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943년 3월 발표된 미국의 ‘무기대여법(Lend&Lease Act)’으로 미국은 연합국의 병기창(무기공장)을 자임했다. 이 법에 따라 미국이 전세계에 뿌린 무기와 군수품의 값어치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약 500억달러 규모. 총 38개국에 지원된 무기는 연합국의 승리에는 기여했지만, 대부분 미국이 돌려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법을 통해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영국 수상이었던 윈스턴은 이 법을 가리켜 “기록된 역사를 통틀어 가장 이타적인 행동”이라 평했지만, 실제로 전후 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구축하는 데 가장 큰 기본틀을 갖췄던 것이다. 연합국들(이들이 이후 국제연합의 설립 주체들이 되는데)을 미국의 채무자 국가로 묶은 셈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미국 산업이 대공황 이후 전시특수로 인해 주름살을 모두 펴는 효과도 계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풀이도 있다.
곧 개봉할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전람회가 부른 ‘기억의 습작’이라는 곡이 빠지느니 마느니 하는 문제를 놓고 시끄럽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5일 음악저작권 사용료 징수규정안을 승인 공고했는데, 이에 따르면 영화 제작사가 영화음악과 관련해 공연권 사용료로 입장료 수입에서 한 곡당 극장요금의 0.06%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제공해야 한다.
즉, 영화 제작사가 향후 음저협에 등록된 음악을 영화에 사용할 경우에는 기존에 지불해 오던 복제권 사용료 이외에 공연권 사용료까지 관객동원 규모에 비례해 내게 됐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충돌의 첫 그라운드가 바로 3월22일 개봉할 ‘건축학개론’에서 전람회의 노래를 빼느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저작물에 대한 권리 보호, 2차적 이용권에 대한 활용이 이전에 법체계를 만들 때 상상하던 이상으로 확정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발전에 비례해 새로운 구상을 더해야 한다는 주문을 도외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또 음악 공연권 사용료가 덧붙는 만큼 영화 관람료가 더 붙을 테니 주머니에서 지출이 늘지 않겠느냐는 투정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을 하고 압력을 행사하는 게 다름 아닌 음악이라는 콘텐츠 생산자들을 대변하는 단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실제로 우리 음악계가 그간 저평가되었지만 근래 비상하는 것은 국내 시장도 커졌지만 ‘한류’라는 문화 현상으로 해외에서 그만큼 선순환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류란 무엇인가? 몇몇 좋은 음악들과 걸출한 아이돌 그룹들이 빚어낸 현상은 분명 아닐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가 먼저 닦은 한류 시장에 음악이 밥숟갈을 얹었다는 뜻이 아니다. 여러 영역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함께 유기적으로 진출을 할 때 그 파급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그렇다 해도 앞으로 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지 말지 확실치 않다.
그럼에도 이미 한국 노래들 뺀 영화 못 만들 것 같으냐는 반발이 영화계에서 나올 정도로 현재 상황은 흐르고 있다.
이는 큰 그림에서 볼 때 영역간 유기적 협력을 저해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신승훈의 ‘I Believe’가 올린 반사 효과를. 이렇게 영화에 어울리고, 좋은 음악이 들어가고, 그렇게 몇 곡만
한국 영화계가 스타 개런티의 과도한 지급으로 체력 자체는 심히 약하다는 동정론은 새삼 거론하지 않겠다. 어떤 게 정녕 내 파이를 키우고 편하게 상수를 두는 길인지 음악인들이 머리를 맞대 주기 바란다. 당장 푼돈에 연연해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째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