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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디자인 좇다 보안 놓칠뻔한 신용카드

이지숙 기자 기자  2012.03.21 17: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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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카드가 최근 야심작 ‘잇(IT)카드’를 출시하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현대카드답게 이번에도 틀을 깨는 카드 출시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요.

잇카드는 카드 혜택에 따라 디자인이 결정되는 기존정책과 달리 고객이 직접 디자인을 결정하는 카드로 기존 현대카드 소지자만이 발급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카드에 따라 6만원, 10만원 등 비용도 발생합니다. 이는 잇카드의 플레이트 재질이 특수한 금속소재인 하이퍼두랄루민(Hyper Duralumin)과 리퀴드메탈(Liquid metal)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카드는 잇카드 출시 당시 카드 플레이트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개성을 표출하길 원하는 고객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현대카드가 지난 12일 출시한 잇(IT)카드
하지만 지갑에 넣고 다니고 싶은 이 멋스러운 카드가 볼수록 무언가 빠진 기분입니다. 최근 출시돼 사용되고 있는 타 카드와 비교해보니 ‘IC칩’의 유무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렇습니다. 현대카드의 잇카드는 실수였는지, 고의였는지 IC칩 없이 출시됐습니다. 이에 따른 취약한 보안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사료됩니다.

얼마 전 마그네틱카드 사용 중단으로 주목받은 ‘IC칩’은 소형 컴퓨터와 유사한 직접회로 칩(IC, Integrated Chip)으로 마그네틱에 비해 안전하게 데이터 전송을 할 수 있으며 보안성이 높아 위조나 불법 정보 유출을 막는데 효과적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맹점에서 마그네틱카드 결제를 통해 유출된 정보는 10만건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지난해 1~9월까지 10개 카드사의 해외 부정(위·변조) 사용을 조사한 결과 9033건, 피해금액이 78억8500만원으로 집계된 것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중 현대카드의 피해 사례는 1145건으로, BC카드와 신한카드 다음으로 피해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간의 피해규모로만으로도 IC칩 없이 출시된 잇카드가 앞으로 상당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반증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인데요.

금속이라는 재질특성상 현금서비스를 받지 못하지만 가맹점에서 결재기능이 있는 만큼 여전히 가맹점 단말기를 통해 복제될 위험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관계부처가 마냥 지켜볼리 만무합니다.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 조성렬 부국장은 “현금인출기능이 있는 신용카드의 경우 2011년 1월부터 IC칩을 부착하도록 지시하고 있으며 신용카드 기능만 가진 경우에는 IC칩 부착을 권유하고 있는 상태”라며 “신용카드의 경우 2014년 9월 IC카드에 대한 시범운영기간을 거쳐 2015년 1월부터 마그네틱카드를 차단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까지 유예기간을 두는 것은 가맹점들의 단말기 교체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행인 점은 현대카드가 잇카드의 IC칩을 조만간 보안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잇카드의 경우 기존 일반 플라스틱카드가 있는 상태에서 추가로 발급된 만큼 현금서비스와 IC칩 기능을 제외하고 발급됐다는 군요. 하지만 오는 2015년부터 의무적으로 IC칩을 부착해야 하는 등 그 중요성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IC칩 기능을 보안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디자인은 산업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습니다. 카드사들도 오래전부터 고객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디자인 개발에 힘써왔고 그 선두엔 현대카드가 있었습니다.

디자인이 고객보다 중요한지는 의문입니다. ‘예쁜 카드’라는 이유로 6만원 가량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발급받는 카드에 ‘보안이 취약하다’는 꼬리표가 어울릴지 되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