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실세’와 ‘새 얼굴’의 맞대결이 심상치 않다. 4·11 총선에서 서울 은평을은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은평을에서 내리 4선을 한 새누리당 이재오 후보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입’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가 ‘정권심판’으로 맞붙은 이유에서다.
4·11 총선 서울 은평을에서 맞붙는 새누리당 이재오 후보(좌)와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우). |
전반적으로 서울 강북 지역은 ‘여권’이 강세라는 점과 은평을은 이 후보가 수년간 공을 들인 지역구라는 점에서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 하지만 여론조사는 의외다.
◆박빙 승부 예고
3월26일 매일경제와 MBN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가 천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살짝 앞섰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30.8%, 천 후보는 27.0%로 3.8%p 격차를 보였다.
앞서 지난 20일 발표된 여론조사(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후보가 37.3%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천 후보의 지지율은 32.8%로 집계, 4.5%p 격차를 보였다.
연령대별 지지율은 20~40대에서는 천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섰지만 50대 이상에선 이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앞섰다. 호감도 조사에서 ‘호감있다’라는 응답은 이 후보가 46.1%, 천 후보가 43.1%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당초 이 후보가 여유 있게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하루하루 지날수록 천 후보가 바짝 따라붙어 초접전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것.
이 후보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서 말했다시피 은평을은 지금까지 이 후보에게 유리한 지역구였음에 틀림없다.
이곳에서 내리 4선에 성공했고, 이명박 정권에서는 MB의 오른팔로 불리며 ‘실세 중의 실세’ 자리를 지켰다. 또 선거기간이 아니더라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민심을 듣는 서민적 행보는 지역주민들에게 인정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후보가 18대 총선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패하고 재보선으로 다시 은평을에 들어왔다는 점과 정권 말기 주민들의 ‘정권에 대한 불신’은 변수로 꼽힌다.
여기에 ‘새 얼굴’ 천 후보는 야권후보단일화를 이룬 인물로 ‘정권심판론’을 띄우고 있어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게 정계 안팎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 후보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2010년 7월 재보선에서 그랬듯이 특권과 기득권을 배제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보좌관도 동행하지 않는 ‘나홀로 유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실제 이 후보는 매일 오전 5시30분부터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돌거나 봉사활동을 하며 선거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천 후보는 공격적이면서도 서민적인 유세를 펼치고 있다. 이 후보가 그동안 지역구를 부지런히 돌아다닌 것은 맞지만 이는 표를 관리한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천 후보는 “얼굴만 비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과 직접 대화하고 그들의 애환을 가슴으로 듣는 소통형 유세를 적극 펼치겠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 역시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에 부응하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당찬 포부다.
◆관전포인트…정권 수장의 대리인 대결
은평을 지역구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점은 또 있다. 두 후보가 각각 이명박 대통령, 故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현 정부와, 과거 전부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사실.
천 후보가 ‘정권심판’을 들고 나온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현 정권의 업적과 실정에 따른 심판이라는 대결 구도가 명확히 그려지고 있는 것과 관련, 국민들이 원하는 ‘정권심판’ ‘정권교체’를 놓고 봤을 때 야권의 당선 가능성이 아예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선거 구도가 새누리-민주통합이 아닌, 여야 대결로 갔을 경우 천 후보의 지지율이 이 후보를 근소하게나마 0.1%p 앞선다는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 한다.
이 후보가 싫어서가 아니라 내리 4선을 했으니 “이제는 바꿔야 할 때”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은평에도 새로운 얼굴과 새로운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 찾아왔다는 것.
반면, 40년 이상 은평에서 살아온 ‘은평 토박이’ 이 후보는 수십년 자전거로 지역을 누빈 덕에 젊은 층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MB정권’에 대한 반감은 있지만 이 후보에 대한 믿음은 여전하다는 게 지역 분위기다.
결국 선거의 승패는 막판 ‘민심의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