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과의 합병 무산으로 좌절감을 맛봤던 상당수 기업들이 정면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최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거나 기업공개(IPO) 시장의 문을 두드리며 스팩 탓에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려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스팩과 합병 무산의 진통을 겪은 영풍제약, 하이스팩과 악연을 맺은 엠에너지 등은 직접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썬텔과 프롬투정보통신도 마찬가지로 이들은 각각 대신스팩, 부국스팩과의 합병이 불발됐다.
이들은 하유미팩으로 더욱 잘 알려진 제닉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스팩을 통한 증시 입성을 노리다가 방향을 선회해 직접 상장한 제닉은 지난해 3월 교보KTB스팩과의 합병 추진을 철회한 후 5개월 후인 8월 코스닥에 직접 상장했다.
이후 제닉은 상장 첫날 거래제한 폭까지 주가가 치솟는 등 14일 현재 지난해 8월 상장 당시 공모가인 2만2000원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한 4만6000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제닉이 자의로 직상장을 선택한 것과는 다르게 이 업체들은 스팩 실패에 따른 부득이한 조치라는 차이는 있지만 스팩의 부담을 버리고 홀로서기를 했다는 점은 동일하다.
지난해 말 하나그린스팩과의 합병이 무산된 피엔티(대표 김준섭)도 이 중 하나다. 피엔티는 지난 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심사 진행 중인 상태로 올 상반기 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합병 상장 좌절은 기업 가치와 무관
이날 임시 주총에서는 합병승인과 정관변경 승인, 임원 선임 등의 안건이 전부 부결됐다.
당시 기관은 피엔티의 성장성은 낙관하면서도 스팩의 주가 부진으로 확신을 갖지 못했다는 게 당시 주총에 참가한 유진자산운용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2003년 12월 설립한 피엔티는 경북 구미시에 자리한 특수목적용 기계제조업체로 코팅기 외 특수목적장비를 생산하고 있으며 주요 사업부문은 IT사업부, 2차전지 사업부, Copper사업부, 반도체 사업부 등 4개 파트다.
2차전지, IT, 반도체, 카퍼(Copper) 등의 전방산업에 적용되는 핵심소재 코팅 및 절단 장비가 주요 제품이며 LG전자와 LG화학, LG이노텍, LS엠트론, 미래나노텍, 제일모직 등을 주요 납품처로 삼고 있다.
지난해 764억원의 매출과 8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특히 2010년 473억원이었던 매출액과 54억원이던 순이익은 1년 만에 모두 60% 이상 신장했다.
자본금은 11억4000만원가량으로 김 대표가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예정주식수는 299만3362주며 주당예정발행가는 1만5000~1만8000원(액면가 500원)이다.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에 사용할 공모 자금은 최소 121억원에서 최대 145억원가량을 조달할 계획으로, 기존 하나그린스팩과의 합병 추진 당시 조성예정자금인 200억원에 비해 규모가 줄었다. 상장주선인인 하나그린스팩을 설립한 하나대투증권이다.
이와 관련해 하나대투증권 기업투자(IB)관계자는 "피엔티는 작년 합병 추진 당시 이미 합병예심을 통과해 이번에도 예비심사는 무난할 것"이라며 "다만 스팩 합병 추진 당시와 공모 비율 차이로 조달 자금이 달라졌지만 공모가 형성 추이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믿을 건 기술뿐…자력 도전 충분히 승산 있어
과거 숱한 수상경력을 제외하고 최근에도 지난해 무역의 날 '1000만달러 수출탑'을 비롯해 일본에서 독점 공급하던 웨이퍼 그라인딩 머신(사진)의 국산화에 성공해 '2012 대한민국 기술혁신경영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엔 구미시의 '이달의 기업'으로 뽑혔다.
이에 대해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피엔티는 국내 최초로 300mm 웨이퍼 연삭기 개발에 성공했으며 LED 시장 진출을 위해 관련분야 연구인력을 영입, LED 조립공정용 장비인 'Solder Die Bonder'를 개발하는 등 기술력은 검증 받은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평가는 롤투롤(Roll to Roll) 기술과 반도체용 웨이퍼 그라인딩 머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롤투롤 기술은 회전롤에 소재를 감으면서 소정의 물질을 도포해 신 기능을 부가적으로 창출하는 공법을 뜻한다. 소재 종류별로 다양한 분야의 장비 생산이 가능해 시장의 역동성과 가변성이 부각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롤투롤은 반도체 및 인쇄방식 전자소재 등의 장비시장에서 주로 사용되며 대부분 장비는 일본 등 해외업체가 독점하고 있지만 피엔티는 특수박 도금기술, 연성회로기판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프리즘·광학필름 코팅 설비 국산화에 성공했다.
또 이 업체는 기계구조물의 진동 제어로 안정화를 도모, 이에 착안한 전용기를 개발해 국산화했고 웨이퍼 그라인딩 머신의 수준까지 업그레이드했다.
이에 따라 연삭 가공 작업 외에도 가공 효율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게 됐으며 일본 의존도를 크게 줄였다. 웨이퍼 그라인딩 머신 개발로 산업체 설비단가는 40% 정도 낮춘 것이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피엔티의 증시 선전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요소다. 다른 장비회사의 경우 제어부분은 대부분 외주를 주고 있는데 반해 피엔티는 사내에 제어 사업부서와 연구인력을 두고 제품 국산화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비에서 전력 관계 부분 외 나머지 90% 정도는 모두 자체 제작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 피엔티는 지난 2006년 10월 피엔티연구소를 신설해 연구개발(R&D)를 강화하는 한편 경북 칠곡군에 제2공장을 지어 본사와의 2공장 이원화 체제도 완료했다. 1공장은 IT 관련 장비를, 2공장은 2차전지와 카퍼, 반도체 관련 장비를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