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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미래학자’의 노후준비 “예금·채권부터 버려라”

[인터뷰] 홍성국 대우證 미래설계연구소장 “최고의 은퇴준비, 회사 오래 다니기”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3.16 13: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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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적정금리가 5~6%는 될 것이라는 기대부터 버려야 합니다. 예금·채권 금리가 1% 미만까지 곤두박질 칠 겁니다. 지금이라도 은퇴준비를 제대로 하려면 당장 예금·채권 비중을 더 줄이고 ELS, DLS 같은 틈새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매달 카드결제일이면 ‘월급님이 로그아웃 하시는’(통잔 잔고가 텅 비는) 직장인에게 노후준비, 미래설계는 막연한 두려움이다. 하물며 ‘자식 둔 죄인’으로 평생 모은 재산 자녀 교육비며 결혼 자금으로 탈탈 털어준 부모님 세대는 오죽할까.

   
대우증권 홍성국 미래설계연구소장이 글로벌 위기 이후 달라진 금융시장 환경을 직접 화이트보드에 메모해가며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30년 뒤 은퇴를 준비하는 직장인의 마음으로 KDB대우증권(006800) 미래설계연구소 홍성국 소장을 만났다. 다음 달 자신의 6번째 책이자 미래설계를 주제로 단행본 출간을 앞둔 홍 소장은 연구소 관리와 직원 교육까지 1인 3역을 소화하고 있었다.

각종 저서와 ‘증권가의 미래학자’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홍 소장의 첫 마디는 “30년씩이나 직장에서 버티겠다니 좋은 배짱이다”와 “냉철해져라”였다.

◆“2008년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저금리 기조라고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인식하는 적정금리는 5~6%, 경제성장률은 3% 정도입니다. 주식투자 수익률은 그 이상을 예상하죠. 현재 대부분의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도 이런 가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건 과거 신자유주의 시절에나 통하는 내용입니다.”

홍 소장은 2008년 글로벌 위기(금융위기)를 거치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에서는 과거 대공황과 맞먹을 정도의 대사건이며 지금은 새로운 시대로 가는 과도기라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더 커졌고 성장률은 둔화될 겁니다. 예금금리는 현재 3~4% 수준을 밑돌아 1% 수준까지 곤두박질 칠 겁니다.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내 역할은 기존의 틀린 가정을 깨고 새로운 가정을 제시하는 겁니다. 가만 앉아서도 금리와 성장률이 보장되면 나 같은 사람이 왜 필요합니까?”

홍 소장이 이끄는 미래설계연구소는 지난달 27일 첫 보고서를 냈다. 제목은 ‘글로벌 위기 이후 달라진 미래설계’다. 보고서는 크게 5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예금·채권투자의 비중을 더 줄이고 △보험 가입을 서두를 것 △연금 등 사회안전망의 보완 수단을 준비할 것 △과거보다 신중하게 주식에 투자할 것 △ELS, DLS 등 틈새시장을 노릴 것 등이다.

낮은 성장률과 금리까지는 이해했지만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예금과 채권 비중을 당장 줄이라는 조언은 가혹하다고 하자 홍 소장의 표정은 더 굳어졌다. 폭락장에서 낙관론을, 상승장에서 견제론을 펴는 것은 마케팅적 관점일 뿐, 미래설계는 냉철해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미래설계의 기본은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겁니다. 흔히 ‘마이너스 성장률’이라는 용어를 쓰지요? ‘성장’을 신앙처럼 떠받들기 때문인데, 성장을 하면서 왜 마이너스를 기록합니까? 이건 모순이죠.”

◆안전자산에 목매는 한국인의 ‘5대 불안’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예·적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5일 한국금융투자협회(회장 박종수)가 지난해 말 개인투자자 100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7.5%의 응답자가 예·적금을 선호하며 투자상품을 선택할 때 원금 보장성을 가장 먼저 고려한다는 답이 절반을 넘는 50.2%에 달했다.

홍 소장은 한국인이 안전자산에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은 이른바 ‘5대 불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노후 △교육 △주거 △고용 △안전(안보·치안) 등 한국인의 가장 대표적인 다섯 가지 고민거리다. 여기에 드는 경제적 비용과 사회적 책임 때문에 안전자산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일제히 구조조정에 돌입했지만 우리나라는 뒤늦게 그 여파에 합류하면서 불안감이 더 커졌다. 홍 소장은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불거진 저축은행 사태라고 지적했다.

“한국인들은 크게 5대 불안에 시달립니다. 노후, 교육, 주거, 고용, 안전(안보·치안) 등이죠. 특히 글로벌 위기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린 이후에도 한국은 내부 구조조정에 실패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입니다. 수익률 좀 더 올려보려고 저축은행에 전재산 넣었다가 쪽박 찬 사람들이 수두룩했습니다. 글로벌 위기 터지고도 3년이 지나서야 한국은 구조조정 실패의 쓴 맛을 본 겁니다.”

◆“저축하며 대출이자 갚는 건 바보”

30년 뒤 은퇴설계를 부탁할 ‘사심’을 품었던 만큼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갔다. 신혼집 마련 때문에, 자녀 교육비 때문에 노후대책 포기했다는 이들이 많다. 또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직장인들은 어디서부터 미래설계를 시작해야 하는 걸까. 미래설계의 이면에는 ‘양극화’ 문제를 피할 수 없다.

   
 
“부자들만 노후준비 한다는 푸념도 이해하고 서민들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인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고용구조에서 근로자의 90%가 중소기업 취업자 또는 자영업자입니다. 그만큼 고정수입과 내수소비의 변동성이 크죠. 양극화는 아주 오래된 병폐입니다. 이건 정부가 나서야할 문제이지만 정치적으로도 이를 완벽하게 해결한 나라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설계는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홍 소장은 본인의 신혼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대우증권 평사원으로 입사해 신접살림을 차릴 때 얘기였다.

“1990년 결혼해 서울 우이동 상가건물 2층에 딸린 월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습니다. 1층에 돼지갈비집이 있었는데 여름에는 냄새에 연기 때문에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죠. 그러다 부모님 댁 반지하로 들어가 직장생활을 하며 돈을 모았습니다. 간부가 된 2004년에야 겨우 방학동에 내 집을 마련했습니다. 대출 없이 무조건 ‘현금 박치기’를 고집하다보니 무조건 싼 동네를 찾았죠.”

은행 대출을 끼고 집을 장만하는 게 일반적인 풍조 속에서 왜 현금 지불을 선택했냐고 묻자 오히려 홍 소장은 혀를 끌끌 찼다.

“은행 이자보다 대출 이자가 훨씬 높잖아요. 지난 5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올랐습니까? 저축하며 대출이자 갚고 있는 사람이 바보죠.”

자녀 교육 때문에라도 좋은 학군, 강남권의 집값은 뛰기 마련이라고 발끈하자 홍 소장은 “공부 잘해 성공하는 건 자기 팔자”라는 한 마디로 응수했다. 군입대한 장남과 고등학교 2학년생 차남을 둔 홍 소장은 교육비에 무리수를 두는 건 불행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실적으로 1996년생부터 우리나라는 실질적 인구 감소추세에 접어듭니다. 앞으로 젊은 인재가 그만큼 귀해진다는 얘기죠. 요즘 젊은 엄마들 초등학교 2학년부터 과외 시킨다던데 매달 20만원씩 과외비로 쓰는 것과 그 돈을 연4%정도하는 펀드에 넣어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유지한다고 했을 때 과연 어느 쪽이 자녀에게 더 유익할까요?”

◆‘증권가 미래학자’의 포트폴리오는?

홍 소장은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ELS, DLS 같은 파생상품과 상장펀드, 공모주 펀드 등 틈새시장 투자를 적극 고려해볼만 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앞서 금투협 설문조사에서 향후 투자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2.4%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비(非)투자 의사를 밝힌 응답자의 약 과반수가 ‘어떤 상품이지 전혀 몰라서’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홍 소장은 상품을 이해하려는 투자자들의 인식과 열의가 부족하다며 “혼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확실히 예금이나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고 최근에는 원금보장이 가능한 상품도 많습니다. 상품 설명이 너무 어렵다며 지레 포기하는 사람들은 정말 혼나야 합니다. 집 사는데 양도소득세 계산하기 어려워서 포기합니까? 집 사고, 땅 사는 데는 며칠 씩 발품팔고 열심히 계산기 두드리면서 왜 같은 돈 투자하는 금융상품 공부는 안합니까?”

그렇다면 미래설계 전문가의 포트폴리오가 궁금하다. 구체적인 종목과 비중까지 공개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설명은 들을 수 있었다. 홍 소장은 국내 개인투자자 평균에 비해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대신 펀드 상품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펀드는 가입하지 않고 금융자산 가운데 대부분은 주식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 중 주식운용 비중이 20% 정도인데 저는 60~70% 정도를 유지하고 있죠. 앞으로는 연 8~10% 수익률의 헤지펀드나 특수펀드 가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한편, 홍 소장은 최고의 미래설계는 ‘최대한 오래 회사에 다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월급’만큼 확실한 고정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계에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은 필수다. 그만큼 지난해 설립한 미래연구소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대우증권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투자분석부장과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한 홍 소장은 지난해 12월 미래설계연구소를 설립하고 지난 설 이후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했다. 업무 강도가 세기로 유명한 홍 소장 덕분에 연구소 직원들은 휴일도 반납하고 두 달 가까이 연구에 매달려 있다.

“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는 3명의 상근 직원과 직접 가르친 자식 같은 연구인력 12명이 상시 체계로 돌아갑니다. 각각 리서치, 마케팅, 부동산, 세제 관련 전문가들이죠. 이들이 가진 전문성을 모두 매트릭스화해 하나의 서비스로 일원화시켜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의 경쟁력입니다. 업무 강도가 상당하지만 일할 땐 무섭게 집중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쉬는 게 바로 대우증권의 문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