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인 이수근 박광호 조충훈 이은'.(순천시장)
4.11 국회의원 총선과 순천시장 보궐선거 후보 등록자들이다. 이 가운데 으레 출마할 것으로 점쳐졌던 낯익은 후보가 눈씻고 찾아봐도 빠져있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주인공은 구희승 변호사(49.사진).
구 변호사가 올 4.11 총선후보에서 이름을 빼 그 연유에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구 변호사는 순천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와 사법시험 '양과'를 패스한 소문난 '순천의 수재'.
구 변호사는 '잘 나가던' 판사직을 던지고 창조당 문국현씨를 밀며 정계 입문했으나, 문씨가 민주당과의 대선 단일화를 거부하자 정범구씨(현 의원) 등과 함께 탈당했다. 이후 2008년 4.9 제18대 국회의원 총선에 나섰으나 동갑내기 서갑원 당시 의원에 밀려 꿈을 접었다.
당시 그는 패인에 대해 "선거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정당공천제에서 시민들에게 직접 평가 받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알았다"며 냉엄한 현실정치의 벽을 토로했었다.
구 변호사는 절치부심 끝에 2010년 6.2지방선거에 순천시장 출마 카드를 꺼냈다. 행시출신 (1급) 공무원으로 과천에서 15년간 농림부와 산자부 등을 고루 지낸 행정경험을 고향에 봉사하겠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내 경선 여론조사에 뒤져 본선에도 나가지 못하고 또 다시 분루를 삼켰다.
이후 구 변호사는 '박연차 뇌물비리'에 연루된 서갑원 의원이 낙마한뒤 예기치 않게 치러진 지난해 4.27 보궐선거에 또 다시 출마해야 하는 운명에 맞딱뜨린다.
구 변호사는 '무공천'을 통한 야권연대의 부당성을 호소했으나, 야권연합을 밀어부친 민주당 지도부의 결정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으나 3위에 그쳤다.
당시 당 지도부는 김선동 민노당 후보를 야권후보로 밀자, 조순용 구희승 허상만 허신행 김경재 박상철 후보가 동반탈당했으나 표가 분산돼 전멸했다.
구 변호사는 이 때가 사실상 처음으로 선거포스터에 얼굴을 알린 첫 선거였던 셈. 조직도 세도 없이 '일당백'으로 선거를 치러 15.8%의 득표율로 3위로 낙선했다.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았으나, 주변에서는 "구변(具辯)이 돈을 안푼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실제로 구 변호사는 기골이 장대한 거구임에도 선거기간 발품을 가장 많이 판 후보로 평판이 나 있다. 또한 판사 시절 선관위원장을 겸임한 적이 있어 '돈 안쓰는' 선거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이 즈음부터 '구희승'이 알려지기 시작해 급기야 올 4.11 총선과 순천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양쪽에 후보로 거론됐다.
구희승을 견제하는 시장후보 쪽에서는 국회와 시장을 번갈아 출마해 '국-시-국-시' 후보라며 소문을 내고 국회 쪽으로 떠밀었다.
국회의원 후보들은 스펙이 좋은 구희승이 안착하게 되면, 고지 탈환이 어렵다고 보고 시장쪽 출마를 종용했다는 후문이다.
구 변호사가 몇번 출마하면서 인지도를 끌어올려 그와 가까운 사람들은 "가만 있는 사람을 안달복달한다"고 볼멘소리다.
구 변호사의 한 측근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론조사를 해봤더니 양쪽 모두 15~20% 정도 엇비슷하게 나왔다"고 전했다. 어정쩡한 지지도가 나와 선뜻 결심을 굳히지 못했다.
구 변호사를 일컬어 '기본 15%'라는 말이 나돈다. 시장이든 국회의원 선거든 간에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는 후보라는 것이다.
구 변호사가 이번 총선에는 불출마했지만, 2016년 총선때는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는 시각에는 대체로 일치한다.
순천 신대지구 아파트 입주가 올 10월에 시작되고, 오천지구도 2014년부터 입주가 시작되면 30만 돌파가 예상된다.
다만, 양과 패스자 외에 고향에서 법률가로서의 활동 외에는 뚜렷한 족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를 갸우뚱하며 미심쩍어하는 부류도 있다.
자신을 '50줄'이라고 밝힌 구 변호사의 고교 친구 허모씨(시청 근무)는 "(구)희승이는 학교다닐때 공부도 잘했지만, 농구도 잘했으며 밴드부에서 드럼을 치는 등 리더쉽과 동료애가 탁월했다"며 "서울대 다닐때부터 장차 대통령을 꿈꾸며 경상도 출신 아내를 맞이하는 넓은 포용력이 있어 언제가 국회의원에 출마하면 잘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변호사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위로부터 많은 출마권유를 받았지만 선거 준비가 덜돼 출마하기 어려웠다"며 "작년 4.27 보선때 민주당을 탈당했으므로 복당이 허용되는 1년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