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학시절 객기로 타 단과대학에 가서 강의를 듣곤 하였다. 그때 수강했던 과목이 주로 철학, 심리학, 문학 등이었는데 그중에서 지금은 고인이 되신 조병화 교수님으로부터 ‘문학연습’이란 과목을 배웠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국문과 졸업반 학생들과 함께 강의를 들었는데 뜻밖에도 교수님께서 내게 A+ 학점을 주셨기 때문이다. 사실, 학점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이 타 단과대학에 가서 강의를 들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니 뜻밖이라고 말할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들춰내는 데는 학점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다. 요즘 들어 오래 전 ‘문학연습’ 수업을 통해 깨달았던 사실이 새삼 떠오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각을 전달하는데 언어가 사용된다. 달리 표현하면, 생각이라는 내용을 언어라는 그릇에 담아 전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과 언어는 별개의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렇다. 하지만, 그릇이 담을 수 없는 내용은 더 이상 소용이 없으므로 종국에는 그릇이 내용을 제한하는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우리 민족의 민족정신이 한글 속에 ‘살아 숨 쉰다’고 하는 말을 이해한다면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시인들처럼 끊임없이 그릇을 깨고 새로운 내용을 담을 그릇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분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알고 있는 말과 글의 틀 속에 생각이 갇혀버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생각과 진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격 해오는 사람들로 인하여 곤욕을 치르는 일도 자주 겪는다. 상대방의 진의는 알려고도 하지 않고 말 한마디를 꼬투리잡아 비방하고, 심지어 인격을 모독하는 일이 우리주변에서 일상화 되다 시피 한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나 이른바 주요 언론매체들까지도 말꼬투리잡기와 비아냥거리기를 일삼는 걸 보노라면 우려를 넘어 위기의식까지 느낀다. 어느 개인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젊은 정치 지망생이 한 마디 한 것을 가지고 연일 일간지들이 비방을 하고 전직해군 참모총장이 당사 앞에서 눈물까지 내비치며 항의를 하는 모습은 이미 우리사회가 평상심을 잃어버린 위기사회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적어도 언론이라면 필설로써 국민들을 설득할 만한 능력이 있어야 하며, 위법한 사항이 있다면 법의 처분을 받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언론이 할일과 정부의 할 일이 바로 그런 일이 아니겠는가?
사실 파악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나 진지한 토론도 없이 내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공격과 비방을 일삼는 행위는 사고(思考)와 철학(哲學)의 빈곤을 들어내는 처사일 뿐이다. 그럼에도 언제부턴가 우리사회에서는 단순논리가 판을 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수년 전에 했던 말 한마디 때문에 새누리당 국회의원 공천권을 받았던 국회의원 출마 예비후보자가 공천권을 박탈당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하지만 자초지종은 전혀 알 수가 없다. 다만 그가 억울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로 했다는 후속 뉴스만 들었을 뿐이다. 그가 국회의원이 되고 못 되고가 문제가 아니라 평생을 쌓아온 업적과 그의 인격을 깡그리 무시할 정도로 불량한 생각을 그가 가지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소통이 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다름 아닌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다. 그렇다면, 뜻이 잘 통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부실한 언어교육과 그에 따르는 사고의 고갈 및 철학의 부재 때문이다. 영어를 잘 해야 출세한다는 생각 때문에 우리말과 글을 등한히 한 결과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마저도 사소한 일 때문에 자주 설화를 일으키는걸 보면 확실히 그렇다.
소통이 안 되는 사회는 폭탄을 안고 사는 사회와 같다. 누가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해법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영어공부에 들이는 노력과 정성의 절반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