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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퇴직연금 전문가 “행복한 노후? 가치관 정립이 우선”

[인터뷰] 미래에셋證 퇴직연금硏 손성동 실장 “호주에서 배워야”

이정하 기자 기자  2012.03.23 15: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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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인생설계는 가치관 정립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시선에 따라 정해진 ‘보통의 사람’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가지는 일이 중요하죠. 무가치야말로 가장 큰 리스크입니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에서 손성동 실장이 기자에게 장수에 따른 사회적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프라임경제)
지난 21일 오후, 습기를 머금은 봄바람을 맞은 후 여의도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에서 만난 손성동 실장은 드라마 속 실장님처럼 정장차림의 단정한 모습이었다.

퇴직 후 훈장이 되고 싶다는 손 실장은 퇴직과 그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 생활에서 가치관의 변화가 따라야 한다고 인터뷰 내내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권 공포마케팅 희망의 메시지로 변해야”

2005년 12월 퇴직연금제도 시작과 동시에 출발한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는 국내 최초의 퇴직연금 관련 연구소로 매달 ‘은퇴의 연금’이라는 책자를 발간하고 있다. 손 실장은 설립 이듬해 둥지를 틀고 6년째 퇴직연구소에 몸을 담고 있는 전문가지만 이날 인터뷰에서는 구체적인 금융 설계에 대한 조언보다는 인식이나 마인드의 변화를 강조했다.

“인류의 오랜 숙원인 장수가 공포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잔치를 벌여야 할 판인데, 두려움에 떨고 있죠. 그 원은은 바로 ‘준비가 덜 됐기 때문’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장수는 공포일뿐이죠.”

무엇보다 그는 금융사의 ‘공포마케팅’이 경계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손 실장이 설명한 공포마케팅이란 인간의 공포 심리를 이용해 대안 없이 공포심을 주입,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해 해당자의 이익을 빼앗는데 이용된다. 공갈 협박범 등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금융사에서 이 마케팅을 이용 고객을 이익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사실이다. 이러한 팩트를 이해시키는 것은 투자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지만 공포심을 안겨주게 되면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는 이에 대한 경계를 지적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손 실장은 금융권이 이제 공포마케팅에서 벗어나 희망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이만큼 준비하면 나중에 그만큼의 안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다라는 방식으로, 대안 제시를 통한 희망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아파트에 살죠? 무슨 돈으로?”

부모 세대들이 퇴직 이후의 삶을 꿈꿀 수 없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자녀 문제 때문이다. 자녀는 기쁨의 대상이 아닌 리스크로 남게 된 것이다. 자녀가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시대 가장 큰 문제는 교육비다. 또한 자녀 세대의 경우 결혼과 동시에 신혼집을 마련하느라 ‘하우스 푸어(House Poor)’로 전락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두 가지 문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과연 정답은 있을까?

그는 질문을 한 기자에게 반문했다. “왜 하우스 푸어가 돼야 하죠? 아파트에 꼭 살아야 하나요?”

이어 그는 선문에 대한 답으로 가치관 정립 문제를 언급했다.

“남의 눈치를 보느라 형편도 안 되는데 굳이 번듯한 집을 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남의 눈에 의해 살게 되면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부모의 도움을 받아 집을 장만한 경우라면 상관이 없지만 대출을 통한 돈이라면 이 차이는 영원을 메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스타트의 차이죠.”

특히 부모의 책임이 중요하다는 부연도 빠지지 않았다.
 
“자녀 교육비 등의 경우도 부모의 모범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이 아이를 키워주는 건 아니죠. 부모의 열정 있는 모습이 아이들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는 걸 의심해 본 적도 없고 또 사회가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손 실장의 주장은 공부만 할 줄 아는 똑똑한 아이보다는 사회에 어울릴 수 있는 사회인을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한 자녀 운동으로 소황제로 자라난 아이들로 인해 보이지 않는 큰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도 비슷하고요. 이러한 교육은 중세 유럽 교육과도 비슷한 점이 있죠. 중세 유럽의 과외식 교육은 사회를 병폐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몽테뉴 등을 소개하며 노후 준비를 위해 자녀교육 방법을 고쳐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교육학자는 아니지만 두 자녀의 아버지인 그의 이야기는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

부모의 가치관 변화와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 정립 등 모든 문제는 내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그의 설명은 현재 재무적 상황을 단기간에 변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우선 생각이 변해야 한다는 가장 당연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정답으로 귀결됐다.

◆“일본과 우리는 달라…호주를 배워야”

준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변화하고, 얼마나 달라진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손 실장에게 외국의 사례에 대해 물어봤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일본을 능가하고 있으며 전 세계 1위입니다. 그리고 일본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도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많죠. 그러나 우리는 일본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도 1996년 하시모토 수상이 주축이 돼 일본의 금융 시스템 전반을 개혁하겠다는 이른바 ‘일본판 빅뱅’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일본 특유의 국민성 때문인지 크게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빠른 의사결정이 신자유주의 시대에 적절히 부합되면서 금융개혁은 성공적이었다.

“우선 우리는 IMF를 겪으면서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서구화가 이미 진행됐고, 일본과 달리 내수비중에 비해 절대적으로 수출비중이 앞서는 만큼 경기 침체를 오랫동안 겪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에 비해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일찍부터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이미 구축한 영향이 크다. 높은 소비 성향도 우리나라와 일본이 다른 길을 가게 되리라는 예언과 부합된다. 그는 이머징 마켓 등의 소비가 급속도로 줄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급격한 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덧붙여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어려움을 겪진 않겠지만 국민들이 보다 안전하고 안락한 노후를 맞으려면 호주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며 호주의 연금제도를 예로 들었다.

“호주 인구는 약 2000만명이지만 자본시장 규모는 전 세계 5위 안에 듭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 12위, 인구는 2배가 넘는 5000만명이지만 자본시장 규모는 앞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해답은 호주 연금제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손 실장은 호주의 경우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주퇴직연금의 성공신화'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사진-프라임경제)
손 실장이 설명한 호주의 연금제도는 이미 1990년대 초반에 의무화됐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전체 인구의 90%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중도에 해지할 경우 세제상 패널티가 매우 커 금전적으로 큰 손실을 보게 된다. 또한 해지 절차도 무척 까다롭고 퇴직연금 자본의 60% 정도는 자본시장으로 유입된다. 이 부분이 호주 자본 시장의 성공 키워드라는 것이다.

퇴직연금의 신화와도 같은 곳이 호주라며 호주의 연금제도를 극찬한 그는 호주의 자본시장에 대한 더 큰 포부도 설명했다.

“그들은 이제 ‘아시아의 금융 허브’를 꿈꾸고 있습니다. 막대한 자본력이 결집되는 곳을 바로 자신의 땅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죠. 호주 축구 예선이 왜 아시아로 분류되는지 아세요? 바로 ‘우리도 넓게는 아시아다’는 동질감을 심어주고자 하는 그들의 고도의 계산에서죠”

우리나라의 경우 고용노동부는 지난 7일 연봉제를 채택한 기업에 한해 계속 근무하는 근로자가 퇴직금을 중간에 정산할 수 없게 했다. 오는 7월16일부터 연봉제와 호봉제를 포함해 모든 기업에서 퇴직금 중간정산이 허용되는 경우는 주택 구입, 전세자금 필요, 6개월 이상 요양, 파산 등의 사유로 제한된다.

그는 이를 더 엄격하게 시행해야 한다며 퇴직금 중간 정산 금지에 대해 찬성의 뜻을 표했다. 또한 자신의 상황과 처지에 맞게 DC형과 DB형을 선택할 것을 주문했다.

◆나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는?

“20~30대는 벌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고수익 위험 상품군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자금은 안정적 자금과 비안정적 자금으로 나눠 안정적 자금은 단기에 받을 수 있는 저이율의 안정형으로, 비안정적 상품은 퇴직금처럼 장기 목표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손 실장은 연금 전문가답게 두 자녀가 태어날 때부터 대학 등록금을 위해 적립식펀드를 들었다고 말했다. 10만~20만원의 소액이지만 꾸준히 넣으면 대학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도 있고, 장기간 가입에 따른 이자도 얻을 수 있는 등 다양한 불안에서부터 벗어나는 길이라고 젊은 세대들에게 조언했다.

이와 함께 라이프 이벤트를 고려해 5년 후, 10년 후 목표를 세워 저축이나 투자로 목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역설하며 퇴직 붐에 휘둘리는 베이비 부머 세대에게는 퇴직금을 일시에 받을 경우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쉽지 않은 만큼 전문투자자의 도움을 받으라고 권했다. 즉시연금 등의 상품에 가입, 소유권을 이전하면 안정적인 노후를 맞을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최근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월지급식 상품의 원금 손실 지적에 대해 그는 교과서적이지만 명쾌하고 간결한 답변을 내놨다.

“월지급식 상품의 원금 손실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놀라운 일은 아니죠. 투자상품의 원금 손실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투자자들은 자신이 가입한 상품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죠.”

이렇듯 투자 손실을 두려워하는 투자자들에게 손 실장이 소개한 상품은 원금이 보장되는 보험이다.

“장밋빛 인생만을 꿈꾸고 있다면 원금 손실 시 분노가 생기는 게 당연하죠. 투자 손실이 극히 두려울 경우 보험 쪽으로 가입하세요. 손실이 생겨도 회사에서 책임을 져 투자자는 손해를 입지 않습니다. 수익률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 비율을 조정해 투자해도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