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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장 후보 노관규 표 뜯어보니…'고현석의 난(亂)'

박대성 기자 기자  2012.03.15 10: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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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관규 후보(사진왼쪽)과 이평수 후보가 최근 순천시청 앞에서 열린 용당동 대주피오레 주민시위를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두 사람은 '오구년돼지띠' 절친이기도 하다 .
[프라임경제] 4.11 국회의원 총선 민주통합당 순천·곡성선거구 국민경선 결과 노관규 후보(전 순천시장)가 예상을 뛰어넘는 득표율로 압승을 거둬 후보로 확정됐다.

이로써 순천곡성 총선은 민주당 노관규 후보와 통합진보당 김선동 현 의원간의 맞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14일 밤 발표된 국민경선 개표결과 노관규 후보는 4017표(모바일 3443표, 현장투표 574표)를 획득, 65.29%로 무난히 1위를 차지해 순천곡성지역구 총선 후보로 확정됐다.

이평수 후보는 1301표(모바일 812표, 현장 489표)로 20.68%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고, 김영득 후보는 970표(모바일 840표, 현장 130표)로 15.42%로 3위였다. 이들 3명의 후보는 '오구년(59) 돼지띠' 친구들로 당내 경선기간 공천권을 따기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결과적으로는 순천시장 재직시절 다져놓은 조직력이 이번 국민경선에서 굳건한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평수 후보가 '현장투표'에서 선전한 점이 눈에띈다.

현장투표 개표결과 순천에서는 노관규 451표, 김영득 111표, 이평수 63표로 순이었으나, 곡성에서는 거꾸로 이평수 426표, 노관규 123표, 김영득 19표로 이평수 후보가 노 후보를 상당 격차로 벌렸다.

이는 투표 당일 고현석 전 곡성군수가 이평수 후보를 공개지지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고현석 전 군수는 이번 총선에서 '구곡담(구례·곡성·담양)' 국회의원 후보로 뛰었으나, 국회 선거구 획정에서 구례는 광양으로, 곡성은 순천으로, 담양은 영광함평장성으로 편입되고 선거구가 공중분해되자 울분을 참지 못하고 출마를 접었다.

고현석 전 군수가 이런 판단을 내린데는 곡성 인구는 3만명인데 반해 순천은 27만명이어서 총선판에 나가봐야 가망없다는 관측에 따른 선택이었다.

고현석 전 군수는 최근 곡성 선거사무소 해단식 때 국회의원 4명을 초청해 '곡성을 어떻게 챙길것인가'를 묻는 정책토론회를 가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 민주당에서 이평수.김영득 후보, 통합진보당에서는 김선동 후보가 참석했으나, 노관규 후보만이 선약을 이유로 대타(시의원 2명)를 참석시키로 캠프 해단식에 불참했다.

하지만 노 후보는 선약을 이유로 불참했지만, 그 시각 곡성 모처에서 곡성지역 유력 정치인들과 저녁자리를 갖고 접촉했다는 파파라치급 목격담이 고현석 캠프에 전달되면서 일이 틀어졌다.

이 소식을 접한 고 전 군수와 배우자(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는 "노 후보가 곡성군민을 무시한다"며 매우 불쾌해 했다는 뒷얘기가 믿을만한 통신원에 의해 제보되고 있다.

노 후보를 불쾌하게 여긴 고현석 전 군수는 곧바로 "국회의원 후보 3인 가운데 이평수 후보가 곡성군을 장수문화산업도시로 발전시킬 가장 확실한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결론짓고 이평수 예비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고 전 군수는 '이평수 지지'에만 그치지 않고, 모바일과 현장투표자를 일일이 검수해 이평수를 찍도록 종용하는 등 배후에서 막강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후문이다. '고현석의 난'으로 불릴 법도 하다 .

이 때문인지 곡성에서만큼은 이평수 후보가 노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는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서울대 재학시절 '캠퍼스커플(CC)'이었다고 알려진 고현석.김화중 부부는 순천 옥천동 골깊은 곳에 파독 간호사들을 위한 정착촌 독일마을 건립에도 부창부수다.

국민경선 투표는 사전에 모집된 순천과 곡성의 국민경선인단 1만4813명을 상대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6298명이 투표에 참여해 41.5%의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모바일투표는 8688명 가운데 5095명이 투표를 마쳐 58.6%를 보였으나, 현장투표는 6125명 가운데 1203명만이 투표에 참여해 19.6%의 저조한 경선참여율을 보였다. 경선인단에 등록하고서도 투표불참자가 이렇게 많은데는 연서를 통해 명단을 돌리는 구시대적 선거인단 모집의 병폐라는 지적이다. 

경선인단 모집도 뒷말이 많았다. 순천·곡성 경선 선거인단 1만4813명 가운데 순천이 8000여명, 곡성이 약 7000명으로 잠정 파악됐다.

2월말 현재 순천시 인구 27만2354명인 반면 곡성군 인구는 고작 3만1458명에 불과하다. 인구편차가 무려 9 대 1이다.

하지만 선거인단 모집에서는 순천과 곡성이 별차이가 없어 한 때 노 후보 캠프가 발칵 뒤집혔다는 소문이다. 곡성에서 캐스팅보드를 쥐어 노 후보가 자칫 질 수도 있다는 불길한 얘기도 나돌았다.

노 후보 측은 공천 대세론이 잡히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선거인단 모집이 매우 저조해 분분한 해석을 낳았다. 선거인 명단을 통보받은 노 후보는 자신을 따르는 시의원들이 말만 앞세웠을 뿐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며 닦달했다는 후문이다.

의욕이 앞선 모 시의원은 투표소 기표구에서 '인증샷'을 찍어 윗선에 전송하려다 '찰칵'소리가 노출돼 선관위 단속을 당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실제로 노 후보가 공천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기존 김대희.정병회 시의원 외에 추가 합류자가 속속 늘고 있다고 한다.

반대로 노관규 후보의 가장 강력한 정계 라이벌인 서갑원 전 국회의원을 추종하는 시도의원들은 노 시장이 국회의원으로 등극할 경우 2년 후 멸족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갑원 계보 시도의원들이 총선에서 당의 후보인 노관규 후보를 도와야할지 여부를 놓고 부심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노 후보를 돕더라도 시늉만 내거나, 아예 경쟁상대인 김선동 통합진보당 후보를 밀수도 있다는 담대한 구도도 관측통에 잡히고 있다. 이 경우 '해당행위'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14일 밤늦게 개표결과를 지켜본 노관규 후보는 소감을 통해 "본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 2013순천만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순천곡성을 중앙정치에서 확실히 챙기겠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