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라는 옛 고사성어가 있다. 유래는 이렇다. 낚시를 좋아했던 강태공이 제나라 군주가 돼 영지로 돌아가는 중 앞에 행색이 초라한 여인이 나타난다. 그 여인은 30년 전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간 마누라. 그 여인은 강태공에게 “다시 부부의 연을 맺자”고 청한다.
강태공은 “그대가 땅에 엎질러 버린 물을 다시 물동이 속에 담아 보시오. 다시 담을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여인은 줄행랑을 치고 만다.
한 마디로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장황하게 설명한 듯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개인정보 유출에 해당 기업의 태도를 꼬집기에 이만한 일화가 없는 것 같다. 보안 사고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계정 및 정보보호에 나서는 기업의 태도가 안타깝다 못해, 이젠 안쓰럽게까지 보인다.
보안은 개인정보유출에 피해가 1차에 이어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설마 나한테도 그런 일이…’라지만, 막상 그런 일이 닥쳤을 때는 혼비백산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발생한 사건은 그 수법이 더욱 지능화돼 개인정보유출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된 직장인 A씨. A씨는 보이스피싱임을 단 번에 알아챘다. 화가 난 A씨는 ‘이런 전화 하지 말고 일을 하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그런데 웬걸. 앙심을 품은 보이스피싱 범죄자는 A씨 거주지로 피자 10판을 보냈다. 범죄자는 A씨의 신상정보를 상세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A씨는 고스란히 피자 10판 값을 지불해야 했다.
지난 3월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시행한 ‘보이스피싱 피해금환급 특별법’에 따라 올해 3월7일까지 피해자 6438명에게 102억원을 환급했다.
같은 맥락으로 통신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불거진 사건은 그야말로 ‘놀랄 노’자다.
지난 8일 SK텔레콤과 KT의 가입자 개인정보가 20만건 가까이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협력업체 직원들이 가입자의 위치정보 및 인적사항을 조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개발했다.
이렇게 유출된 개인정보는 채무자를 찾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될 목적으로 건당 30~60만원정도에 팔렸다니 이 얼마나 어이가 없는 상황인가.
문제는 양쪽의 통신사 모두 개인정보 유출이 된 것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정보유출에 대한 통신사들의 입장은 “우리도 몰랐다”는 반응이어서 놀라움은 더할 수밖에 없다.
협력업체 행위에 ‘관련 없다’는 입장의 통신사에 씁쓸함은 더하다. 협력업체도 넓게 보면, 통신사의 식구다. 내 식구 챙기기 내가 하는 게 맞는 이치 아닐까.
더 이상 엎질러진 물로 ‘나 몰라라’ 식의 행태와 이용자들에게 협력업체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말 보다는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