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세간에 ‘1도 2부 3빽 4전’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도망가라. 잡히면 부인하라. 그도 안 통하면 빽을 동원하라. 마지막엔 돈을 쓰라’는 말이다.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금년 들어 프로 배구에서도 전·현직 선구들이 불법 도박 브로커와 짜고 승부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다.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까지 승부조작이 현실로 드러났다.
구단이 연루설이 나도는 선수에게 확인했으나, 한결같이 “절대 관여하지 않았다”는 대답을 들었다. 혐의를 받던 한 선수는 기자회견을 열어 결백을 호소했다. 어떤 이는 “혈서를 쓸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소문이 돌던 선수 대부분은 검찰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다수 감독과 팀 관계자들은 “우리 종목은 원천적으로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가담 사실을 검찰에서 인정한 선수를 출전시킬 요량으로 경기장을 데리고 온 팀도 있었다. “운동만 해서 세상 물정을 모르는 선수들이 실수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얼마 전 한 지방 의과대학 외과 교수가 제자들에게 전문의 시험 문제를 유출한 사실이 보도되었다. 그 신문은 “문제 유출은 어느 정도 공공연하게 이뤄져온 관행”이라는 외과 전문의 의 말도 보도하였다. 어떤 의사들은 “내가 붙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떨어지는 시험이 아니어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도 했다.
교육감 몇 명이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혐의내용으로 그 교육감이 대학 총장시절에 기성회비에서 인건비를 보전했고, 대학발전 기금에서 대외활동비를 받았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하였다. 이에 그는 “모든 국립대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중략) 교과부가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우선 관행이었다면서 그게 뭐가 잘못이냐고 반문(?)한다는 점이다. 비록 관행이라 해도 법을 어겼다면 어긴 것이다. 관행이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는 걸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그럴 듯한 상황논리를 내세워 판단의식을 흐리게 한다는 것이다. 순진해 몰랐다고 해서, 또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해서 위법이 적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오랜 관행’라고 오리발을 내밀거나 ‘그럴듯한’ 논리로 논점을 호도하려는 시도가 그야말로 관행처럼 굳어졌다. 정치판의 단골이 이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느낌마저 들어 모골이 송연하다.
조사결과 우리 어린이들은 연예인을 가장 선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가 재밌다. ‘멋져보여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의사 2위, 교사 4위, 운동선수 6위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은 자기가 닮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배운다. 그런 만큼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겐 그만큼 높은 수준의 도덕률이 요구된다.
사형선고를 받고 투옥되어 있던 소크라테스에게 한 친구가 탈옥을 권유했다.
“내가 도망가면 결국 나라의 법을 어기는 거잖아. 모든 백성이 나처럼 법을 어기면 그 나라는 곧 망하고 말거야. 이것은 나를 태어나게 하고, 길러주고, 가르쳐 준 나라를 배신하는 행동이야.”
그에겐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나라의 법을 지키고 국가에 배신하지 않기 위해 도망가지 않았다. ‘비록 그게 오랜 관행이라고 해도 그건 내 잘못’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백보 양보해서 비록 관행이었고 몰랐다고 할지라도, 잘못 했다면 당당하게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멋진’ 모습을 보고 싶다.
우헌기 ACC 파트너스 대표코치 / (전)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 / (전) 택산상역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