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들쭉날쭉 코스피지수가 변동성을 뒤로하고 조금씩 지수 상승폭을 늘리며 '연중 최고치' 터치보드를 찍었다. 14일 코스피지수는 직전일에 비해 20.04포인트(0.99%) 오른 2045.08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2057.28까지 치솟았으나 오후 들어 상승세가 다소 꺾인 게 아쉬웠다. 그러나 언제나 연중 최고치에 이른 시점은 하락과 상승, 양 갈래 길의 구분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장막장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시점에서 관심을 집중되는 부분은 역시 그리스를 위시한 유로존과 중국, 미국이다. 유로존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으로 유동성 확보가 이뤄지면서 유럽의 금융기관 파산 리스크는 줄었고 금리는 하락세다. 그리스 변수도 일단은 안정 국면이 기대된다. 중국의 경우 폐회한 양회가 기대만큼의 호재성 이슈를 제공하지는 못했지만 불확실성을 걷어내며 시장 장막을 한 겹 벗겨냈다.
미국은 긍정 변수가 많아 별도의 정리가 필요 없을 정도다. 미국 연방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 의장은 인플레이션 선제 대응책으로 금융기관의 단기국채 매입 방안을 제시했다. 3차 양적완화 추진 시 FRB가 금융기관의 국채나 주택저당주권(MBS)을 먼저 매입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증시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또 FRB는 이번 주 발표된 대형 은행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따져 테스트 통과 은행을 대상으로 배당금 지급 확대를 허용,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활용하며 분위기를 살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지만 오전 10시40분 현재까지 시장 상황은 차분하기만 하다. 이미 시장에 희석된 재료인 만큼 별 다른 이슈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현재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대외적인 여건이 좋아도 코스피 주당순이익(EPS) 추정치의 감소세는 관심을 둬야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지난해 7월 이후 EPS는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다만 시가총액 상위 업종의 주가가 살아나며 향후 기대감을 키우고 있어 EPS의 추가 하락은 진정될 것으로 분석되며 지난달 이후 지속된 박스권 흐름을 감안하더라도 상승탄력에 둔화는 있어도 단기 조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리스, PSI·신용등급 악재 약화…EU·IMF엔 짐
그리스 정부는 지난 12일 민간채권단과의 국채교환협상(PSI)에서 96%의 참가율을 이끌며 그리스법에 따라 발행된 국채 1720억유로(252조원가량)의 53.5%를 손실처리했다.
유로존도 130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에 OK사인을 내렸다.
14일(현지시간)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장 클로드 융커 의장은 성명을 발표하고 "유로존 회원국이 공식적으로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승인한다"며 "지원에 필요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는 이날(미국시간) 확대금융창구(EFF)에서 자금을 4년간 대출할 수 있도록 대출 규정을 변경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국제수지 위기를 맞은 가맹국에 장기 자금 지원을 목적으로 1974년 IMF에 설립된 기금인 EFF 규정을 이사회가 임의로 변경해 그리스에 280억유로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게 된 것.
아울러 13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례적으로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에서 'B-'로 5단계 올리며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B-'도 투자부적격 등급이지만 2009년 그리스 재정위기 발발 이후 첫 반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리스 경제의 변화 시그널로 해석되는 것이다.
이날 피치는 "국채교환에서 채권 투자자들에게 부과된 손실이 그리스의 정부 부채리스크가 완화됐고 근 시일 내 지급불능 사태의 재발 위험을 낮췄다"며 "국채교환 이후 그리스 정부의 채무상환 부담은 중간 정도일 것"이라고 신용등급 조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국채스왑협상(PSI)으로 유럽연합(EU)과 IMF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에 잠재적 걸림돌이다. 그리스가 최초 협약을 이행하지 못했을 때 PSI의 이탈로 부담이 높아진 트로이카 또한 이보다 훨씬 강도 높은 대책을 제시할 것이고 이는 선거를 앞둔 그리스 정치권에 최고 악재로 부상할 우려가 있다.
신영증권 임태근 연구원은 "PSI 협상으로 그리스 문제는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잠재적인 리스크를 더욱 커진 것도 있다"며 "시기의 문제일 뿐이고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1분기가 끝나는 시점에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중국, 양회 실망 크지만 폐막 효과에 기대
14일 중국 상해지수는 2.6% 하락했다. 전국인민대표회의 마지막 날인 전일 원자바오 총리는 3시간 기자회견 동안 부동산규제 지속을 강조했고 긴축완화 기대가 실망감으로 변하며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됐다.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이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재임 기간 중 마지막 양회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전일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신영증권 김선영 연구원은 "원자바오 총리가 전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규제 지속을 강조한 것은 시장의 큰 기대를 잠재워 놓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미세조정을 통해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이며 상반기 한차례의 지준율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폐막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밝혔다. 실질적으로는 중국 정부의 정책기조에 변동이 없어 국내 증시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인대에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7.5%로 잡은 정부공작보고서를 바탕으로 '안정 속 빠른 경제성장' 방안에 대한 논의가 주요 현안으로 다뤄졌다. 후진타오 주석을 중심으로 한 제4세대 지도부가 오는 가을께 물러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를 필두로 한 제5세대가 권력을 이양할 예정이다.
이런 탓에 올해 경제 정책은 순조로운 권력 이양을 신경 쓴 듯 '성장'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둔 것으로 여겨진다. 그간 경제성장의 하한선으로 간주해온 8% 경제성장을 포기했다는 점에서도 성장보다는 안정에 역점을 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쇠고기와 곡물 등의 고공행진 등 중국인들의 생활을 어렵게 하는 물가에 대해서도 3.5% 이내에서 안정시킬 것이며, 부동산 버블 우려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정하겠다며 경제 전반에 걸친 부정적 징후들은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고성장에 따른 문제점을 바로잡고 숨고르기 이후 새로운 권력에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의미를 해석된다.
같은 증권사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원자바오 총리의 발언은 기존 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이라며 "이번 양회가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중국 인민은행이 밝힌 위안화 미절상은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위안화 절상을 중단하면 외국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환차익이 메리트가 떨어져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투자 매력 약화로 글로벌 유동성이 떠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양회의 효과는 무엇보다 불확실성 제거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동양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중국의 정치 이벤트는 대부분 마무리 이후 정책 노선 확정에 따른 불확실성 완화로 긍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면서 "전인대 효과는 폐막 이후를 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