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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출구전략, 가능성과 영향 전망은?

오퍼레이션트위스트 효과와 맞물려 통화가치 요동 가능성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3.23 04: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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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유로존이 드디어 '출구 전략(경제 침체를 풀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다가 위기 해소 국면을 맞기 위해 유동성 과잉 상황을 연착륙시키는 일)'을 시작하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2일(이하 모두 현지시간) 유로존 채무위기와 관련해 아직 위험 요소는 남아 있으나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밝히는 등 ECB가 이 같은 카드를 본격적으로 만지는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독일 신문 빌트와의 회견에서 "상황이 안정됐다"면서 "경상수지와 물가, 특히 재정적자 등 유로존의 핵심 경제지표들이 상대적으로, 예컨대 미국보다 더 낫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많은 유로화 사용국가들의 중앙은행들이 ECB의 긴급 유동성 공급에 따른 통화관리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에도 동의했다.

이에 따라 그간 풀린 유동성에 대해 ECB가 느끼는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 전환점을 마련할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ECB는 작년 12월과 올해 2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유럽 은행들에 총 1조유로가 넘는 돈을 1%의 저리로 장기 대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제 ECB는 당초 제시했던 유럽 채권 매입 계획을 축소하면서 유로존 긴급 지원 체계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2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

출구 전략, 어디서부터 시작되나?

파이낸셜타임스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ECB는 유로존 위기가 정점일 때 세웠던 400억유로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집행을 늦추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오는 10월 완료를 목표로 했는데, 현재 이 프로그램의 집행규모는 90억유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즉 그리스 문제로 촉발된 유럽 재정위기의 급한 불을 어느 정도 껐으니, ECB가 당초 계획이 있었다고 해도 무리한 수는 더 이상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출구 전략의 신호탄이 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로써 유럽 각국 중앙은행과 시중은행들에 대해 긴급한 사정이라는 명목 하에 남의 손길을 빌릴 생각은 이제 접고 홀로서기를 종용할 것이라는 풀이다.

유로존, 출구 전략 감당할 기초 체력 보유 여부 미지수

물가의 불안 등으로 언젠가는 출구 전략을 단행하면서 공급된 유동성을 적정 수준으로 처치해야 한다는 점은 기본적으로는 온당한 논리다. 하지만 문제는 출구 전략의 시기 문제, 즉 너무 빨리 카드를 꺼내면 경기 회복 전에 브레이크를 너무 빨리 밟아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될 수 있다.

유로존 경기가 단기간에 좋아질지는 미지수다. 미국보다 경제지표가 낫다는 드라기 총재의 자신감은 예를 들어, 14일 독일(유로존 최대 경제 강국이자 현 국면에서 가장 많은 짐을 부담하고 있는)의 투자자 경기 기대감이 21개월만에 최고치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 등과 궤를 같이 하는 시각으로 보인다.

하지만, 독일 등 강국 외의 국가들을 포함한 전체적 평균선이 그런지는 확인을 더 요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3월 제조업·서비스업 경기 역시 예상보다 크게 위축된 것으로 근래 드러난 바 있기 때문이다. 영국 민간조사업체 마켓이코노믹스는 유로존의 3월 제조업·서비스업 복합 PMI 잠정치가 48.7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49.6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2월 PMI 49.3보다 대폭 낮아진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출구 전략을 단행하는 문제는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되어야 할 필요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이 카드 꺼내면 세계경제 파급 효과는 어떻게?

문제는 이렇게 경기의 회복은 본격적으로 되지 않는 가운데 유로존에 유동성 제어 조치만 집행되는 최악의 상황(출구 전략에 너무 빨리 진입하는 타이밍 문제)이 일어나는 경우, 우리 경제는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보인다는 데 있다.국제 유가 불안으로 성장이 둔화하고 물가가 오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유로존 출구 전략 단행 파장을 견딜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금년 2월 하순까지 외국인은 국내 주식 9조원대를 순매수했는데 이 중 유럽계 자금은 5조원대로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세계 경제에 민감하고 들락거리는 유럽계 자금이 자신들의 본거지에서 벌어지는 유동성 흐름 변동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대비할 필요가 높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급격한 자본유출 등 큰 폭의 변동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가 커진다.

한편 유럽쪽에서 출구 전략이 현재 추측되는 것처럼 조만간 단행되고, 미국쪽이 현재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경우에 유로화와 달러화의 화폐 가치 상황도 흥미를 유발하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10년 11월경 사정을 보면, ECB가 출구 전략을 고수한다는 평을 듣는 사정이 조성됨으로써 이 문제가 글로벌 달러화 약세 사정을 조성한 것으로 풀이된 적이 있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가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 완화 정책을 밝히면서 유로-달러간 함수 관계가 요동을 친 데다, 유로존이 (출구 전략 등) 미국과 통화정책 차별화에 나서자 달러의 약세가 더 심해진 것으로 해석됐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당시에도 ECB가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는 것과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무렵과 현재를 비교해 보면 지금 미국은 추가 유동성 공급(3차 양적 완화: QE3)에 곧 들어갈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도(예컨대, 한국의 솔로몬투자증권은 19일 미국이 선순환구조로 이전되면서 양적완화 기대감이 크게 약화됐다고 분석), 이미 그와 유사한 상황으로 보인다. 왜냐 하면,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연준이 시행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올해 6월까지 지속 진행한다고 공언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QE3가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더욱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의 효과는 이미 미국이 두 차례 실시한 양적완화 효과와 비견될 수 있는 정도라고 국제결제은행(BIS)이 12일 평가할 정도로 그 효과가 막강하다. 즉 현상황에서 미국이 이런 상황을 유지하고 유로존이 출구 전략을 집행(내지 그렇다고 의심을 살 만한 신호를 시장에 주는 경우)하면 달러 등 화폐 가치 동향은 2010년 11월경과 흡사하게 흐를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