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자, ‘슛돌이 축구팀’이 어떻게 여러 가지 목표를 만들고 승-승을 각본화 하는지, 그 실례를 들었다.
기업 코치, 지망생, 창업자, 사장, 여러분 생각해 보시라. 기업경영에 있어서 공존하는 두 가지 대립되기 쉬운 이기적 목표가 있다.
‘기업의 영구 존속 발전’이라는 목표와, 구성원 각각의 ‘개인적 성취와 발전’이라는 목표를 어떻게 공동추구의 목표로 바꾸어 승-승을 설계하여 놓을 수 있을까?
일의 정신적 노력 측면을 지칭하는 두뇌활용. 이로부터 얻어지는 창의력, 이것을 기업과 구성원이 공동 추구하는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기업과 구성원 사이에서 이윤의 분배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생겨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이다. 기업은 미래를 위하여 이익의 처분을 유보하려 하나, 구성원들이 꼭 이에 동조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 문제의 해결이 순조롭지 못하여 생겨나는 이른 바 노사(勞使) 간의 부끄러운 싸움을, 또 그 허망한 결과를, 30여 년 간에 걸친 압축성장의 부작용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최근 우리는 신물 나도록 보아왔다. 그러니 새로 세우는 기업, 특히 천년 가기를 목표하는 기업에서는 이런 어리석음을 다시는 범하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최종현 회장이 노심초사 자신의 사장학을 기초하던 1970년대는 우리나라 기업 환경에 아직 본격적인 노사 문제가 대두되기 훨씬 전의 일이지만, 이 문제를 최 회장은 분쟁의 소지라는 문제로 보지 않고, 승-승을 설계하여야 영구히 존속 발전하는 기업을 설계할 수 있다는 ‘승-승 각본화’의 명제로 파악하였다는 데 그의 혜안(慧眼)이 있었다.
자, 그러면 본론으로 되돌아와서, 풍요의 심리를 갖게 하여 기업과 구성원, 또 구성원 상호 간에 승-승을 이루게 하려면, 나누어 줄지 않는 가치를 공동 추구하도록 설계하여야 하는데 그런 가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행복, 사랑, 평화, 우정, 봉사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들이 우선 이런 범주에 속하는 가치개념으로 머리에 떠오르지만, 불행하게도 의제(擬制)된 인격체인 기업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생겨난 존재이므로, 베짱이가 이슬 마시고 노래 부르듯 이러한 가치만을 먹고 살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마침 화제가 되었으니 얼마 전 바로 이 ‘프라임경제’의 칼럼 난에 필자가 써 실었던 이나모리 교세라 명예회장의 이야기를 잠시 인용해 보자.
“기업에 이익이 먼저인가, 사회적 책임이 먼저인가?”
“말할 필요도 없이 이익이다. 이익을 못 내고 거꾸로 적자(赤字)라면 그건 사회에 공헌하기는커녕 민폐가 된다. 부도가 나면 종업원 월급을 못 주고,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고, 사회의 도움을 받게 된다. 다만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배분하느냐 하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나모리 교세라 명예회장이 바로 달포 전인 2월1일 하나금융이 주최한 ‘드림 소사이어티’ 101회 모임에서 자신의 경영철학을 강연한 뒤, 위와 같은 질의응답을 가졌다는 기사를 모 일간지에서 읽었다. 전후 내용을 좀 더 파악해 보려고 다른 일간신문, 경제신문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다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같은 강연회를 취재한 다른 신문 기사들에는 위와 같은 질의응답 내용이 실린 것이 한 편도 없었기 때문이다. 궁금하여 알만한 기자 출신 친구에게 물어보니, 어떤 기사는 현장에 가서 직접 취재하지 않고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다소 윤문하여 쓰는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기사를 면밀히 읽어보면 어느 것이 직접 취재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고 한다.
뻔한 질문, 뻔한 대답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질문을 던진 주최 측의 대담자가 이나모리 회장의 입을 통해 듣고 싶었던 말은 ‘의당 사회적 책임이 먼저’라는 말이었는데, 뜻하지 않은 대답을 들었으므로 ‘안 물어본 것으로’ 쳐서, 보도자료에는 싣지 않고 지나쳐버렸던 것일까?
어쨌거나 이 문답이 다른 사람도 아닌 ‘부처의 자리이타(自利利他) 마음’으로 기업을 경영해야 한다고 ‘카르마 경영’을 평생 동안 주창(主唱)해온 이나모리 회장이, ‘말할 필요도 없이 기업은 돈 버는 것이 우선’이라고 칼로 베듯 선을 그어 말한 것이란 점에 필자는 주목하였었다. 최종현 회장처럼 기업과 기업주, 구성원을 분리하여 개념을 정립한 좋은 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업과 구성원이 어떤 가치를 공동 추구하면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통해 영구 존속과 발전을, 구성원은 주어진 기간(기업인으로서의 생애 또 그 너머 기업을 떠난 뒤까지) 자기발전과 물질적, 정신적 성취를 얻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복잡한 방정식인 것 같지만 의외로 간단한 해(解-solution)가 준비되어 있다.
‘일에 대한 정의(定義)’를 찬찬히 살펴보면 그 실마리가 보인다.
기업을 창업하는 것은 일을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인데, 그러면 ‘일’이란 무엇일까? 쉬운 단어이고 늘 쓰는 말이지만 정작 정의해 보려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일(work)이라는 단어의 사전적(辭典的) 의미를 권위 있다는 옥스포드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Sustained physical and mental effort to overcome obstacles and achieve an objective or result.
의역하면, 목표 또는 이루고자 하는 가치가 있을 때, 장애물을 제거해 그 성취를 이루어 나가는 육체·정신 양면의 지속된 노력을 통틀어 ‘일’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일은 혼자 하는 일과 여럿이 함께 하는 일이 있다. 일을 혼자 하면 주인공의 뜻대로 아무 갈등 없이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 실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많은 일을 동시에 집행해야 목표 달성이 되는 일은 시도할 수 없다는 결정적 단점도 있다. 또 여러 사람의 힘과 능력이 모여 시너지를 이루는 경우, 같은 목표를 이루는데 더 좋은 품질의 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래서 여럿이 함께 일을 하게 되지만, 그러면서도 어떻게 한 사람이 하는 것처럼 일사불란, 모두의 입맛에 꼭 맞게 일을 하는 방법은 없는지 모색하게 된다.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여러 어려운 말 쓰지 않고도, 이것이 경영의 시작이자 또 끝이라고 하면 별로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일의 정신적 노력(Mental Effort) 측면을 지칭하는 두뇌활용(Brain Engagement)! 이로부터 얻어지는 창의력(創意力)! 이것을 기업과 구성원이 공동 추구하는 목표로 삼는다면?
어디까지나 필자의 추론일 뿐이고 직접 당신에게 물어본 적은 없는 이야기지만,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렀을 때 최 회장은 크게 무릎을 쳤을 것이다. 이것이 ‘천년가는 기업’을 설계하는 비밀의 열쇠였던 것이다.
[다음 회엔 ‘두뇌활용과 창의력ⓛ’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