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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사장학] 출근할 땐 몸뿐 아니라 머리까지 가져오길…

[제8강] 두뇌활용과 창의력ⓛ

허달 코치 기자  2012.03.27 08: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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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SK의 주력기업 중 하나의 CEO를 여러 임기 맡았던 필자의 친구가 하나 있다.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에는 유공의 입사동기로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그 친구는 엔지니어링부문, 나는 석유화학사업부문에서 제법 잘 나가는 유망주라고 남들이 평가하는 말을 들었었다.

그렇던 그는, 내가 SK그룹의 경영직에서 32년의 근속을 마치고 은퇴한 뒤에도 10년이나 더 근무하여, 무려 40년 이상을 기업에 기여하다 떠남으로써 성공한 전문경영인의 심볼이 되었다. 본인은 별로 달갑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지만, 매스컴의 조명을 받아 신문에 인터뷰 기사가 대서특필로 실리기도 하고 또 성공한 기업인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라는 요청을 받아 강연도 했던 기록이 있다. 그 인터뷰 내지 강연의 요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내용들이 들어있다.

‘부하에게 절대로 답을 주지 말라’는 자신의 일에 대한 철학을 지킨 것이 그 첫째 비결이었다는 것이다.

본인의 말을 빌리면, 자신은 학교 다닐 적에 공부는 좀 하는 편이었지만 몸이 약하고 병치레를 자주했는데, 그런데도 또 놀기는 좋아해서 짧은 시간에 공부를 마치는 요령을 여러 가지로 개발했었다고 한다. 그 버릇을 직장에까지 끌고 왔었다는 것인데, 성향이 그러한지라 직장에서 만나는 친구들도 모두 끼리끼리 놀기 좋아하는 부류와 어울리게 되었다.

회사 일은 제대로 해야 하겠고, 놀기 위한 시간은 절대로 빼앗기기 싫고,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결국 부하 활용법인데, 바로 ‘절대로 사전(事前)에 답을 주지 않는’ 업무 지시 방식이 되었다.

   
 
즉, 부하들에게 일을 맡길 때는 성취하여야 하는 목표만을 제시하고 그 달성 방법은 일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부하가 궁리 끝에 제 나름대로 방법을 고안하여 가지고 와서 ‘어찌 하오리까’를 묻는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그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절대로 잘난 체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 뻔히 실패할 것이 보이는 방법을 해답이라고 가져오면 그 실패 가능성을 지적하고 다른 방법은 없겠는가 묻는다. 이렇게 한 두어 번 정답을 가르쳐 주고 싶어 입이 달싹거리는 것을 눌러두고 참으면, 80~90% 정도는 정답에 가까운 방법을 찾아오게 되는데, 그때 ‘그럼 자네 방법대로 해보게’ 하고 일을 통째로 맡겨준다는 것이다.

시간을 두고 이 방법을 사용해 보았더니, 상사인 자신을 위해서는 잡다한 업무에 빼앗기는 시간을 덜어주어 놀 시간을 확보해 주는 효과를 얻게 되고, 부하에게는 자기 책임 하에 스스로의 능력을 발휘하는 기회를 부여하게 되어, 80% 방법으로 목표 120%를 달성해 오게 할 뿐 아니라, 그 능력을 신장시키고 성공체험을 하도록 도와주는 결과가 되므로, 일거양득을 넘어 ‘삼사 득(得)’이 되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코칭 관련 서적을 한 권 건네주며 그 방법이 바로 이 책에 적힌 코칭적 업무 리더십이라고 일러주자, ‘그러면 그렇지, 틀림없이 그런 방법을 누군가 이론적 뒷받침을 가지고 개발했을 것’이라고 하면서, 어쨌든 자신은 게으른 자신, 놀기 좋아하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 방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써왔다고 주장하여 함께 파안대소하였다.

또 부하들에게 자주 하는 말로, ‘회사 출근할 때 몸만 오지 말고, 머리까지 좀 가지고 오라’고 우스개 섞어 지적하곤 했다는데, 이 말은 최종현 회장의 두뇌활용(Brain Engagement) 지론(持論)을 표현만 유머러스하게 바꾼 것이었으니, SKMS 본연의 일에 대한 철학을 십분 숙지하고 있었던 결과였다.

두뇌활용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 창의력인데, 기업과 구성원이 창의력을 공동추구 가치로 파악할 때 얻어지는 승-승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최근 TV 프로 중에 발명 아이디어 옥션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전국의 발명광(?)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 특허 등을 경매장에 들고 나와 프레젠테이션 하도록 장(場)을 열어 주고, 사업 아이디어를 찾는 기업, 또는 투자자(Angel) 컨소시엄 등이 이를 평가하여, 현장 경매 방식에 의한 경쟁 입찰로 발명가와 사업자, 양자를 맺어주는 재미있으면서 유익한 프로였다.

프로를 보면서 느꼈던 바지만, 아마추어 발명가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시기적으로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거나, 국내 시장여건이 불투명하여 안타깝게도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는데, 만일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충분한 자금력, 국내시장뿐 아니라 세계 여러 시장에 영향력을 가진 대기업 구성원들이 창안 발굴한 기업 내(內) 창업 아이디어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많은 경우,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력과 네트워크, 시장에 대한 영향력, 사업화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시간 및 자원의 융통성 등이 뒷받침 되어, 투자와 상업화 시기를 잘 조정함으로써 성공하는 상품/사업으로 개발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기업은 구성원이 발휘한 창의력을 다음 단계까지 더 추구하여 이를 상품화 (commercialization) 함으로써, 그 본연의 이윤극대화 목표, 영구히 존속 발전하려는 이기적 기업 (Selfish Enterprise) 목표를 추구하게 된다.

한편, 구성원들은 두뇌활용을 통하여 얻어지는 창의력을 자신이 속한 기업에 제공하여, 그 창의력이 한낱 아이디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가치를 발현하는 상품으로 실현되는 성공체험을 얻음으로써, 자신의 성취동기를 만족시키고 스스로의 역량 역시 다음 단계 수준으로 점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기업과 동료, 상하 구성원들로부터 적정한 보상과 존중, 인정을 확보 하게 됨은 물론이다.

이것이, 나누어 줄지 않는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여 한 방향으로 정렬됨에 따라, 기업과 구성원 간에 구성되는 승-승 시나리오이다.

[다음 회에는 ‘두뇌활용과 창의력②’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