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앞서 이 코너를 통해 잔치국수와 부산밀면, 냉면의 유래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이 세 가지는 일상생활 속에서 별미로 즐기는 대표적인 면 음식들인데요, 친숙하지만 그 유래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었죠.
때문에 이 코너를 보신 몇몇 주변 분들의 “종종 즐겨 찾는 음식들인데 이런 탄생비화가 있었는지 몰랐다”며 “글을 보니 잔치국수, 냉면이 생각난다. 오랜만에 먹어볼까한다”는 말은 글을 쓴 이로서, 내심 뿌듯했습니다.
잔치국수와 부산밀면, 냉면, 이들 음식은 모두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탄생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는데요. 우리 고유음식들 중에는 이처럼 시대 상황에 의해 만들어진 음식뿐 아니라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음식들도 지역마다 하나씩 있기 마련이죠.
이번에는 특정 지역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살펴볼까 합니다. 향토음식은 대부분 그 지역의 특산물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특정 지역의 음식은 유명한 것도 있지만 외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것도 많습니다.
이제부터 소개하는 음식은 후자일 것 같습니다. 바로 고기국수와 꿩메밀국수, 해조국수, 이 3가지 국수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처음 들어보는 음식이다”는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제주도 지역의 독특한 음식인 ‘고기국수’. |
과거 제주도 사람들은 집에서 돼지를 한 마리씩 키웠습니다. 기후와 풍토조건이 돼지를 키우기에 적합한데다 농사에 필요한 거름 생산에도 돼지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포제와 같은 마을제에도 털과 내장을 제거한 돼지를 요리해 제단에 받쳤다고 합니다. 무속 제의(祭儀)에서도 돼지고기가 쓰일 정도면, 제주도 가정의 중요한 행사 때도 돼지고기가 빠지지 않을 것이란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고기국수가 바로 이러한 가운데 탄생한 음식입니다. 제주도에서는 잔치 등 행사 때 돼지 한 마리를 잡은 후 남은 뼈와 살코기 처리가 문제였는데요, 이렇게 남은 재료를 모두 넣고 푹 고아낸 육수에 면을 삶아 곁들여 낸 것이 바로 고기국수입니다. 육지에서는 결혼식날 잔치국수를 대접하기도 하는데요, 제주도에서는 잔치국수 대신 고기국수를 내놓는다고 합니다.
꿩메밀칼국수 또한 제주도만의 독특한 향토음식입니다. 제주도에는 유독 꿩이 많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꿩메밀칼국수는 이 꿩을 사냥한 뒤 꿩 한 마리를 온 식구가 함께 나눠먹기 위해 개발됐다고 합니다. 꿩 뼈를 삶아 육수를 내고 삶은 꿩 고기를 찢어 넣고 메밀로 반죽한 면을 넣은 것이 꿩메밀칼국수입니다.
칼국수 면을 밀가루가 아닌 메밀을 쓴 이유도 제주도의 지역적인 특성 때문입니다. 논농사가 불가능한 제주도에서는 생명력이 긴 반면 재배기간이 짧은 메밀 농사를 많이 짓는데, 자연히 음식에도 쌀이나 찹쌀보다는 메밀을 많이 이용한 것이지요.
그런데, 꿩메밀칼국수는 이름만 칼국수지, 모양새는 칼국수와 수제비 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수제비 형태로 만들어졌으나 점차 칼국수 형태를 닮아갔는데요. 그렇지만 지금도 꿩메밀칼국수는 젓가락 대신 수제비처럼 숟가락처럼 떠서 먹는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소개할 제주도만의 독특한 국수는 바로 해조국수입니다. 예부터 제주도의 여성들은 어렸을 때부터 헤엄치는 법을 배워 15세경부터는 해녀로서 삶을 살아왔는데요. 해조국수는 해녀들의 삶 속에서 탄생한 음식입니다.
찬 바닷물에 목숨을 걸고 물질 작업을 하는 해녀들은 고된 작업 후 그들이 잡아온 소라와 해조를 넣고 국수를 먹으며 몸을 녹이고 기운을 차렸다고 합니다. 처음 만들어진 해조국수는 해조국 형태에 가까웠지만 시간이 지나며 해조를 밀가루반죽에 넣고 반죽해 면을 뽑아내면서 현재의 해조국수 모습을 가지게 됐다고 합니다.
고기국수, 꿩메밀칼국수, 해조국수 모두 제주도 특성과 삶이 깃든 음식임을 알 수 있었는데요. 혹 제주도에 가서 이들 음식을 맛보게 된다면 제주도에서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글은 올리브채널 ‘제면명가’의 도움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