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서) 집을 사는 문제가 개인의 경제·금융적 판단에서 사회 문제이자 국가 졍책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떠올랐다. 모기지 금융과 주택 구입 관련 세제 등이 국제경제 위기 국면에서 정책 입안가들과 거대은행들의 고민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
◆미국, ‘의회 동의 없이 행정부 단독으로’ 문제 착수한 까닭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달 6일(현지시간) 주택경기 활성화를 통한 소비진작 방안의 일환으로 정부가 보증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파이낸싱(재융자) 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말 주택담보 리파이낸싱 규제 완화와 지난 2월 속칭 ‘깡통주택(대출금액이 보유주택의 가치보다 큰 주택)’ 보유자에 대한 금융지원 등에 이은 추가 부동산대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즉, 연말 대선을 앞두고 중산층 표심을 겨냥한 포크배럴 정책이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올해 첫 기자회견에서 “연방주택청(FHA)이 보증한 대출을 받은 가구에 대해서는 리파이낸싱 수수료를 절반 이하로 낮출 것”이라면서 의회 승인이 필요없는 조치로 행정부 자체 명령 등의 방법으로 밀어붙일 뜻을 분명히 했다. 즉 “이는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조치이기 때문에 행정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 정쟁으로 시간을 끌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조치가 요구된다는 위기감을 가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 봉사한 주택소유자들을 돕기 위한 조치도 마련했다. 부당하게 주택을 차압당하거나 비정상적인 고금리 대출을 받은 군인과 참전용사들은 은행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주택에 관련한 문제(모기지 포함)를 안정시키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는 미국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국세청(IRS)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소득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년만에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소득격차는 더 커졌다.
지난 2010년 미국인들의 총 소득은 8조달러로 전년 대비 5.2% 늘었는데, 연간 소득 25만달러 이상은 평균 13.8% 소득이 늘었다. 1년에 20만~25만달러를 버는 사람들의 소득 증가율 6.7%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이른바 미국 중산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모기지 문제 해결 등으로 중산층 붕괴를 막을 필요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영국 중산층, 집 사는 문제에 세금 조정 ‘사회갈등 낳을라’
이런 미국 상황과 달리 영국의 주택 구매 관련 논의는 오히려 갈등을 봉합하는 대책으로서가 아니라 갈등이 터져 나오는 문제로 기능할 수 있어 대조된다.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영국의 보수당 정부가 21일(현지시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개인소득세의 최고 세율 50%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줄일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이 상황에서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이 등장할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신고한 개인소득 과표의 반을 세금으로 거둬가는 최고 소득구간 세율은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노동당 정부에 의해 고안됐다. 일년에 15만 파운드(우리 돈으로 약 2억원) 이상을 버는 부유한 소득자에게 많은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따라서 이번에 이 최고 세율 등에 손을 볼지가 관심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소득 격차에 대한 불만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영국 내부 상황에서, 경제운용의 초점을 중산층 보조와 기업 활동, 부동산 거래 활성화 등에 더 많이 둔다는 신호를 보내는 게 과연 옳으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부동산의 거래 활성화(관련 세금의 조절 가능성) 논의 등에 대해, 영국 스카이뉴스는 17일, 노동당의 리더인 에드 빌리반드가 (이런 대책보다는) 젊은 실업자에 대해 예산의 포커스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아울러 자유민주당이 부자에 대해 세금을 더 물리는 안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자민당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대니 알렉산더 예산처 장관이 향후 정치적으로 불편한 처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영국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 구매 활성화에 나선다면 어느 선에서 최대한 많은 구성원들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갈지 주목된다.
◆한국, DTI 등으로 모기지 다른 나라 사정보다 ‘낫다’
한편, 이런 와중에서 한국 금융시장에서는 모기지에 대해 오히려 중산층(내지 신개념으로는 일명 신흥부유층)의 새 금융수요를 유발할 수 있는 탐나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달 말, 스탠다드차터드은행(SC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연계된 입출금예금의 월평균잔액에 대해 대출금리와 동일한 예금금리를 제공하는 신개념 모기지 상품(주택담보대출)을 우리 시장에 선보였다. SC은행은 이 같은 구조의 ‘모기지원’을 출시한다고 밝히면서 일반 시중은행들과 관련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상품은 기존의 주택담보대출과 입출금예금의 정형화된 틀을 뛰어넘는 것으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원’)을 받는 고객에게 거래하는 입출금통장(‘모아예금통장’)에 대출금리와 동일한 금리를 적용함으로써, 그만큼 대출이자 절약 효과를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SC은행 김문주 이사대우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고공행진으로 고객들이 부담을 갖고 있고, 당국 또한 가계부채에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그럼에도) 해마다 20조원 내외로 주택담보대출을 필요로 하는 고객이 있다. 이런 분들에게 추가적 혜택을 줄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이번 상품 개발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상품군은 자산 밴드를 평균은행잔고 5000만원대의 여유있는 고객층까지로 예상하고 각종 세팅을 마쳤다. 이는, 사실상 돈이 많아도 빚을 내 집을 사는 사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운(오히려 강남 수요 등으로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하고 부담이 큰) 부유층의 바로 밑 집단까지도 이 결합상품으로 노리는 것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이런 사정에서 모기지 영역에 큰 모험을 거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SC은행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주택담보 금융의 시장은 DTI 규제를 적용받는 등으로 상당히 안정화돼 있다”고 답했다.
이는 한국의 주택의 구매와 관련한 금융은 앞으로 경제가 곤두박질치지 않는 한 어느 정도 안정성을 갖고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공감대가 금융권에 어느 정도 형성된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런 점에서 어쩔 수 없이 결단 차원에서 모기지 문제를 끌고 나가야 하는 미국이나, 주택의 거래 활성화를 위해 부양책을 쓸 필요는 높으나 각종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영국 등보다는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나마 우리가 좀 더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