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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시장 뚫기 만만찮네~” 카드 전업계의 고민

현금인출기능·향후영업방법 등…카드사 vs 은행 ‘의견 팽팽’

이지숙 기자 기자  2012.03.19 08:5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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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업계 카드사들의 체크카드 시장 진출이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대표 전업계 카드사인 현대, 삼성, 롯데 중 시중은행과 협약을 맺고 체크카드를 시장에 내놓은 카드사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은 시장 진출을 위해 현금인출기능 등 기존 은행계 체크카드와 같은 기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시중 은행들과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2일 금융당국은 체크카드 활성화를 위해 5대 시중은행과 협의해 전업계 카드사들의 은행 계좌이용에 적극 협조하고 수수료율도 0.2% 이하로 대폭 인하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협의를 한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과 농협중앙회 중 현재까지 주요 전업계 카드사와 협약을 맺고 계좌이용을 허용하고 있는 곳은 단 한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크카드 활성화’의 일환으로 금융당국의 지시가 내려왔지만 ‘은행 맞춤형’인 체크카드에 전업계 카드사가 발을 붙이기 쉽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은행과 카드사들은 ‘현금인출기능’에 대한 부분에 가장 큰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업계 카드사 “키는 은행이 쥐고 있다”

삼성, 현대, 롯데 등 주요 전업계 카드사들은 모두 시중은행과 체크카드 발급에 대해 논의 중이나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합의사항에 대한 노출을 꺼렸다. 또한 현재 은행계 체크카드와 동일한 기능이 아니라면 체크카드를 발급해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 임에도 불구하고 ATM에서 현금을 찾을 수 없다면 고객유인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금인출기능을 제외하고 체크카드를 만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계좌 이용도 모자라 현금인출 기능까지 카드업계에 주는 것을 상당히 꺼려하는 분위기 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지주 안에 같은 계열 카드사가 있는데 모든 카드사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상당시간 많은 비용과 인프라를 투입해 만들어 놓은 것을 공짜로 이용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은행, 카드 등 여러 이익단체가 엮여 있는 만큼 금융지주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지시가 내려온 사항인 만큼 준비는 하고 있으나 중요한 키는 은행이 쥐고 있다”며 “은행에도 공적자금이 들어간 만큼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전업계 카드사에게도 문을 좀 더 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은행 “전대미문 상황…모든 상황 고려 중”

한편, 전업계 카드사들이 체크카드 발급에 진척을 보이지 않는 동안에도 체크카드 시장의 성장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계 카드사들도 하이브리드카드와 다양한 상품 출시로 소비자들의 체크카드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1년중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체크카드의 일평균 이용실적은 520만건, 결제금액은 1903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34%, 34.1% 증가했다. 체크카드 발급장수도 8464만장으로 전년대비 14.1% 상승했다.

각 카드사들의 실적도 상승세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12조5745억원의 이용실적을 기록해 체크카드 부분 1위를 달성했으며 신한카드는 지난해 9월 출시한 ‘S20체크카드’ 회원이 50만을 돌파했다.

하지만 전업계 카드사들은 체크카드 활성화에 동참하기까진 앞으로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들마다 입장도 다르고 현금인출기능 등 선결과제가 많이 남았다”며 “내부적으로 체크카드에 대한 스터디를 계속하고 있으며 한계가 있을 순 있지만 풀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협의 후 발급과정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체크카드 개발 후 은행창구에서 우리 전업계 카드를 팔아줄 것인지 하는 부분도 검토되어야 한다”며 “은행 창구에서 카드 발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체크카드 영업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 은행관계자는 “은행의 영역을 전업계 카드사와 같이 사용하는 것은 전대미문 상황인 만큼 향후 시너지에 대해 모두 의문이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카드만 이용하던 사람이 새로 계좌를 트면 신규고객이 될 수도 있는 만큼 향후 예상되는 모든 효과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금인출기능에 대한 망을 공유하는 것은 실무진들이 논의 중이지만 향후 은행 창구까지 공유하는 부분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