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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금투협회장 호출 굴욕’ 다음 얘기 더 기막혀

금융위의 금투협 버릇고치기? “업무협의 거부하고 체육대회서도 왕따”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3.20 1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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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모 임원은 ‘금융위가 한 달 안에 금투협을 끝장낼 수도 있다’며 극도로 불안해했습니다. 이미 금융위가 모든 업무협조를 거부하다시피하고 협회장이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마당에 직원들은 겁을 먹을 수밖에요. 이번에 친목 체육대회에서 우리만 뺀 것도 괘씸죄 때문 아니겠습니까?”(금투협 관계자)

연초부터 조금씩 불거졌던 금융위원회와 한국금융투자협회 사이의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양측의 마찰은 금융위가 금투협 본관으로 이전을 검토하면서 시작됐는데요.

이후 금투협 노조가 집회 등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난했고 이에 김석동 위원장이 금투협 박종수 회장을 ‘소환’하는 강경대응으로 맞서자 사태는 더욱 악화됐습니다. 업계 일각에서 ‘유치한 소모전’이라는 빈축이 쏟아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결정적인 파문은 지난 8일 연이어 벌어졌습니다.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 정문에 금투협 노조 명의로 현수막 두 장이 걸리면서부터였지요. 현수막은 금융위의 강압적인 협회 이전 추진에 반대한다는 내용으로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비난하는 문구도 포함됐는데요.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현수막이 걸리던 날 금융위 자본시장국 직원들이 총동원 돼 금투협노조에 현수막 철거를 부탁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하고만 있을 금융위가 아니었습니다. 김석동 위원장이 직접 나선 것이지요.

그날 금투협 박종수 회장은 김석동 위원장에게 불려가 ‘구두경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눈여겨 볼 점은 1947년생인 박 회장이 1953년생인 김 위원장보다 7살 연상이고 경기고등학교 선배라는 사실입니다. 박 회장이 ‘새카만’ 고교후배에게 호출당해 싫은 소리를 들은 격이라 직원들의 사기가 곤두박질칠 만하지요.

최근 기자와 만난 한 금투협 관계자는 한숨부터 쉬었습니다. 그는 “금융위 기세에 눌려 회장은 물론이고 직원들이 기 조차 못 펴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여기에 요즘에는 갖가지 치사한 방법으로 금투협을 유관기관들 사이에서 ‘왕따’시키려 한다는 노골적인 반응도 나왔습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8일 김 위원장은 박 회장을 불러 금융위 이전에 대해 박 회장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다는데요, 같은 날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 현수막 때문에 특히 심기가 불편했다는군요.

금융위는 이날 금투협에서 파견된 직원을 일방적으로 돌려보내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이 직원은 파견 근무기한이 불과 열흘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소박’을 맞았다고 합니다.

금융위 이전을 반대한 괘씸죄로 박종수 회장 호출과 파견직원 복귀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들 만한 대목입니다. 특히 금융위가 최근 금투협과 업무협의를 중단하고 5월 예정된 체육대회 참석 명단에서 금투협을 뺀 것에 대해서는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입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의 말을 빌자면 “요즘 금투협 직원들이 업무 협의 차 금융위에 가면 ‘그냥 가라’는 대답만 듣고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또 “금융위 일부 임원들 사이에서 ‘이번 기회에 금투협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고 하네요.

또 금융위원장 주최로 오는 5월 개최되는 금융업계 친목 체육대회에 당초 금투협도 참가 요청 공문을 받아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이 역시 무산됐습니다.

다른 금투협 관계자는 “금융위가 이미 지불한 체육대회 참가비 120만원을 돌려주며 ‘금투협은 안 와도 된다’고 통보했다”며 “더럽고 치사하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금융위 고위 인사인 A씨를 이번 갈등의 핵심 인물로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A씨를 주축으로 특정 행정기관 출신 인사들이 금투협 본관 이전을 밀어붙인 것”이라며 “최근 금투협에 대한 악의적인 훼방도 그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금융위 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요. 금투협 파견 직원을 돌려보낸 것은 근무 기간이 거의 다됐기 때문이고 체육대회에 금투협이 불참한 것은 운영상 편의를 위해 부득이하게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금융위 이전과 관련해 금투협 노조 측은 올 초부터 꾸준히 반대 의사를 밝혀왔는데요. △금융위가 요구하는 공간을 내주려면 자본시장연구원, 애프앤가이드, KTB자산운용 등 기존 입주사를 내보내야 하고 △회원사의 회비로 운영되는 협회 건물을 금융위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또 △민간 기구인 협회 건물에 감독기관인 금융위가 입주하는 것은 협회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아직 금융위의 이전이 결정된 것은 아닙니다. 지난 16일 금융위 추경호 부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금투협 반응이 과도하다”며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현재 금융위는 금투협을 포함해 IFC, 프레스센터 등도 후보지로 검토 중이라고 하네요.

한편,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 관련 정책토론회가 열렸는데요, 김석동 위원장과 박종수 회장은 여기서 어색한 조우를 했습니다. ‘구두경고’ 사건 이후 닷새 만이었지요.

주최자인 새누리당 이사철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고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토론회 분위기는 썰렁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박 회장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지만 김 위원장은 유독 일찍 토론회장을 빠져나갔는데요. 업계 화두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논하는 자리에서 두 기관장의 불편한 관계를 엿본 업계 관계자들의 마음은 꽤나 무거웠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