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식 기자 기자 2012.03.16 18:24:27
[프라임경제] “반지하도 괜찮아요? 아니면 월세는 많은데….” 지난 14일 오후 신촌 대학가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사회 초년생임을 밝히고, 5000만원대 전세를 찾으러 왔다고 하자 공인중개사 관계자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건네는 말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월세는 40~60만원대다. 전세대란과 고가월세의 후폭풍은 대학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남 인근 가장 저렴한 월세가 50~60만원대임을 감안한다면 최소 이보다 부담은 없을 것이란 생각도 자연스레 무너진다. 대학가 중심에 자리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을 따라나섰다.
서울 신촌 지역 3층짜리 연립형 다세대 주택으로 갔다. 계단을 올라 2층 입구에 신발을 벗고 들어간 원룸 크기는 6평 남짓. 옵션인 냉장고, 세탁기, 주방기기 그리고 화장실을 제외한 공간에서 팔을 벌려 대충 재보니, 앞서 둘러본 노량진 인근 학원가의 월세 30만~40만원짜리 고시원과 별반 다를 게 없는 크기였다.
매트리스, 옷장, 책상은 따로 구입해야 하고 관리비 5만원에 가스와 전기비도 별도로 내야한다.
신촌 대학가 인근 원룸도 5000만원대 전세는 찾아보기 어렵고 보통 6000만~7000만원은 돼야 괜찮은 방을 구할 수 있다. 사진은 창천동 주택단지 골목. |
전세수요는 계속 대기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전세물량은 나타나지 않고 부담스러운 고가의 월세물량만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 맞겠다.
집주인들은 기존에 있던 전세도 월세로 돌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자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셋집은 자취를 감추고, 월 임대료는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 대학가도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발품 팔아도 ‘거기서 거기’
둘러본 건물 외에 두 곳이 더 있긴 했지만 융자가 껴있는 건물이라는 말에 다른 공인중개소로 발길을 돌렸다.
전세가 있는지 묻자마자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기다렸다는 듯 “원룸 크기로 따지면 7500만원은 줘야할 전셋집이 6000만원에 나왔다”며 앞장섰다. 하지만 막상 따라가 보니 앞서 봤던 전셋집 바로 앞방이었다.
5000만원짜리 전셋집보다 1~2평정도 더 넓고, 창문이 조금 크다는 것 외에 다른 점은 없어 보였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자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셋집은 자취를 감추고, 월 임대료는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 대학가도 맥을 못추고 있다. |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요즘은 발품을 팔아도 전세가 워낙 귀하다보니 근처 부동산들이 가지고 있는 매물이 비슷하다”며 “전세는 수요가 많아 빨리 빠지기 때문에 괜찮다싶은 전세가 있으면 나중에 마음을 바꾸더라도 우선 가계약을 해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월20일부터 말까지 계약이 안 될 것 같은 전셋집도 계약이 다 됐다”고 귀띔했다.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찾아 나섰지만, 상황은 매한가지였다.
◆전·월세 전쟁에 한숨만…
바꿔 말하면 대학가 인근은 전·월세 물량을 두고 대학생과 직장인, 저소득층 신혼부부 등이 한 판 전쟁을 치르고 있는 형국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전세대란에 서울 중심지역 전세가격을 보니 ‘억 소리’ 한 번, 비교적 저렴한 대학 인근으로 눈을 돌려봐도 전세물량이 부족하다니 한 숨은 절로 깊어진다.
주변 지역 직장인들도 전세를 구하기 위해 대학가를 찾지만 전세가뭄과 고가월세에 쉽지 않아 보인다. |
이러한 전세품귀에 월세로 눈을 돌릴 법도 하지만 대학가임에도 보증금 1000만원에 보통 50만~60만원의 임대료를 줘야 살만한 원룸을 구할 수 있으니, 대학가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생각은 어느덧 사라진다.
연세대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월세보다는 전세를 많이 찾는데, 월세는 대부분 40만원대 정도의 저렴한 가격대를 원하지만 이런 가격으론 구하기 어렵다”며 “반대로 60만원이상의 물건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학생들보다도 주변 지역 직장인들이 전세를 구하기 위해 많이 찾아오지만 전세품귀와 고가월세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