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경 기자 기자 2012.03.15 14:45:55
[프라임경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하 FTA)이 15일 0시를 기해 발효됐다. 자동차와 IT 관련 업계는 수혜주로 꼽히고 있으나 대표적인 피해업종 중 하나인 제약업계의 전망은 어둡다. 오는 4월부터 약가 일괄인하 시행으로 경영 악화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 FTA가 발효되며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다국적제약사와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미 FTA 발효로 제약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허가∙특허 연계제도’다.
◆허가∙특허 연계제도…3년 뒤로 유예된다지만
15일 한미 FTA 발효로 제약업계에는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도입됐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란, 오리지널약의 특허권이 존속하는 기간(특허 출원일로부터 20년) 내에 국내 제약사가 제네릭(복제약)의 제조∙시판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이 사실을 특허권자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허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특허권자가 이의 제기 시 제네릭 허가는 일정 기간 중단된다.
기존 오리지널약의 특허만료기간에 맞춰 사전에 미리 제네릭 개발을 완료한 후 특허만료와 함께 제품을 출시해오던 국내 제약사들에 있어 이 같은 ‘허가∙특허 연계제도’ 도입은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네릭 생산이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제약업계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정부는 ‘허가∙특허 연계제도’로 10년간 연평균 439~950억원의 생산 감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제약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허가∙특허 연계제도’ 중 통보의무는 즉시 시행하고 시판방지조치 의무는 3년 후인 2015년부터 시행하도록 유예했다.
그러나 제약업계에서는 ‘허가∙특허 연계제도’ 시판방지조치 의무가 3년 후로 유예되더라도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다소 경쟁력이 낮은 중소형 제약사뿐 아니라 대형 제약사도 신약개발 등으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매출감소 등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 이 같은 ‘허가∙특허 연계제도’로 제네릭 개발자가 이 사실을 특허권자에게 통보, 특허권자가 제네릭 시판을 허락하지 않아 시판방지조치가 내려질 경우 자동정지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아 제약업계 피해를 키울 전망이다.
◆독립적 검토절차, 다국적제약사 약값 결정에 관여하나?
한미 FTA 발표로 인한 제약업계 쟁점은 또 있다. 바로 ‘독립적 검토 절차’다.
‘독립적 검토 절차’는 약값 결정 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신청자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미국의 의약품 및 치료재료의 제조자, 수입업자 등이 약제 및 치료재료의 급여나 가격에 이의가 있을 경우 정부 및 정부관련 기관으로부터 독립된 제3의 민간기구로부터 검토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사실상 약값 재심절차가 민영화된 것으로 다국적제약사가 약가 결정 과정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우려에 정부는 약가 협상 이전단계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으로, 약가 협상 등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독립적 검토 절차’가 아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