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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은퇴시장 ‘떡고물’에 치열한 신경전

“양극화에 노후준비 여력 크지 않다” 회의론 불구 업계 각축전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3.21 11: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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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은퇴시장 선점을 위한 증권가 내 각축전이 치열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된데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노후 대책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7월부터 퇴직금 중간정산이 원칙적으로 제한되는 등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하 근퇴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퇴직연금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시장 성장이 기대되는 것도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각 증권사들은 은퇴설계와 미래 관련 연구를 전담하는 개별 조직을 신설하거나 기존 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미래에셋 필두로 삼성·우리·대우 등 별도조직 개설

KDB대우증권(006800)은 지난해 12월 ‘미래설계연구소’를 신설하고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는 홍성국 소장을 필두로 상반기까지 각 지점 PB와 공공기관, 기업체 등을 대상으로 미래설계 강연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005940)도 지난해 9월 ‘100세시대연구소’를 설립하고 올해부터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연구소는 현재 서울대학교와 공동으로 한국형 은퇴재무 준비지수인 100세 시대 준비지수를 연구 중이며 오는 4월부터 일반 고객 서비스에 활용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005년 업계 최초로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를 개설하고 매달 은퇴분야 전문지인 ‘은퇴와 연금’을 발행하며 고객층을 확보했다. 올해 초 인원 충원을 단행한 삼성증권(016360) 은퇴설계연구소는 지난 15일 기존 6명의 인원을 12명으로 확충하고 은퇴종합 컨설팅인 ‘은퇴설계시스템’을 도입해 시장 공략 강화에 나섰다.

◆삼성증권 ‘은퇴시장 수혜주로’ 주목

대형증권사들이 앞 다퉈 은퇴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은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지난 2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퇴직연금시장은 전년대비 40% 성장한 7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통계청의 '사회조사를 통해 본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 중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고 대답한 비중은 전체 평균인 66.3% 보다 높은 80%에 달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노후준비 수단으로 연금을 뽑았음에도 실제 준비 정도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49조9168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0조7696억원(21.3%) 늘었다. 2005년 12월 제도 도입 당시 퇴직연금 적립금은 163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삼성증권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5일 금융감독원이 올해 1월 기준 IRA(개인퇴직계좌) 적립금 규모에서 삼성증권은 1332억원을 기록해 증권업계 1위에 올랐다.

동양증권이 1249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미래에셋증권이 884억원을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증권업계의 IRA 적립금 규모가 5304억원이라는 점으로 미뤄 삼성증권은 이 가운데 1/4 이상인 25.1%의 적립금을 쓸어간 것으로 집계돼 업계 최강자로 올라섰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올 초부터 은퇴설계연구소 인력을 확충해 외형적 성장을 이뤘고 특히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인 팝(POP) 골든에그어카운트의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은퇴시장 자생적 성장? “글세”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령화를 근거로 은퇴시장이 무조건 성장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노후준비의 필요성은 누구나 절감하고 있지만 소득 양극화와 가처분소득이 줄고 있는 등 현실을 반영하면 은퇴시장의 자생적인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1999년까지 20%대 이상을 유지하던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은 최근 5%대까지 크게 줄었다. 주요국과 비교해도 재정위기를 겪은 유럽 주요국보다도 낮을 뿐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이나 노령화가 상당수준 진행된 일본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동부증권 이병건 연구원은 “글로벌 재정위기로 시작된 국가재정에 대한 우려가 사적 은퇴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소득 양극화, 청년실업률 및 실질 생계비 상승 등을 고려하면 실제 노후준비 확대 여력은 정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은퇴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세제 혜택을 포함한 정책적 지원이 필수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오는 7월 시행되는 근퇴법 개정안에 따라 IRP(개인형퇴직연금제도)를 중심으로 퇴직연금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근퇴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IRA가 IRP 제도로 보완되며 퇴직금에 대한 세금이 계좌에서 인출되는 시점으로 미뤄지는 과세 이연 효과를 볼 수 있다.

IRP는 과거 IRA를 보완, 확장한 제도로 재직자도 가입이 가능하며 개인연금처럼 추가 불입도 할 수 있다. 오는 2017년부터는 근로자 뿐 아니라 자영업자도 가입이 가능해 증권가에서는 새로운 고객 창출 기회로 보고 있다. 

이병건 연구원은 “퇴직금 중간정산이 원칙적으로 제한되는 등 IRP를 중심으로 퇴직연금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증권사들은 IRP가 새로운 고객 창출 및 관리자산을 늘리는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은퇴자산 시장에서 퇴직연금 뿐 아니라 월지급식 상품 시장의 성장도 기대된다. 퇴직금 중간 정산이 제한됨에 따라 직장을 그만 둔 뒤 퇴직연급 지급 또는 국민연금 지급 시기까지 생기는 소득공백기를 매울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국내 개인 보유자산이 부동산에 치중돼 있어 환금성이 부족하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준비가 부실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지급식 상품에 대한 니즈(needs)가 이미 매우 높다”며 “일본의 경우 2011년 말 기준 월지급식 펀드가 공모펀드의 20%에 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