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정전 사태가 빚어졌던 미국 보스턴의 한 고급 식당이 고기를 동물원에 대량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는 외신을 읽엇다.
미국 메사츄세츠주에서 운영되는 텔레그램닷컴은 보스턴의 스테이크 전문점인 '캐피탈 그릴'에서 정전 사태를 겪은 후 메사츄세츠의 한 동물원에 고기를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1톤 가량이라는 고기의 양도 그렇지만, 정전으로 못 쓰게 된 게 아니라는 고기의 질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가게에서는 정전이 되자, 바로 냉장 차량을 수배, 고기를 옮겨 보관했다고 한다. 그러니 실상은 이 고기를 바로 사람이 먹어도 무방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레스토랑측은 이를 손님들에게 내놓을 수는 없다고 판단해 동물원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른바 신뢰의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아무리 구구절절히 설명을 해도 고객이 고기의 품질에 의심을 남김없이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결정에 한몫을 거들었을 것으로도 추측된다. 이미지를 위해서 이 정도 손실은 아프지만 감수하는 게 낫다고 고려했을 법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소식이 알려지자, '우아한 결정'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 고기와 냉장 트럭, 스테이크 전문점이 빚은 미담 사례를 보면서 새삼 우리 나라 은행계가 근래 몸살을 앓고 있는 근저당설정비 반환 집단 소송 문제를 떠올려 봤다.
그간 담보대출을 받을 때, 은행에서 담보물을 잡을 때 필요한 등기비용과 근저당설정을 처리하는 법무사 수수료 등을 고객에게 받도록 은행마다 약관이 정해져 있었다. 이것이 이른바 근저당설정비다.
그런데 이런 표준약관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비용을 전가하는 불공정약관이라 하여 소송이 발생했고, 대법원에서도 이 불공정성을 확인해 준 바 있다.
이에 따라 그간 근저당설정비를 물었던 고객들이 비용을 돌려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고, 이것이 집단소송화할 움직임도 있다.
문제는 은행권이 이런 비용을 설사 고객이 졌다고 해도 우대금리 등 다른 여러 조건을 함께 감안해 거래를 맺은 것이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계에서는 큰 지출을 유발할 수 있는 이 집단소송으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기도 하나, 그런 한편 이 소송의 승패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집단소송으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경우에도 2,3년 가량은 걸린다는 시간적 유리함도 계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분히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 고기임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머금고 동물원에 선물한 스테이크 가게의 사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최상의 서비스에는 이미지도 들어간다는 점은 은행계에서 이미 익히 알고 있다. 그러기에 수많은 광고를 통해 믿을 수 있고 따뜻한 금융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대법원 판단까지도 난 사안에 다음 소송에서는 이길 여지가
고기처럼 근저당비 문제를 처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바젤III 시대 준비로 비용 지출에 부담이 적잖은 사정은 익히 알고 있지만, 전액 반환이 아니더라도 일부 반환 조정 등 길도 없지 않을 것이다. '신뢰자본'이란 그렇게 형성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