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시청역 근처였지만, 아쉽게도 사람들은 퇴근이 바쁜 것인지 이 ‘나홀로 시위’하는 청년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청년은 요즘 한참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일인시위에 동참하고 있더군요.
D.K.K.K(Don't Kill Kangjung Kurumbi, 강정 구럼비를 죽이지 마세요)라고 글씨가 적힌 플래카드에는 대림산업과 삼성물산이 불법적인 구럼비 발파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개발이익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해군기지가 세워질 예정인 제주 구럼비 바위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부딪히고 있는 만큼, 그 얘긴 미뤄두고 오늘은 ‘일인시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일인시위 장소는 국세청 앞이라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 12월 참여연대가 삼성그룹에 대한 과세를 촉구한 것이 효시였는데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변칙상속 의혹을 제보한 참여연대는 국세청의 묵묵부답에 일인시위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당시 일인시위는 ‘외교기관의 100미터 이내에서는 집회를 할 수 없고, 집회는 2인이상을 말한다’는 집회와 시위에 관환 법률을 이용해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였다고 하네요. 이후 일인시위는 집회가 어려운 장소에서 새로운 시위문화로 자리 잡았고 다수가 1명씩 교대로 하는 ‘릴레이 일인시위’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일인시위가 호응을 얻으며 그 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시위에 나섰는데요. 이는 집단적 의사 표출의 방법으로만 인식됐던 시위가 개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이 된 것으로 보여 집니다. 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시위를 할 수 있는 ‘편의성’도 일인시위 인기에 한몫했습니다.
최근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이 일인시위의 파급력을 높였습니다. SNS를 통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은 일인시위는 대규모 시위 못지않은 파워를 얻고 있습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 한미FTA, 반값 등록금 등을 주제로 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혼자, 때로는 릴레이 형식으로 광화문 등 다양한 곳에서 일인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죠.
꽃샘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인시위를 얘기했지만 아무쪼록 진실된 소리가 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