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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무시하는 '섀도 보팅' 기업 관행 '여전'

34개 코스닥 관리종목 중 60% 이상 신청

정금철 기자 기자  2012.03.26 13: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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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해도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코스닥기업 상당수가 주주총회에서 '섀도 보팅(shadow voting·중립 투표)'을 신청해 주주의 참여 권리 침해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사장 김경동)에 따르면 이달 현재까지 경영 악화 등의 사유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코스닥기업은 34개사로, 이 가운데 61.7%에 달하는 21개사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섀도 보팅을 신청했다.

이는 3월 주주총회 일정을 가진 12월 결산법인 전체 코스닥기업 991곳 중 39.25%인 389곳이 섀도 보팅을 신청한 것과 비교할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며 지난해 32개 관리종목 중 62.5%인 20개 종목이 섀도 보팅을 신청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섀도 보팅은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 정족수에 포함한 후 총회에 참석해 투표한 주식 비율을 의안 결의에 적용하는 것으로, 정족수 미달에 따른 주주총회 무산 방지를 위한 일종의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다.

다만 이 제도는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정족수 확보를 용이하게 하는 만큼 의안을 뜻대로 가결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돼 대주주의 지배력만 강화한다는 지적이 계속 따르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예탁원이 주총 전 신청 기업에 한해 예탁된 주식의 의결권을 빌려줘 주된 비판의 대상이 됐었지만 사실상 주주총회 전 개별 회사의 신청서류를 일일이 심사하는 것은 힘들다는 게 예탁원의 입장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안건 통과를 위해 섀도 보팅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를 따돌리는 기업들이 있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신청서류를 하나씩 파악해 업체에 개별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정족수 확보와 소액주주 경영권 참여를 모두 보장할 수 있는 전자투표시스템(K-evote)이 2010년 8월 도입됐지만 현재까지도 홍보 부족으로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인사문제를 예로 들며 섀도 보팅의 존속 필요성을 주장하는 업계의 입장도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다.

코스닥업체 한 관계자는 "상법에 따르면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감사 및 감사위원 인사와 관련해서는 3%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이 부분에선 의결정족수를 채우기가 사실상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주총회에서는 감사 선임과 관련한 문제가 주요 의결사항으로 부각되는 게 당연한데 마땅한 대응책이 없을 때는 섀도 보팅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서로 다른 입장을 뒤로 하고 각계는 금융당국과 정부의 일관된 정책에 따라 얽힌 이해관계를 청산할 것이라는 데까지는 입장을 모았지만 현재 법제화는 별 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섀도 보팅과 전자투표를 병행하는 법안이 보완책으로 마련돼 국회에 상정됐지만, 2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2010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조문환 의원은 섀도 보팅을 시행하는 상장사에 전자투표를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한편 이번 조사는 코스닥 12월 결산법인 991곳 중 11곳을 제외한 980개사를 집계한 것으로 외국법인인 노드디지탈, 차이나하오란리사이클링, 이스트아시아스포츠인터내셔널리미티드, 웨이포트, 성융광전투자, 완리인터내셔널홀딩스가 빠졌다.

또 국내업체 중 에피밸리와 아인스엔앰엔는 상폐 관련, 미성포리테크는 회생절차개시결정, 시노펙스그린테크는 사노펙스와의 합병, 사람인에이치알은 상장전 정기주주총회 개최완료 등의 사유로 주주총회를 개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