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경 기자 기자 2012.03.15 08:55:02
[프라임경제] 15일 0시를 기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하 한미 FTA)이 발효됐다. 이를 기점으로 미국산 수입품의 80%인 9000여개 품목의 관세가 사라진다.
한미 FTA 발효와 동시에 자동차 부품에 붙는 관세가 없어졌다. 자동차에 붙는 8%의 관세도 즉시 4%로 낮아졌고 4년 뒤인 2016년에는 자동차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다.
농수산물 636개 품목에 붙던 관세도 철폐됐다. 체리(24%), 건포도(21%), 아몬드 관세가 즉시 철폐됐으며 감자와 대두도 일정 수입물량 한도 내에서 각각 304%, 487%의 관세가 즉시 없어졌다.
미국산 오렌지도 관세 철폐되나 국내 출하기(3~8월)에 수입할 때는 기존 50% 관세가 유지되며 비출하기에는 30%로 낮아진다. 자몽(30%)과 키위(45%)는 각각 5년, 15년에 걸쳐 관세가 조정된다. 레몬(30%)은 2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가 전면 철폐된다.
수산물의 경우 ‘민감 품목’ 관세는 당분간 유지된다. 냉동고등어(10%), 냉동민어(63%), 냉동명태(30%) 관세는 8년간 유지되고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쌀은 한미 FTA 협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보리와 칩용감자는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되고 무관세 물량을 매년 늘린다. 고추와 양파는 발효 날짜와 맞춰 관세가 10% 내려가며 이들 품목도 매년 무관세 물량을 늘린다.
미국산 쇠고기(40%)에 매겨진 관세는 15년간 단계적으로 떨어지며 수입액이 미리 정해진 물량(27만톤)을 넘을 경우 다시 높은 관세를 매길 수 있는 세이프가드가 발동된다. 돼지고기 삼겹살(22.5%)와 닭고기(20%) 관세도 발효일 각각 2.3%, 2%씩 인하돼 10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이 외에도 식품에 붙는 관세도 발효 즉시 철폐됐거나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와인(15%) 관세는 즉시 사라졌으며 치즈에 붙던 36%의 관세는 10년에 걸쳐 떨어진다.
이처럼 한미 FTA 발효로 미국산 저가 상품들이 밀려들면서 우리나라 농축수산업의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한미 FTA 발효에 따라 우리나라 농어업 생산액이 15년간 12조6683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올 초 한미 FTA 추가 보완 대책을 마련, 총 54조원을 투입해 농어업 등 피해산업을 지원키로 했다. 또한 민감한 품목은 관세 철폐를 유예하거나 계절관세, 수입액이 정해진 물량을 초과하면 고율의 세율을 적용해 국내 농업을 보호하는 농산물 세이프가드를 도입하는 등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측은 “분명히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지만 세이프 가드 등 보호장치를 마련해 우리 농어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먹을거리 외에도 화장품, 의류 등 생활용품의 관세도 내려간다.
미국산 화장품에 부과됐던 8%의 관세는 즉시 철폐되며 미국산 셔츠·청바지 등에 붙는 의류 관세(13%)도 바로 사라진다.
최근 온라인을 통한 해외 인터넷 쇼핑이나 구매 대행 등을 통한 쇼핑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앞으로는 온라인 구매 대행에서도 관세 인하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의류에 붙은 13%의 관세 때문에 소액 면세범위(15만원 이내) 내에서 쇼핑했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관세 부담 없이 인터넷을 통해 미국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관세 인하가 실제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브랜드 가방이나 화장품 등은 미국에서 직접 제조하기보다 동남아시아·중국·남미 등 제3국에서 만든 제품이 대부분이어서 수입가격을 낮추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