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돈봉투 사건으로 국회의장실 압수수색을 당하고 급기야는 의장이 사퇴하는,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같은 사건으로 대통령 수석비서관 역시 물러나고 검찰에 소환되었다. 외국 다이아몬드 광산개발 건으로 관련 외교부 공무원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프로 축구에 이어 프로배구, 야구 선수들도 불법 도박 브로커와 짜고 승부를 조작했다가 적발되었다.
못 하는 사람이 바보지. 이런 현상을 보면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이다. 어차피 그들은 현실과 타협한 기성세대이고, 돈을 목적으로 운동하는 프로선수들이라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젊은이들은 어떨까? 토익업계 1위인 해커스교육그룹이 조직적으로 시험문제를 빼낸 혐의로 기소되었다. 돈 10억을 벌 수 있다면 몇 년이라도 감옥에 갈 수 있다고 대답한 학생들이 상당수라는 조사 결과도 보도되어 우리를 경악하게 했다.
이 땅에서만 그런가? 미국에 사는 한인들도 마찬가지다. 한인 학생들은 답을 베껴 쓰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하루는 커닝하는 학생의 부모를 학교로 불렸다. 엄마는 아이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선물은 내밀며 눈감아 주기를 요구했다. 미국에서 우리나라 엄마들은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분류될 지경이다.(조세핀 킴 지음: ‘우리아이 자존감의 비밀’)
한국에서 시행되는 토익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의 대표가 지적한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 ‘한국 학생들은 토익 시험을 암기해서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도덕적 불감증을 지적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에서는 영어실력보다는 얼마나 족집게 식으로 강의를 받았는지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는 기형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조선일보) 성과지상주의로 인한 뒤틀린 현상을 말하고 있다.
잘잘못을 분간하지 못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부정을 저질러도 괜찮다고 믿고 있다. 돈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뭐든지 해도 좋다. 위아래가 없고, 가지고 덜 가지고가 따로 없다. 기회가 닿는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든다. 이런 현상이 갑자기 나타난 것인가, 아니면 이전부터 있어 왔던 것인가? 더 심해졌는가, 아니면 좋아지고 있는 건가? 옛날보다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다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 문제가 되고, 알려지지 않았던 것도 알려지면서 더 크게 보인다는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사회 전반에 퍼진 부패와 도덕적 불감증을 잘 다스리지 못 하면 선진국 진입은 공염불이 된다. 설사 운 좋게 넘어서더라도 우리를 기다리는 건 천박한 부자라는 손가락질뿐이다. 그래서는 오래 갈 수 없다.
우린 그간 ‘잘 살아보자’는 일념으로 앞만 보고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왜만한 잘못은 용납되었다. 해야 할 더 중요한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 정도의 부도 이루었다. 한 숨 돌릴 만큼은 됐지만, 미래가 녹녹하지 않다. 지금보다 더 각박해질 게 분명하다. 경쟁 또한 더 치열해질 것이다.
우리나라가 오늘에 이르는 과정에는 많은 상처와 아픔이 있었다. 잠시 정신없이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걸어온 내 발자국을 되돌아보자. 호흡을 가다듬고 내 뒷모습은 어떤지 한번쯤 살펴보자. ‘넘어지고 뒤처진’ 이웃의 숨소리와 고통을 느껴보자. 그들의 처진 어깨를 보듬고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자. 어떻게든 남을 딛고 올라서는 성공이 아니라 함께 두 손을 번쩍 쳐드는 성공을 생각할 때가 되었다.
우헌기 ACC 파트너스 대표코치 / (전)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 / (전) 택산상역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