님의 철학이었다"면서 포스트 김승유 시대에도 이러한 궤를 기본적으로는 이어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전 회장 언급 때마다 "회장님은…", 하지만 '김승유=王회장'은 아냐

김 회장은 전임 회장을 언급할 때마다 "회장님은", "회장님의" 등 회장님이라는 존칭을 써가며 마치 현직에 있을 때와 같은 존경심을 표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을 김승유호로, 김 전 회장을 현대의 고 정주영 회장과 같은 왕회장으로 인정하고 과거의 패턴대로 관리하는 역할에만 머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 역시 분명해 보인다.

   
하나금융그룹, 이제는 창업에서 수성이다. 삽을 들고 하나를 발전시켜 온 인물이 전임 김승유 회장(사진 상단)이었다면, 펀경영 등으로 대변되는 신임 김정태 회장(사진 하단)의 시대는 여러 모로 다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 화합과 조직 굳히기, 능력 발휘 지도 등을 김 회장이 잘 처리해 낼지 주목된다.
김 회장은 "회장님이 (여러 기틀을 만들어 놓으셨기 떄문에 2015년 글로벌 탑 50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은행장도 오래했는데(김 회장은 하나은행의 행장으로서 대과없이 조직을 이끌다 이번에 회장이 됐다) 회장의 리더십은 뭔가 다른게 있는지?"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말하길 회장님은 카리스마가 있는데 나는 없다고들 하더라"고 답했다.

이런 차이점 때문에라도 당장 수장이 바뀐다고 전임자 색채 빼기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김 회장 스스로도 알고 있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김 회장은 "리드라는 것은 제일 중요한 게 방향을 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환은행(004940)과의 화학적 결합, 즉 5년 독립 경영 기간 중 협력과 시너지 효과 내기 및 5년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도 "PMI(인수 후 합병, 혹은 그 과정을 콘트롤하는 경영 기법)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려분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이 서로가 친해져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알고 이해하고 교감하면 나중에 어느 정도 다 해결된다"며 부드러운 일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몇 차례의 인수와 합병 과정에서 진두지휘를 해 온 '창업기의 김승유 스타일'과 오늘날과 미래를 잇고 준비해야 하는 '김정태 스타일'이 달라야 한다는 고민 끝에 나온 발언으로도 읽히는 한편, 평소 김 회장이 '펀(FUN) 경영'을 강조해 온 인물이라는 주위 전언과도 겹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창업과 수성의 시기에 김 회장이 때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일단 많은 족적을 남긴 의미있는 하나人인 전임 회장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자기 색깔을 유지하면서 성과를 내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 친화력 강조했지만, 따라달라 주문 만만찮을 것

하지만 김 회장이 마냥 하나은행을 이끌던 행장 시절처럼 하나금융 전체를 아우르는 회장으로서도 지휘할 것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김 회장은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조직 수장은 헬퍼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팔로십을 강조해 눈길을 끈다. 김 회장은 "방향을 잡는 게 리더의 제일 중요한 덕목인데, 지금은 다 잡혀 있다. 그래서 쉽겠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조직을 거버넌스 경영(각 조직 부분들이 알아서 노를 젓고 수장은 콘트롤만 잘 하도록 하자는 경영 논리, 혹은 행정학 이론)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다음에 나온 그의 발언을 보면, 적어도 앞으로의 하나금융이 거버넌스 경영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은 "각자 부서원들이 힘을 합쳐서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내가) 헬퍼가 되야 한다. 이게 리더십"이라면서도 "아무리 방향이 잘 잡혀도 조직원들이 힘을 합치지 못하면 별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리더십을 강조하던데, 나는 우리 직원들에게 팔로십을 더 강조한다"고 말했다. 헬퍼의 뉘앙스 해석이 보통 생각하는 개념과 김정태식 헬퍼론간 차이점으로 묘하게 갈리는 부분이다. 김 회장은 "누군가 리더가 될 수 있고 팔로워도 될 수 있다. 리드의 방향이 잘 잡아지면 아래 사람들은 반 박자 앞서서 생각하면 된다. 그럼 조직이 살아난다. 우리는 팔로십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하나은행, 더 나아가 하나금융이 열린 조직, 상하 격의 없는 토론 문화 등의 특색이 있다는 점과 겹쳐 보면 앞으로 조직이 본격적으로 수성기에 들어설 기간만(하나+외환의 틀을 완전히 해 금융그룹 3강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기간)이라도 신임 회장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회장은 "나는 우리 조직이 앞으로 팔로십이 더 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리더는 남을 끌고 간다라고 생각하는데 그 자신이 메인축이 돼서 직원들이 끌려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문제, '윤용로 행장' 다루기가 관건

하지만 이런 구상을 하고 있는 김 회장의 앞날이 꼭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일단 여러 난제가 남아 있다. 농협이 금융지주사를 출범, 앞으로 민간은행이 주축이 돼 커 온 금융그룹들에게 강력한 도전 상대로 나올 상황이며, 각론으로 보면 ING생명 인수 문제 등 개별적 M&A 이슈도 있다.

무엇보다 금융과 통신간 컨버전스를 내세우며 출범한 하나SK카드의 경우, 외환카드와 시너지 효과를 내는 문제 때문에 SK측 지분의 문제 등 여러 대화 필요성이 남아 있다.

관료 출신인 윤용로 행장이 김 회장 시대의 성장 견인차로 많은 노력을 해 줄 것으로도 기대되지만, 녹록한 상대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김 회장은 28일 "우리가 리테일 쪽에서 더 강화시킬 수 있는것은 외환은행의 좋은 상품들이 있다. 유학보험, 해외이주 등(이 그것)"이라고 말했고 "(저쪽의 좋은 건) 하나은행에 가져오고, 하나은행에도 좋은 상품들이 있다. 그것을 외환으로 가져가서 판매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일단 외환과의 시너지 효과 문제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이런 총론 외에 개별적 진행을 하면서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매트릭스 체제를 운영해 온 하나금융측 특성상 외환을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대화 필요성은 더 크다.

매트릭스와 관련, 김 회장은 "매트릭스 조직이 약간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 아래 entity는 그대로 간다"고 말했지만, 지주에 매트릭스를 할 수 있는 개인(하나은행, 캐피탈, 보험, 카드, 저축은행)과 기업금융쪽 운영이 갈라

질 구상을 시사했다. 김 회장은 개인금융 강세를 하나에 기본적으로 주고, "기업은 외환은행이 맡을 것"이라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장 외환, 하나를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가 친해지는데 지주가 역할을 할 수 있기 않을까 생각한다"는 구상이지만, 외환은행이 5년간 독립적인 운영이 보장된 기간 중에 하나은행의 각 지점, 영업조직 등과 일방적으로는 밀리지 않는 대등한, '선의의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이는 중이라 이런 구상에 브레이크가 걸릴 여지가 있다.

28일 김 회장 발언에 앞서 외환은행을 새롭게 이끌게 된 윤 행장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15일)에서 여러 의미심장한 발언들을 내놨다. 윤 행장은 "외환은행 지점은 출장소 포함 356개 정도 되고 있고, 점포가 론스타에 있는 동안에 35개 정도가 늘었다. 적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점포 늘린 것은 하나금융과 협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복 점포 정리 문제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지점 증설 문제에 대해 세부적으로 하나측과 많은 대결을 할 뜻임을 내비쳤다.

윤 행장은 "하나금융은 충청 지역이 강하고, 저희는 영남지역이 강하다. 울산이나 여러 공단이 강하다. 전반적으로 수도권도 그렇게 강한 게 아니고, 공단 지역은 하나 외환 공히 약하다. (통합되는 경우에 남는) 점포를 어떻게 만들 건가는 서로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큰 그림 하에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40여개 점포가 하나은행에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5년 후 경쟁 다음엔 구조조정을 할 거냐 통합을 할 거냐는 질문에 대해 "5년 독립경영 후엔 경쟁 후에 구조조정 원칙은 없고,  다만, 서로 어떻게 상생할 건가를 보면서 한다"고 말했다. 즉 "서로 가다 보면 우열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니 전반적 차원에서 생각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례로, 외환은행이 기업금융이 강하다고 하지만 직원수나 조직(지점) 숫자 등을 볼 때 상당한 외환은행의 부분은 가계금융(개인금융)에 투입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 매트릭스의 효율적 운영 등에서 김 회장이 그리는 틀을 따라가는 문제의 추진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 회장이 직면한 여러 난제, 즉 윤 행장과의 협력과 적절한 지휘, 그리고 SK측과의 대화와 열의·협력 이끌어 내기 등은 김 회장 본인이 '거물 김승유의 그림자를 벗어나는' 여행길인 동시에, 하나금융 매트릭스 체제가 한국의 은행사에서 단명하지 않고 발전을 거듭해 나갈 수 있는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맥락에서 김 회장의 앞날과 경영 성적은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