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천년 가는 기업’을 만들기로 목표를 설정하여, 미래의 그늘(Shadow of the Future)을 충분히 확장하였다.
이제 이기적 존재들 간에 자발적 협동이 일어날 수 있는 첫 번째 환경을 마련하였으니, 다음에는 유전자만큼이나 이기적이라고 설정한 기업(Selfish Enterprise)과, 이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가정(家庭)이라는 자신만의 단위 사회를 경영하고 있어서, 궁극적으로는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성원 간에, 어느 한 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승-승을 설계하여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등장하게 되었다.
회사에 봉직하고 있는 동안 늘 일을 위하여 가정과 가족을 희생한 적이 많다고 자부하는 임직원들이 많이 있다. 그들에게 물어보라. 만약 직장과 가정 중 부득이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어느 편을 택할 것인가를….
실제의 경영 현장에서는 이런 난처한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이를 금기(taboo)로 삼아 기업이나 구성원들이 상호 조심하는 까닭에, 이와 같은 양자택일에 직면해야 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만에 하나 이런 경우가 닥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절대 다수의 구성원들이 직장을 포기하고 가정을 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충성도(loyalty)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능과 관련된 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승-승의 설계를 논의하기 전에, 먼저 스티븐 코비 박사가 그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에서 정의한 승-승의 성품을 살펴 보기로 하자. 신뢰성(Trustworthiness), 성실성(Integrity), 성숙성(Maturity), 풍요의 심리(Abundance Mentality) 등이 그것인데, 다 중요하지만 특히 ‘심리적 풍요로움’이 중요하다.
다른 세 가지 성품은 본인의 주도적 노력으로 함양하여야 하는 자기리더십(Self Leadership)의 덕목에 해당하는 성품임에 비하여, 이 ‘풍요의 심리’라는 성품은 조금 달라서, 개인 고유의 긍정적 천성에 의하여 많고 적음이 생기기도 하지만, 어떻게 환경을 설정하여 주는 가에 따라 많이 좌우 되는 품성이기 때문이다.
즉, 나누어 줄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도록 환경을 설계해 주는 경우, 이기적 존재들 간에도 큰 어려움 없이 승-승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스티븐 코비 박사는 이러한 설계 작업을 ‘승-승의 각본화(Win-Win Scriptizing)’라고 명명(命名)하였다. 즉, 상호 작용(interaction)을 하는 개체들이 나누어 줄지 않는 가치를 공동 추구하도록 합의케 함으로써 승-승에 의한 시너지가 자연스럽게 생겨나도록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부동의 미드필더로서 활약하던 유상철 선수가 있다. 성실한 이미지답게 은퇴 후 어린이 축구단의 코치가 되어 그 팀의 이름을 ‘슛돌이팀’이라고 지어 붙이고, 즐기는 축구를 어린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그의 모습을 TV 화면을 통해 보았다.
우리의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 축구라는 경기란 승-패(Win-Lose)의 게임이다. 멀리 축구의 본 고장이라는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에서 일어나는 팬들의 광적인 소동도 그렇고, 가깝게는 한일축구전에서 열광하는 팬들의 높은 관심 역시 승-패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린이들로 구성은 되었지만, 이 역시 축구팀의 속성을 가진 슛돌이팀의 목표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이 축구팀이야 말로 그 구성원은 ‘어린이’이므로 그들이 소년으로 자라면 팀을 ‘떠나야 한다’. 선수, 나아가서 코치도 언젠가는 떠나지만, 이 팀의 목표 중에는 오래오래 그 취지를 살려가며 존속되어야 한다는 목표도 있어야 할 것이다.
유상철 코치에게 물어본 적은 없으나, 이 팀을 영구히 존속, 발전시키기 위하여, 스티븐 코비 박사의 ‘승-승 각본화’ 과정을 따라가 보면 대체로 아래와 같은 하위 목표들이 생겨난다.
첫째는 축구라는 게임의 속성에 충실하여 어쨌든 이기는 것이다. 지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란 없다. 다만 이기는 것이 전부냐 하는 문제를 각본화의 개념을 도입하여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무엇일까? 아마도 최선을 다 했는가 하는 구성원 각자에 대한 물음일 것이다. 공정한 게임을 하고, 게임에 최선을 다했다면 승-패의 결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들의 팀이므로 아이들을 팀에 보낸 부모들도 어쩌면 승-패보다 이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네 번째는 즐기는 것이 아닐까?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졌다고 꼭 즐겁지 말란 법은 없지. 팀 동료를 돕는 과정, 그 결과를 공유하기, 게임 끝나고 되돌아 생각해보면 즐거운 이야기 거리가 꼬리를 문다. 승-패를 떠나서 게임을 즐겼는가를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 번째는 무엇을 배웠는지 정리해 보면 어떨까? 게임이 끝나면 팀 선수들이 모여 앉아 오늘 게임에서 배운 점이 무엇인지 서로 의견을 나누게 하도록 한다. 오늘 배운 점을 활용한다면 다음에는 어떻게 달리 플레이 할 수 있을지, 다음 게임이 기다려질 것이다.
[다음 회엔 ‘승-승의 각본화②’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