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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연비 종결자’ 프리우스의 주행성능은…

850km에 40리터…고속주행 파워모드에선 간단히 180km/h

김병호 기자 기자  2012.03.20 11: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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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는 기름값. 차량 운행이 무척 부담스럽지만 자동차 운행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이 많다. 연료효율성이 높은 차량으로 눈이 쏠릴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어느새 자동차 ‘덕목 1번’이 돼버린 연비. 독일 디젤차량이 연비 좋다고 소문났지만, 너무 비싸다. 다른 대안이 없을까?

도로엔 가솔린엔진과 전기배터리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차량이 늘고 있다.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기아차 K5 하이브리드 등이 꽤 괜찮은 대안으로 꼽힌다. 연비도 좋다. 하지만 ‘원조(元祖)를 따라가지 못하겠지’라는 생각도 든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원조는 토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대중화를 선도하며 보다 많은 고객에게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알리고자 기존보다 660만원(17%) 낮춘 실속형 모델인 ‘프리우스 E’ 모델의 모습.
1997년 토요타는 세계 최초로 양산형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를 선보였다. 프리우스는 출시와 동시에 친환경, 고연료 효율의 이미지를 굳히며 날개가 달린 듯 팔려 나갔다. 2008년까지 프리우스는 세계 43개국에서 120만 운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달 21일 출시된 신형 프리우스는 기존의 파워트레인과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외부 디자인과 편의 사양의 변화를 가져온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특히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기존 단일 모델에서 총 3가지 트림으로 모델을 다양화하고 가격을 최대 660만원(17.4 %) 인하하는 마케팅전략까지 선보였다.

하이브리드의 원조, 토요타의 첨병(尖兵)이라 불리는 신형 프리우스를 만나봤다. 시승은 서울을 출발해 대구를 거쳐 돌아오는 코스와 서울도심 일대 등 850km에 해당하는 2박3일 코스다.

먼저 외관은 최첨단 공기역학 이론을 적용한 디자인이 채택됐다.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은 공기저항계수를 0.25cd로 낮췄으며, 공기저항을 감소시켜 연비 향상과 풍절음을 최소화했다. 리어 캐릭터 라인도 공기의 흐름에 순응하듯 뒤쪽까지 뻗어 있어 전체적으로 심플한 모습으로 철저히 고연비 확보와 정숙성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이라는 느낌이다.

내부 역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심플하다는 것. 각종 버튼이 간략하게 정돈돼 있다. 중앙의 디지털 계기판엔 주행에 관련된 현재 속도부터, 배터리 충전상황, 연비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특히 하이브리드 관련 정보는 총 주행거리, 100km당 연료사용량, 시간당 평균 주행거리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내부에서 수동 연료 주유구와 시동 시에만 작동되는 전동식 사이드 미러와 같은 편의 사양에서 아쉬운 점을 남겼지만, 심플한 내부디자인과 올 윈도우, 사용이 용이한 기어 등의 사양은 이를 간과하기에 충분했다.

   
신형 프리우스의 내부는 심플하게 각종 버튼이 간략하게 정돈돼 있으며, 중앙의 디지털 계기판엔 주행에 관련된 현재 속도부터, 배터리 충전상황, 연비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본격 시승에 올랐다. 상습정체 구간인 올림픽도로를 지나 동서울, 대구로 이어지는 코스다.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켰다. ‘삐~’ 하는 전자음과 함께 계기판에 ‘READY’라는 불이 들어왔다. 주행준비가 끝났음을 알리는 것이다. 시동 후, 무엇보다 조용한 엔진음이 기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정지 시에도 EV모드가 번갈아 작동돼 시동이 걸렸는지 느낄 수 없을 정도다.

가속페달을 밟고 도심으로 나갔다. 주말이라 차량이 많아 가다 서다를 반복했지만, 한참을 지나도 주행가능거리에는 변화가 없다. 기름이 한 방울도 닳지 않았다는 뜻이다. EV모드로 전환을 하지 않아도 속도가 65km까지는 전기 모터로 주행이 가능해 정체구간에서 완벽한 친환경 자동차라 할 수 있겠다. 굳이 흠을 찾자면, 힘을 받아야 하는 출발 및 가속에서 EV모드는 가속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이를 답답하게 여겨 엑셀을 무리하게 밟는 순간 EV모드 구간을 벗어나며 기름이 소요됐다.

프리우스에는 이 같은 주행모드가 두 개 더 있다. 최적의 연비를 달성하기 위한 ECO 모드, 스포티한 주행을 가능케 하는 파워 모드다. 총 3가지로 구성된 주행모드는 다이내믹한 운전의 즐거움과 고연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충분하다 평가된다.

도심을 빠져나와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도심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정체가 반복됐다. 이번엔 주행모드를 ECO 모드로 맞췄다. ECO 모드는 엔진과 전기모터가 동시에 구동된다. 특히 감속이나 정차를 위해 브레이크를 밟을 때는 엔진 구동이 멈춘다. 대신 제동으로 인한 운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돼 배터리에 저장된다.

중앙고속도로를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주행성능을 테스트해 봤다. 프리우스의 파워트레인은 1798cc 직렬 4기통 DOHC VVT-i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99마력, 최대토크 14.5kg․m의 성능을 낸다. 거기다 500V AC 모터가 82마력의 성능을 보조한다. 공인연비는 29.2㎞/l.

   
프리우스의 중앙계기판은 주행중 EV모드, ECO모드, 파워모드 등의 확인이 가능해 효율적인 드라이빙을 가능하게 만든다.
주행모드는 파워모드. 속도를 올리자 ECO 모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힘을 발휘하며, 다른 색깔의 모습으로 선사한다. 순식간에 최고속도는 180km를 기록했지만, 핸들의 떨림, 소음면에 탁월한 성능을 나타냈다. ECO 모드에서 80km이상 속도를 올리려면 답답한 느낌이 있지만, 파워모드는 이를 완전히 뒤집어 고속주행에 적합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이브리드 차량이 고속주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다.

고속주행 중 코너를 만났다. 고속으로 코너를 돌아 빠져나와도 무리가 없다. 핸들링에 따라 차체가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서스펜션이 차체를 튼튼하게 지탱해 부드러운 코너링이 가능하다.

주차 시엔 프리우스의 진가가 다시 한 번 발휘된다. 프리우스는 주차 도우미 기능을 갖추고 있다. 터치스크린으로 모니터에 나타난 주차공간을 선택하면 차량이 스스로 핸들을 돌려 주차를 한다. 운전자는 기어변속과 가속페달의 강약으로 속도만 조절하면 된다.

후방주차와 평행주차 기능이 동시에 지원된다.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다음날 대구에서 서울을 도착해 연비 실험을 위해 최대한 서울 도심을 돌아다녔다. 때문에 총 거리 850km에 이르는 구간에서 다양한 주행모드를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평균 연비는 4.8L/100km, 계산해 보면 20.8km/L에 해당된다. 1박2일간 850km 거리를 주행했음에도 40L 가량의 기름을 소요한 것이다. 시승기를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거친 결과론 만족할 만한 수치다.

신형 프리우스는 운전자의 습관이 무서울 정도로 연비에 영향을 미쳤다. 스피드광이 아닌, 정속주행과 안전운전이라면 한번 주유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충분히 가능하다. 역시나 연비 종결자 프리우스라 불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