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패스트푸드는 미리 제조해 놓은 제품의 경우, 주문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바로 받을 수 있지만 미리 준비 되지 않은 제품의 경우 데우고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곤 합니다. 따라서 고객이 주문할 시 “시간이 소요되는데 기다릴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게 되죠.
하지만 매장 주문대에 “수급이 늦어져 일부품목의 판매가 불가능하다”라는 문구로 고객의 주문자체를 차단한 경우는 처음이라 놀라웠습니다.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니 이 인쇄물은 매장주문대뿐 아니라 주문대 뒷편에 위치한 메뉴 하단 등 곳곳에 부착돼 있더군요.
패스트푸드의 주재료가 되는 햄버거에는 대부분 빵이 사용됩니다. 물론 한국인들의 입맛을 고려해 빵 대신 쌀을 이용했던 ‘라이스버거’ 등의 경우엔 제외됐지요. 하지만 ‘라이스버거’는 최근 주문고객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날 최근 롯데리아의 주력상품인 ‘한우버거’ 및 ‘새우버거’, ‘불고기 버거’ 등은 주문이 가능했습니다.
그렇다면 대부분 아니 모든 제품에 빵이 들어가건만 이 사진의 문구가 말하는 ‘빵의 수급’ 문제로 인한 품목 주문 제한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 지금부터는 저는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겠습니다.
경영학원론에서는 ‘제품의 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란 말이 있습니다. 하나의 제품이 신제품으로 개발돼 시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매출액 및 변화 침투율이 변화돼가는 과정을 나타낸 말이죠. 이 제품 수명 주기 이론에 따르면 제품은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 등으로 구분 짓습니다.
도입기는 매출액 증가율이 저조해 제품의 실패 확률이 높지만 경쟁이 전무하기 때문에 일명 ‘대박’을 거둘 기회가 많습니다. 하지만 ‘도박’이 되기도 하죠. 왜냐하면 신제품을 출시하기까지에는 수많은 연구 및 개발, 생산라인 등으로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단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얻게 되면 ‘특화’ 상품이 돼 시장을 선도한다는 메리트가 있습니다.
하얀 국물 시장에 첫 도전장을 내고 돌풍을 일으켰던 팔도의 ‘꼬꼬면’이 경우에 해당됩니다. ‘라면은 빨간색’이란 고정관념이 시장에서 먹힐까하는 고민에 손을 내저었던 많은 기업들이 팔도 ‘꼬꼬면’에 시장 선점을 빼앗겼음에 한숨 쉬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후 성장기는 급속한 매출 증가로 이익이 증가하지만 제품의 가능성을 보고 경쟁기업이 모방으로 경쟁에 참여를 하기 때문에 촉진비용의 증가로 이익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시기입니다. ‘꼬꼬면’의 성장세를 보고 삼양 ‘나가사끼짬뽕’과 오뚜기 ‘기스면’이 후속주자로 따라 붙었죠. 모방을 통해 탄생했지만 ‘나가사끼짬뽕’은 매출 면에서 ‘꼬꼬면’을 추월하는 형국입니다. 후발제품의 경우 시장의 반응을 보고 선발의 단점을 보완, 생산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따라서 제품이 성장기에 달했을 때 기업은 선택합니다. 철수를 할 것인가, 아니면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성숙기로 접어들게 만들 것인 가를요.
고객들의 호기심이 떨어져 매출 증가율이 정체성을 띄는 성숙기를 거치면 쇠퇴기에 돌입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수명주기 중 가장 골머리 앓는 단계죠. 이 단계는 더 이상 제품의 이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 철수 및 수확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하지만 제품의 철수는 소비자에게 곧 실패했다는 결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소비재 및 먹거리 사업은 소비자 선택이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 이미지가 중요하죠. 따라서 기업은 제품이 쇠퇴기에 이르러 수확 전략을 펼쳐야 할 때 소비자들이 시나브로 철수시켜야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모든 메뉴에 빵이 들어가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빵 수급이 늦어져 일부 품목은 판매가 불가능하다”는 롯데리아의 친절한 설명이 물론 제품이 쇠퇴기에 이르러 철수 전략에 돌입한 것이라 단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 이 한 장의 종이가 내포한 롯데리아의 사정을 궁금하게 여긴 상상력 풍부한 고객은 제품의 수명주기가 먼저 생각났을 뿐이죠.
롯데리아의 빵 수급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