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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영국 경제개혁 배우자고?

기획재정부가 영국복지개혁법안 뒤적이는 모습이 걱정스러운 이유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3.19 07: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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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실물경제 침체에 직면한 영국 정치권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영국의 ‘복지개혁법안’이 의회 통과 및 국왕 재가를 거쳐 지난 9일(이하 모두 각국 현지시간) 법률로 확정됐다. 영국은 2015년까지 180억파운드(약 32조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영국 오스본 재무장관이 쪼그라든 중산층(Squeezed Middle)을 위한 각종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3월17일 텔레그래프는 오스본 장관이 예산 관련 연설(오는 수요일 연설)에서 50%대 세율로 악명 높은 영국 세금 시대의 종언과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The Budget is also expected to signal the end of the 50p income tax rate and unveil a clutch of other ‘business-friendly’
     
 
moves…”)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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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는 지난 여름부터 11개 기업 감세지역 지정설을 흘려 왔으며, 최근에는 주택 경기 부양을 위해 10억파운드(약 1조7700억원)를 투입한다는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점은 근래까지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부자 감세 정책 등 일련의 흐름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우리 정부 역시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18일 영국 복지 변화 분석 보고서, 아전인수?

기획재정부는 휴일인 18일 보고서를 통해, 영국의 이번 정책 흐름에 대해 분석하고 나섰다. 기재부는 영국 등 유럽 선진국들이 과다한 복지지출을 줄여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또 복지혜택 조건을 엄격히 규정해 일하는 빈곤층 근로자에게 도움을 주는 맞춤형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개편을 보면, △소득보조 △구직자 수당 △고용 및 지원수당 △주거급여 △근로세액공제 및 아동세액공제제도 등을 폐지했다. 이에 대해 독일이 이미 단행한 개혁과 같이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조치라는 풀이를 내놓은 국내 언론 보도도 있었다. 실제로 독일이 이미 도입한 ‘점프 2000’ 시스템이 이런 일하려는 자를 위한 복지와 유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국의 이 같은 논의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이미 반대 여론이 많아 현재 논의되는 밑그림 그대로 모두 추진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경기 부양과 이를 위해 위축된 중산층에 대한 지원 등에 나서는 일도 절실하지만, 이 같은 정책적 초점을 어디에 우선 순위를 둘지에 대해 이견이 여럿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자유민주당-노동당, 현재 정책 흐름에 ‘갸우뚱’

스카이뉴스는 17일, 노동당의 리더인 에드 빌리반드는 젊은 실업자에 대해 예산의 포커스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아울러 자유민주당이 부자에 대해 세금을 더 물리는 안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자민당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대니 알렉산더 예산처 장관이 불편한 처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실제로 이전에 알렉산더 장관은 내년 선거공약에서 과세 최저한도를 연소득 1만2000파운드로 올리는 방안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여기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고 이는 현재의 정치 상황을 뒤흔들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피치는 벌써부터 경고음, 은행들과 대기업 어깃장

그렇다고 국제 신용평가사들이나 영국의 대형은행, 기업체들이 현재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펴는 구상에 마냥 호의적인 것만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내우외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며,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어중간한 소비진작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은 이미 지난 2011년 여름 대규모 폭동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영국 언론들은 이를 ‘좌절 세대의 집단 약탈’로 사태를 규정했다. 즉, 실업과 빈곤에 빠진 ‘희망 상실 세대’의 청년들이 빈 주머니와 암울한 미래로 인해 폭발했다는 지적이다. 언론은 당시 영국의 청년실업률 20%에 주목했다. 이런 상황에 초점을 중산층 보조와 기업 활동, 부동산 거래 활성화 등에 더 많이 둔다는 신호를 보내는 게 과연 옳으냐는 반론이 부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지는 풀이다.

   
용평가사 피치는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종전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처하면서 영국의 경제 펀더먼털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영국 파운드화 합성사진.
그렇다고 이러한 정책적 흐름으로 돈을 쓰는 문제에 국제 사회가 호의적인 것도 아니다. 일례로, 신용평가사 피치가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종전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는 문제를 보자.

이는 어떤 식으로 대규모로 재정하든 간에 영국의 경제 펀더먼털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의 17일 기사 역시, 영국 국책 싱크탱크인 재정정책연구소(IFS)가 재정과 국가 채무에 대해 내놓은 풀이를 피치의 우려와 동렬에서 파악하고 있는 뉘앙스로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체들과 은행이 나름대로 상당한 배려를 받으면서도, 자기들의 문제점을 개혁하려는 일부 문제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저항하고 있는 점 역시 현재 정책 기조가 제대로 풀릴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낳는 대목이다.

재계 당국에 파상 반발 공세, 해외도피 궁리만 하는 HSBC
 
근래 영국에서는 산업자본과 금융권에 대해 썩은 살을 도려내라는 주문을 몇 가지 한 바 있다. 하나는 △영국 소매금융과 거래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기업금융과 방화벽을 치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업체 간부들이 실적이 신통찮은 경우에도 고액의 보너스를 챙기지 못 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14일 빈스 케이블 산업경제부 장관은 이 같은 법안 도입 구상을 공론화했다. 케이블 장관은 “서민들은 팍팍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기업 경영진들은 일시에 엄청난 보수를 챙기는 데 대한 공분을 완화하기 위해 경영을 평범하게 했거나 실패한 경우에는 보상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국 재계는 이러한 상황에 내심 불쾌해 하며 기회가 닿을 때마다 반발하고 있다. 은행권은 중소기업 대출 등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당국을 무시하고 있다.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은 17일 ‘도망갈 준비 중인 HSBC, 대출구상 참여 거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HSBC와 버클레이즈 등 대형은행들의 이러한 움직임을 소개하면서, 소규모 대출을 활성화하기를 바라는 당국 구상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는 이미 고환율 정책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누려온 우리나라 대기업 및 금융권이 정권 말 도움을 바라는 정부에 사실상 등을 돌린 행태와 흡사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8일 최근 313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휴일근무를 연장근무에 포함해 근로시간을 제한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84.0%가 ‘타당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휴일에 사람답게 쉴 권리를 보장하라는 사회 여론과 이를 의식한 당국의 암묵적 압력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카드 최기의 사장은 카드 수수료 인하를 원하는 소상공인과 당국에 “여력이 없다”며 선을 긋고 나서기도 했다. 

충분히 누린 한국 재계 배신과 흡사, 향후 재정 초점 변화 여부에 주목
   
기획재정부는 3월18일 보고서를 통해, 영국 등 유럽 선진국들이 과다한 복지지출을 줄여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재부는 또 영국이 복지혜택 조건을 엄격히 규정해 일하는 빈곤층 근로자에게 도움을 주는 맞춤형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재계 등을 위주로 소비 진작 등을 구상하는 정책 흐름, 이른바 트리클 다운(적하 효과) 구상이 과연 제대로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 이러한 구상이 재계나 중산층(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그 이상 계층이 득을 본다)에 의해 나중에 보답을 받는지에 대해서 점검을 다시 할 필요를 영국은 직면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우리나라 역시 같은 문제를 유사한 구조로 비슷한 시점에서 겪고 있는 데다 그 개편 논의가 총선 및 대선 임박 국면에서 이미 불붙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현재 상황을 아전인수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영국의 이런 논의 흐름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고 내부적으로도 갈등이 여실하기 때문에, 우리의 벤치마킹 역시 이러한 전체적인 그림을 모두 본 다음에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논쟁이 이뤄져야 팔 필요가 높다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