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미 FTA 격전지’. 4·11 총선 지역구 서울 강남을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과거 한미 FTA 전도사로 불리며 협상을 주도했던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대표적인 한미 FTA 반대론자로 폐지론을 내세우고 있는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이 금배지를 걸고 맞붙은 이유에서다.
4·11 총선 승부처로 분류된 서울 강남을에서 한미 FTA 찬반론자로 맞붙게 된 민주통합당 정동영(좌) 후보와 새누리당 김종훈(우) 후보. |
한미 FTA에 대한 견해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맞붙은 만큼 선거 과정에서 한미 FTA에 대한 두 후보의 기싸움이 팽팽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강남을 지역구는 한미 FTA를 지지하는 층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김 후보에 대한 우세가 점쳐지지만 강남권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큰 지역이기 때문에 모두의 표를 받기 위해서는 적잖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한미 FTA 설전 계속될 듯…
이에 따라 김 후보는 공천 발표 직후 유권자들이 한미 FTA에 대해 정확히 알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후보는 자신의 텃밭 전주 덕진 지역을 포기하고 강남을 지역구에 공천됐다. 워낙 여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라 정 후보 입장에서는 불모지에 도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정 후보는 강남을 지역구에 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한민국 중산층에게 보편적 복지의 가치와 복지국가를 위한 부자증세의 필요성을 말하고, 이를 응원해줄 젊음과 교육·노동의 개선을 말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두 후보의 한미 FTA에 대한 설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날이 선 대립과 맞받아치기는 발언이 있을 때마다 화제가 됐었다.
지난해 10월 정 후보는 “대한민국 국익을 대변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미국의 파견관인지, ‘이완용’인지 알 수 없다” “한국인의 영혼이 없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김 후보는 “내가 이완용이라면 한미 FTA를 지지하고 찬성하는 국민들도 똑같은 이완용이거나 이완용의 지지자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런가 하면 정 후보는 또 김 후보에게 “한미 FTA는 한국의 헌법체계와 사법주권을 미국에 바친 것이라고 홍준표 의원이 4년 전에 말했다”며 견해를 물었다.
김 후보도 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틀렸다고 본다”면서 도리어 정 후보에게 “정부에 계실 때 제가 협상할 때 많은 도움을 주셨다. 늦었지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역공했다.
◆아직은 새누리 지지세 강해
그런가 하면 강남을 지역구가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만큼 초반 판세는 김 후보에게 기울어진 모양새다.
지난달 여론조사(문화일보-리서치앤리서치)에서 김 후보의 지지율은 41.4%, 정 후보는 31.0%로 김 후보가 10.4%p 격차로 정 후보를 따돌렸다.
또 다른 여론조사(국민일보-GH코리아)에서도 김 후보가 49.3% 지지율을 기록, 30.6%의 정 후보를 18.7% 앞섰다.
이달 들여 두 후보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김 후보가 정 후보를 앞선다. 지난 19일 여론조사(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결과를 보면 김 후보의 지지율이 39.2%로 30.5%의 정 후보보다 8.7%p 앞섰다.
인지도는 정 후보가 앞섰지만 호감도에서는 김 후보가 앞섰고, 정 후보는 20대(41.2%)와 30대(44.2%)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하지만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29.8%로 14.9%의 민주통합당보다 2배 높았다.
두 후보가 한미 FTA 찬반론자인만큼 한미 FTA에 대한 지역민의 생각도 이번 선거 결과를 가늠하는데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유권자의 55.1%는 찬성한다고 답했고, 26.3%는 발효를 정지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무조건 폐기해야 한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23일 SBS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김 후보가 40.5%, 정 후보가 30.0% 지지율을 얻어 10.5%p 격차를 보였다.
◆구룡마을 표심 자극 해야…
서두에서 말했다시피 강남을 지역구는 다른 강남 지역구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빈부격차가 크고 서민층과 빈민층까지 어우러져 있다는 특징이 있다. 두 후보는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실제 18대 총선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의 경우를 보면 비교적 소득이 높은 대치동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율이 높았지만,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이 포함된 개포4동에서는 민주통합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구룡마을 주민의 경우 지난해 겨우 주민등록이 허가되면서 처음으로 투표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의 공영개발 정책에 따라 지난해 5월 1200여 가구 2300여 주민에게 강남구 주민등록증이 발급되면서 정식으로 강남구민이 된 것.
이에 따라 처음으로 선거에 임하는 구룡마을 주민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아직까지는 정 후보에게 민심이 기운 것이 사실이다.
정 후보는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부터 구룡마을을 찾았고, 주민들이 주민등록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등 마을이 어려울 때마다 자원봉사자들을 보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현재 구룡마을 주민들은 자원봉사라도 나서 정 후보를 돕거나 그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두 후보는 현재 부지런히 지역구를 돌며 민심잡기에 노력하고 있다. 비교적 인지도가 적은 김 후보는 처음 해보는 유세활동이 어색하지만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정 후보는 선거 베테랑답게 지역민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인사를 건네는 부드러운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4․11 총선 승부처로 분류된 강남을 지역구에서 한미 FTA를 찬성하고 반대하는 김 후보와 정 후보의 ‘혈전’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