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산층과 부유층의 간격은 얼마나 넓은 것일까? 최근 부유층(Gold Class)과 일반 고객(Mass) 사이의 특정한 어느 층을 ‘이슈화’하려는 움직임이 은행계에서 목격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산층 혹은 이와 유사하게 볼 수 있는 집단은, 집이 있으나 대출이 많고, 자칫 하우스푸어로 허덕일 수 있는 층으로 대변된다.
하지만 이들은 고정된 수입이 있어 금융자산을 제법 기대할 수 있는 정도의 층인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레드오션이 된지 이미 오래인 한국 금융시장에서 그래도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층으로 외국계 은행들은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의 한국 중산층 잡기 노력이 최근 언젠가는 부유층이 될 수도 있는 이들을 향하고 있으나, 미세한 시각차가 있어 눈길을 끈다.
◆SC은행, 모기지 고객 눈독 ‘평잔 5000만원까지가 목표’ 속내
스탠다드차터드은행(SC은행)은 지난 2월27일,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연계된 입출금예금의 월평균잔액에 대해 대출금리와 동일한 예금금리를 제공하는 신개념 모기지 상품(주택담보대출)을 내놨다.
SC은행은 이 같은 구조의 ‘모기지원’을 출시한다고 밝혀 관련 시장에서 타은행들이 출시한 기존 상품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 상품은 기존의 주택담보대출과 입출금예금의 정형화된 틀을 뛰어넘는 것으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원’)을 받는 고객에게 거래하는 입출금통장(‘모아예금통장’)에 대출금리와 동일한 금리를 적용함으로써, 그만큼 대출이자 절약 효과를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출시 당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SC은행 김문주 이사대우는 “270만원의 평균잔액을 갖고 있는 고객을 기본으로 한다”면서도 “(잔약 규모에 따라 예금이자) 우대한도를 3%, 10%, 50%로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즉 △평균잔액을 300만원으로 유지할 때 3% 우대한도를 적용, 연이자 절약 금액은 12만6900원이 되며 △10% 우대한도를 평균잔액 1000만원을 유지한다고 하면 연 33만1460원이 절약 △평균잔액 5000만원 유지시 50% 우대한도를 적용하면 연 182만6500원이 절약된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일반 고객층(Mass)를 겨냥하는 것으로 일단 보이지만, 이들 층을 시작으로, 평균잔고 5000만원을 유지할 수 있는 층까지도 한꺼번에 잡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이는 확실히 부유층에는 편입되지 못한, 그러나 여유가 있는 층에서도 이자 관심, 수수료에 대한 부담감 등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층을 한꺼번에 유치할 필요를 위해 모기지 등을 구성 요소로 내세웠다고도 해석 못할 바가 아닌 부분이다. 이는 상층부로 가도 해방되기 어려운, 오히려 강남 ·주택 수요 등 끊이지 않는 ‘빚을 안고 집을 사는 문화’의 수요를 이해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SC은행 안현희 상무대우는 또한 고객이 영업점을 방문하면 계산 기법에 따라 “고객들이 가진 잔고 상황, 매달 어느 정도 잔고가 (고르게) 있다 혹은 경우에 따라서는 더 큰 돈이 들어오기도 한다는 등 조건에 따라 상담을 하고 우대한도 구간을 권하게 될 것”이라면서 ‘맞춤형 영업’을 할 뜻을 시사했다.
한편, 대출금리가 다소 높게 적용되는 경우에도 예금금리가 똑같이 적용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에 대해서도 대출금리와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김 이사대우에 따르면 ‘전산 구조상’ 같게 적용하게 됐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외국계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소 높다는 일부 시각을 깰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설사 대출금리가 높게 적용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반대급부로 혜택을 돌려준다는 신뢰감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 고객층에게도 호감을 심는 데 유용한 상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씨티, 금융자산 2000만원 이상 부동산 자산은 No?
한편, 외국계 은행으로서 SC와 함께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또다른 주체인 한국씨티은행 역시 20일 한국의 중산층 공략에 본격 착수했다. 더욱이 한국씨티은행은 ‘Rethink Banking’이라는 모토로 ‘신흥부유층 고객’을 새 공략 목표로 적극적으로 설정, 영업 활동을 펼친 뜻을 밝히면서 해당 영역(시장)에 대한 분석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씨티은행이 이번에 공략층으로 삼은 신흥부유층이란, 초부유층이나 대중적 부유층이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 고객으로 뭉뚱그리기에는 모호한 그룹을 세부적으로 추출, 제 3의 계급으로 설정한다는 것이다.
20일 한국씨티은행 하영구 행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자산 2000만원 이상을 기준선으로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신흥부유층 고객에 대해 한국씨티은행은 △전담 직원에 의한 자산관리 상담 △ATM네트워크를 통한 수수료 평생 면제 △글로벌 뱅킹 서비스의 수수료 면제 △해외에서의 긴급 자금 대출 대상 지원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아울러 씨티은행 Asian Pacific Region 다니엘 바라놉스키 Head는 “(우리는 부유층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선보여 왔고, 다른 은행들이 저희 서비스를 ‘복제’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아시아) 각 은행에(서 우리를 복제하거나 벤치마킹한) VIP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신흥부유층 제공에는 각 은행들이 더딘 발전을 보이고 있다. 신흥부유층 고객에는 큰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전의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으로 변질됐기 때문에 신흥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이번 시장 분석에 나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국씨티은행 이흥주 수석부행장 역시 “한국씨티은행에서는 골드 고객이 있고 신흥부유층 고객이 있다. 이들의 니즈가 확연히 다르다”면서 고급화된 서비스 노하우를 가져 오되, 특징 분석 없이 그대로 이 층에 적용해서는 곤란하다는 과제를 이미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한국씨티은행은 금융자산에 지극히 초점을 두고 있어, 흔히 부동산자산 등을 모두 통합해 자산 규모를 매기는 한국식 문화를 모두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금융자산에 초점을 맞추면서 부동산 등 자산총합은 왜 논외로 했는지 또한 모기지 등을 모두 융합하는 상품으로 왜 구성하지 않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은행으로서는 실제로 은행에 들어와 유통이 되어야 의미가 있는 자산이라는 관점을 시사했다.
즉 예금과 모기지(대출) 등을 결합시켜 여신과 수신을 모두 함께 취급하는 것이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또 자산이 풍부하다고 해도 묶여 있는 즉 유동성이 부족한 자산까지 의미있는 금융소비자(금융고객)을 걸러내는 필터로 이용하기에는 한국 사회가 그만큼 빠르게 분화하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SC-씨티 모두 싱가포르 등에서 임상실험 끝내고 국내 도입
이렇게 시각이 다른 공략 카드들을 두 외국계 은행들이 꺼냈지만, 어쨌든 이 두 모델이 어떤 것은 의미가 있고 어떤 상품은 시장 경쟁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SC측에서 만든 모기지와 예금의 결합 상품의 기본 구조는 싱가포르 등에서 이미 출시된 바 있는 ‘검증된 상품’으로, 이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이사대우는 나라마다 세법이 조금 달라서 이 점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원천징수 개념이 있어서 이 부분을 새로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의 중산층 내지는 신흥부유층은 주택을 구입하는 자금과 새 금융 수요 유치와 창출 분야를 관련을 짓든, 안 짓든 간에 의미있는 캐시카우로서 이들 유서깊은 두 거대 은행들에 검증이 됐다는 뜻이 된다.
씨티 바라놉스키 지사장은 최근 아시아 6개국 신흥부유층 분석을 위한 설문조사를 소개하면서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의 신흥부유층은) 아시아 국가 신흥부유층에 공통점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이러한 아시아에서의 주요 공략 실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이 신흥부유층이 한국씨티은행의 바람대로 움직일지, SC쪽의 예상대로 움직일지는 아직 변수 영역으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구조 건전성 확보 따라, SC-씨티 실패 여하 달려 있어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나 SC측 모두 “당장의 수익성을 보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데 문제가 있다. 특히 이들이 이 계층에 관심을 갖는 것은 “향후 이들이 미래에 부유층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층이기 때문”이며 이들이 관리가 필요한 층이기 때문이다.
일명 ‘규모의 경제’ 논리가 적용되어야 해당 공략을 하는 데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씨티은행 이흥주 수석부행장은 “(해당 신흥부유층이 우리에게 예치할 금융 자산 목표의) 평균을 말하면 5000만원이 나온다”고 한 점도 SC의 평잔 5000만원선 그룹에 대한 관심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런 규모의 경제와 두 모델이 공존, 번영할 수 있는 싱가포르 상황(싱가포르 신흥부유층 사정)이 국낸에서도 연출되려면, 금융의 영역이든 부동산 자산의 영역이든 간에 고른 현상 유지 내지 발전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는 세계경제 침체 국면에서 한국 자산시장이 건전성을 어떻게 누리는가에 따른 것이다. 즉 두 기업의 공동 승리(윈-윈)이 되는 시장으로 우리가 부상한다면 이는 가장 좋은 경우겠지만, 예를 들어 SC측이 재미를 보지 못하고 부동산쪽을 다소 불안하게 봐 현금에 보다 무게를 둔 씨티가 성공하는 경우는 한국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반영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어느 쪽이 보다 큰 웃음을 지을지 점쳐보는 일은 단지 이들 두 은행의 경쟁이라는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펀더멘털이 어느 정도인지, 향후 경제의 구조가 어떤 상황으로 흘러갈지를 가늠하는 전망을 하는 문제로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는 SC가 과거 제일은행 시대와 달리 기업금융에서 모기지 대출 등으로 관심 영역을 옮겨서 이번에도 해당 문제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점 등을 초월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