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을까. 21일 선대위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총선체제에 돌입한 민주당에 허리케인 급 공천 후폭풍이 몰아닥치고 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서울 관악을에서 맞붙었던 김희철 민주통합당 의원의 ‘여론조사 조작 문자’ 폭로로 시작된 민주통합당 낙천자들의 반발이 최고조에 올랐다. 엎친데 덮친 격, 박영선 최고위원마저 이번 총선 공천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가 빛을 잃은 채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한명숙 대표와 이정희 공동대표가 국회 귀빈식당에서 야권연대 합의문에 서명한 뒤 웃고 있는 모습.
김희철 의원은 이번 야권단일후보 경선에 대해 주체인 후보자가 철저히 배제된 채 밀실에서 진행된 부정경선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의원은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정희 공동대표는 즉각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 같은 부정경선은 관악 뿐 아니라 노원과 은평, 덕양에서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는 진통 끝에 성사된 야권후보단일화가 파국적 위기를 맞을 수 있는 폭탄성 발언이다.
김 의원의 폭탄발언은 계속됐다. 그는 “여론조사 조작은 통합진보당의 존폐와 직결된 문제”라면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진 여론조사 조작의 책임을 이 공동대표 스스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렵게 성사된 야권연대가 도로묵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의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 의원은 “야권연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도덕적이고 깨끗하지 못한 범법자들과는 연대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정말 여론조사기관과 내통 했나?
그런가 하면 서울 은평을에서 통합진보당 천호선 대변인과 경선을 치른 고연호 서울시당 대변인도 목소리를 보탰다.
고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국장이라는 사람이 트위터에 ‘20, 30대 샘플이 부족할 수 있다. 30분 후면 여론조사가 시작된다’는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는 여론조사기관과 내통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또 은평을의 경우 ARS 면접에서 2번 고연호를 누르면 끊기는 경우가 수십건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주장은 계속됐다. 서울 노원갑에서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과 경쟁했다가 탈락한 이동섭 지역위원장은 “노 대변인도 트위터에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두 곳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해 두 번 전화 올 수 있으니 착신 해제 하지 마시라’는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노 대변인 역시 여론조사 기관과 내통하지 않고서는 정보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
경기 고양 덕양갑에서 통합진보당 심상정 공동대표와 맞대결을 펼쳤던 박준 지역위원장은 폭로 수위를 높였다. 심 공동대표가 일당을 주고 선거원을 고용했다며 이를 증명할 녹취록이 있다고 밝혔다.
심 공동대표 측 선거운동원 주부가 박 위원장 측 운동원에게 ‘7만원씩 20여만원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는 것.
이에 대해 심 공동대표는 즉각 “허위사실 유포로 박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부대변인을 통해 “박 위원장이 제시한 녹취록에서 돈을 받았다고 말한 선거원은 우리 캠프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론관을 찾아, “심 공동대표가 나를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비서관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다”면서 2차 녹취록을 공개했다.
박 위원장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한 중년 여성이 격앙된 목소리로 “내가 언제 돈 받고 뭐야 그 저기 뭐 심상정씨 명함을 뿌린다고 그래요? 왜 말들을 옮기고 그래요? 지금 심상정씨 사무실에서 전화 오고 난리 났어요…끝났으면 끝나지 왜 말들을 전달하고 다니냐구요. 진짜. 내가 안한 말까지…지금말야 당장 들어오라고 난리 났어요”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를 두고, “심 공동대표 측 말대로 돈을 받았다고 말한 선거원이 심 공동대표 캠프에 없다면 다시 전화해 사무실로 들어오라고 한 이유는 무엇이냐”면서 “난리났다는 여성의 표현으로도 설명이 된다”고 말했다.
◆급기야 ‘진보 빅4’ 사퇴 촉구까지
또 박 위원장은 타 지역구에서도 야권후보 경선 과정에 여론조사 조작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박 위원장은 “김희철 의원이 말하는 부당경선의 공동분모는 모두 느끼는 바이고, 내가 경선을 치른 지역구에서는 눈에 띄는 여론조사 조작 문자나 전화는 없었지만 심 공동대표 측이 여론조사 정보를 먼저 알고 있었다는 정황은 파악됐다”면서 “다른 지역구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급기야 이날 정론관을 찾은 민주통합당 낙천자들은 통합진보당 ‘빅4’ 즉, 이정희·심상정·천호선·노회찬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같은 사태와 관련 통합진보당 측은 “합의 방식대로 경선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인바 있으며, 사태가 심각해 지자 이날 이정희·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단은 “일각에서 발생한 경선 불복 사태를 정리하고 미합의 된 지역을 포함한 남은 쟁점을 후보등록이 시작되기 전인 오늘 중으로 매듭지어야 한다”면서 민주통합당 지도부와의 만남을 제안했다.
이들은 “몇몇 지역구와 미합의 지역구 문제가 침소봉대돼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연대와 단합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여망에 반하는 일”이라면서 “지금 야권연대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국민들에겐 실망감을 야권연대에는 상처만 남길 뿐”이라면서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가 중대한 위기국면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양당 지도부가 만나서 공동의 관심사인 야권연대 전체판 유지와 총선 공동승리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점에 백번 공감하지만 문제를 야기한 측의 태산 같은 책임감을 전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도부 회동의 필요성은 절감하면서도 양당 모두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것. 결국 새누리당 정권 심판을 목표로 대동단결 했지만 시작부터 삐그덕 거리던 야권연대는 “총선 승리를 이루자”던 외침은 어디가고 안개 속을 헤매는 형국이다.
한편, 김 의원은 “재경선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오늘 중으로 당의 조치가 없다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