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초 단위도 쪼개 변화하는 주식시장에서 한미FTA는 해묵은 이슈였다. 15일 자정을 기해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내 경제 지도는 크게 요동쳤으나 주식시장 반응은 대체로 심드렁했다.
15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32포인트(0.06%) 하락한 2043.76의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쌍끌이 매수로 지수를 다진 반면 투신을 비롯한 기관의 팔자세가 팽팽히 맞섰다.
이날 개인은 746억원, 외국인은 138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으며 기관은 총 218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특히 투신은 3000억원 이상의 매도세를 기록하며 지수를 압박했다. 프로그램매매에서는 매수세가 우세했다. 차익거래에서는 1112억1600만원, 비차익거래에서는 694억3100만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등락이 엇갈렸다. 음식료업과 은행, 운수창고업이 1% 이상 상승했으며 보험, 금융업, 의약품, 운수장비, 유통업, 통신업, 증권, 전기전자 업종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반면 화학과 철강, 의료정밀, 전기가스업이 1% 넘게 하락해 상대적으로 하락률이 컸다.
◆시총 상위종목 車·금융 강세, 글로비스 약진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혼조세였다. 삼성전자가 보합을 기록한 가운데 한미FTA 발효로 수혜가 기대되는 자동차 관련주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이 1%대 상승했으며 삼성생명과 KB금융, 신한지주 등 금융관련 종목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2%대 하락했으며 한국전력과 하이닉스도 1% 이상 약세 마감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수혜주로 지목된 해운주의 상승세는 지수가 보합세를 기록하며 뒷심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물동량 증가로 인한 원가 하락 효과가 기대되며 개장 직후 동반 강세를 보이던 한진해운이 보합으로 거래를 마쳤으며 STX팬오션은 전일대비 1.59% 상승한 8330원을 기록했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FTA 발효로 1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고조되며 4% 이상 급등했다. 두산은 자사주 소각 이후 주가 하락이 과도한 수준이라는 평가에 힘입어 1% 넘게 반등했으며 저평가 매력과 성장 모멘텀 기대가 부각되며 락앤락도 8.22% 치솟았다.
16만 달러 상당의 컨테이너 수주 기대로 한진중공업이 9% 가까지 급등했고 '제주 삼다수' 유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광동제약이 9% 넘게 치솟았다. 리조트 대출 비리 혐의로 우리은행 본사가 압수수색을 받은 것과 관련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장중 한때 하락하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상승 반전에 성공, 전일대비 2.31% 상승 마감했다.
◆한·미 FTA 이슈 “이미 주가 반영됐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 발효 이슈는 이미 국내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된 측면이 있는 만큼 단기적인 주가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 김철중 연구원은 “한·미 FTA 발효가 증시에 긍정적인 소식인 것은 맞지만 지수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시장은 이벤트가 발생하기 전 먼저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미 관련 뉴스가 증시에 반영됐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단기적으로 지수가 급등하는 등의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코스피 시장은 전일 급등세에 따른 숨고르기로 봐야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나대투증권 이영곤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 코스피는 지난 한 달 간 이어져온 박스권을 돌파한 후 단기적인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전일 급등에 따른 피로감으로 매물 소화과정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실적 모멘텀이 유효한 IT, 자동차, 내수 부양책 기대감이 높은 중국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상한가 3개 등 327개 종목이 상승했고 499개 종목이 하락했다. 72개 종목은 보합을 기록했다.
◆코스닥도 관망세, 바른손 이틀째 급등
코스닥도 지지부진한 흐름 속에 약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미 FTA 발효 외에도 유로존의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 공식 승인과 이탈리아의 국채입찰 성공 등 대외 호재가 잇따랐지만 지수를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15일 코스닥지수는 전일대비 0.55포인트(0.10%) 내린 538.31로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개인이 389억원의 나홀로 순매수를 기록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1억원, 277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문재인 테마주'인 바른손이 9% 이상 급등하며 2거래일 연속 초강세를 기록한 종이/목재 업종이 2.43% 치솟은 것을 비롯해 출판/매체복제 업종이 2%대 상승률을 보였으며 음식료/담배, 소프트웨어, 제약, 인터넷, IT소프트웨어, 화학, 기타서비스, 디지털컨텐츠, 금융, 건설, 비금속 업종 등이 강세 마감했다.
반면 기계/장비, 일반전기전자, 운송장비/부품, 기타제조 업종이 1% 이상 약세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도 혼조세였다. 대장주 셀트리온이 전일대비 0.53% 상승한 것을 비롯해 CJ오쇼핑, 다음, 서울반도체, 포스코 ICT, CJ E&M 등 시총 순위 1~6위까지 종목이 모두 상승세를 탔다. 반면 SK브로드벤트, 동서, 에스에프에이, 젬벡스 등은 약세 마감했다. 에스엠이 4.79% 급등했으며 안철수연구소도 3.60% 상승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한가 12개를 비롯해 366개 종목이 올랐으며 579개 종목이 하락했다. 89개 종목은 보합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