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아직 밤바람은 썰렁하지만 대지를 뚫고 솟구치는 봄기운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양지바른 화단 언저리에는 어느새 푸른 새싹이 부끄러운 듯 조금씩 얼굴을 내밀고 있다. 고개 들어 멀리 보니 아지랑이가 어지럽게 너울거리며 하늘로 향하고 있다. 봄은 그렇게 오고 있다. 미디어에서도 봄나들이 여행지 소개가 한창이다.
어릴 적 나들이라도 할라치면 많은 아이들이 차멀미로 고생을 했다. 심한 아이들은 버스를 타느니 그냥 걷는 편이 낫다고 했고 아예 나들이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멀미로 머리가 지끈거기는 상태로는 나들이의 즐거움이고 뭐고 다 귀찮을 뿐이니 그런 반응도 이해는 된다.
버스에 올라 어느덧 서서히 멀미가 느껴질 때쯤 어른들은 ‘멀리 보라’고 하셨다. 버스 차창을 휙휙 스쳐 지나는 가까운 사물보다는 멀리 시선을 둬야 멀미가 덜하다는 거였다. 어린 마음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끼니를 걱정하던 가난한 재일교포 3세 소년이 있었다. 소년의 할아버지는 광산노동자였고 아버지는 생선장수였다. 재일교포로 온갖 차별과 어려움을 딛고 소년은 마침내 인터넷 제국을 일구어 일본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그의 이름은 손정의다.
손정의는 궁핍한 소년기를 지나 청소년 때 아버지의 생선판매점이 제법 성공을 거두고 이후 부동산 및 파친코 사업에서 성공해 경제적으로는 풍족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손정의에게 항상 천재로 태어났음을 주지시키며 스스로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특이한 교육법으로 양육했다.
덕분에 손정의는 무모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는 승부사적 기질이 다분한 인물로 자랐다. 구멍가게에 불과한 야후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소프트뱅크를 설립하는 과정은 바로 이 같은 기질이 멋지게 드러난 대목이다.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비전 그리고 과감한 의사결정과 강력한 실행력으로 일본 최고의 기업가가 된 손정의는 말한다.
“눈앞을 보기 때문에 멀미를 느끼게 된다. 몇 백 킬로미터 앞을 보라. 바다는 지극히 평온하다. 나는 그런 장소에서 오늘을 지켜보고 사업을 하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멀미하지 않으려면 멀리 시선을 두라는 옛 어른들의 말과 일본 최고의 기업가 손정의의 말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러한 조언은 육체적인 면에서도 정신적인 면에서도 모두 일맥상통한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상황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면 조금 여유를 갖고 그 상황에서 비켜 서있어 볼 일이다. 조금 비켜 선 상태로 지그시 그 상황을 바라볼 경우 쉽사리 해법을 찾아낼 수도 있다.
수시로 오르내리는 주가에 시선을 빼앗기게 되면 마음의 여유 역시 멀어지고 조급해지게 된다. 한 치 여유도 없이 쫓기는 투자는 당연히 실패로 끝나기 마련이다. 봄을 맞이한 농부가 봄비에 젖는 대지를 바라보며 농사를 준비하듯 멀리 장기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한 투자가 실패확률이 적다.
HMC투자증권 광주지점 정효철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