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하나금융과의 시너지를 최대한 창출하는 문제에…"
곤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반복된 외환은행(004940) 윤용로 신임 행장의 이 발언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하나은행이 아닌 하나금융이 새 선장인 그가 우러러 모실 상부인 동시에 협상하고 때로 싸울 대상이라는 것.
적어도 하나은행은 그의 카운터퍼트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관료 출신으로 외환은행에 새 사령관이 된 윤용로 행장이 하나금융측의 일방적 대리인이자 점령군이 되는 대신 독자적 능력 입증을 통한 명예로운 퇴장(과 이를 통한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의 향후 양질의 진로 보장)에 관심이 깊은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행장 부임 직후 외환배지를 착용한 윤 행장의 모습. |
윤 행장은 최근 논란이 된 외환은행 임직원 500% 성과급 논란에 대해서 적극 해명했다. 윤 행장은 "성과급은 200%를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가 돼 있다"며 이런 문제는 "합병 과정에서 불안감 등을 문제로 어느 정도 허용된 것"이라고 국내외에서 이미 관행적을 굳어진 문제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윤 행장은 "행내에 태스크포스팀(TFT)를 설치해 선진국과 국내 은행들의 제도를 연구하고 합리적인 성과보상체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윤 행장은 아울러 "지금은 외환은행의 BIS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좋지만 대기업 거래가 많아 앞으로 자본확충을 해야 한다"며 "배당은 필요한 자본량을 감안해 적절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배당도 많이 안 할 것이며, 고액 배당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지급돼 온 고액 연봉이나 보너스 문제에 대해 노조에도 불만을 전한 셈이다. 윤 행당은 "부정기적으로 지급되어 온 많은 보너스" 등을 여러 번 발언 중 언급을 했다. 개혁 대상을 적시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윤 행장은 하나은행 점포나 해외의 현지 법인 등에 일방적으로 외환측 현지 법인 점포가 흡수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뱅크라는 목표를 강조한 점도 이런 맥락에서 택한 전략으로 보인다.
윤 행장은 "글로벌 뱅크를 지향한다고 했는데 앞으로 어느 정도 수익을 올려야 된다고 보는가"라는 이날 기자의 질문에 "재무제표를 보면 매출은 3% 차지한다고 하셨는데, 순이익 10%를 해외영업에서 올린다"면서도 "15% 정도 순이익에 해외에서 와야 글로벌뱅크 됐다고 대체로 평가,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에둘러 말해 더 높은 해외 진출의 성과를 독려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는 해외에서 하나금융을 위한 영업망을 만들어 주는 데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적어도 독립경영 기간 내에는 대등한 조건에서 적극적으로 글로벌 뱅크를 만들자는 독려인 셈이다.
윤 행장은 또한 "외환은행 지점은 출장소 포함 356개 정도 되고 있고, 점포가 론스타에 있는 동안에 35개 정도가 늘었다. 적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점포 늘린 것은 하나금융과 협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복 점포 정리 문제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지점 증설 문제에 대해 세부적으로 하나측과 많은 대결을 할 뜻임을 내비쳤다.
윤 행장은 "하나금융은 충청 지역이 강하고, 저희는 영남지역이 강하다. 울산이나 여러 공단이 강하다. 전반적으로 약한 게 수도권도 그렇게 강한 게 아니고, 공단 지역은 하나 외환 공히 약하다. (통합되는 경우에 남는) 점포를 어떻게 만들 건가는 서로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큰 그림 하에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0여개 점포가 하나은행에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5년 후 경쟁 다음엔 구조조정을 할 거냐 통합을 할 거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5년 독립경영 후엔 경쟁 후에 구조조정 원칙은 없고, 다만, 서로 어떻게 상생할 건가를 보면서 한다"고 말했다. 즉 "서로 가다 보면 우열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니 전반적 차원에서 생각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일부 기자들은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이 과거 간담회에서 중복된 점포는 구조조정을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 발언을 했다고 지적하자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고 전제하면서도 "일반론적인 말씀을 하신 것일 것"이라고 해석의 여지가 있고 그에 따라 선을 그을 뜻임을 분명히 했다.
윤 행장은 "전반적으로 하나지주와 외환은행도 모두 약한 곳, 서로 우열이 있는 곳, 서로 잘하는 부분이 다른 지점들이 있는 곳 등이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우열을 정한다든지 그렇게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사에 대한 불이익 우려에 대해서도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든든한 뒷배경이 되어 줄 것임을 시사했다.윤 행장은 "제 인사 철학은 취임사에서 강조한 대로 청탁이나 이런 것 없이, 가장 거기에 맞는 사람을 한다는 것"이라면서 "'인사는 직원이 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제일 잘 안다. 어디 가서 (청탁성) 이야기 안 해도, 잘 한다는 게 나타나면 승진이 되는, 그런 인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줄인 문제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이는, 김승유 체제에 이어 등장하게 되는 김정태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냐는 언론의 해석에 동의, 확인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좀 다른 생각이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에 따라('가면'인지도 모를 부분이지만), 외환은행의 임직원들은 앞으로 독립경영 기간만이라도 하나은행에 밀리지 않는 강한 조직과 애사심으로 충만한 행원상을 요구하는 행장이라는 버거운, 혹은 든든한 존재를 얻게 됐다.
향후 하나금융측의 냉정한 평가에 노출되더라도 어디서든 살아남을 체력을 단련할 시간이 허락된 셈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일단은 2년으로 정해졌다는 점에서 외환은행이 과연 빠른 성과를 내놓기 시작하는 기민함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