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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vs 다윗’ 자본시장법 개정안 토론회서 '맞불'

우리 황성호 “IB 육성 관건은 자본확충”vs키움 서영수 “대형사 과점 부추길 것”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3.14 11: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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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자본 확충을 통한 글로벌 IB(투자은행) 육성이 먼저다.”(우리투자증권 황성호 사장) “대형 증권사의 과점현상만 심해질 것이다. 돈 많은 일본, 중국 증권사가 글로벌 IB 대열에 끼지 못한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건가.”(키움증권 서영수 이사)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이 토론회에 앞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날 축사는 박 회장을 비롯해 김석동 금융위원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 국회 정무위 소속 허태열 의원, 이성헌 의원 등이 하기로 했으나 김 전 의장과 허 의원은 불참했다. 김석동 위원장과 이성헌 의원 등도 토론회 도중 자리를 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둘러싼 업계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입장차가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맞부딪쳤다. 개정안 통과 필요성은 유관기관은 물론 업계 전반이 절감하고 있지만 일부 세부안에서 온도차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13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 정책 토론회’에서 우리투자증권 황성호 사장은 업계 대표 자격으로 패널토론에 참여했고 키움증권 서영수 이사는 토론회 말미에 질문자로 나섰다.

◆대형사 “규제완화, 자본력이 글로벌 IB 경쟁력”

황 사장은 자본 확충을 기본으로 규제 완화와 외국계 금융사와의 역차별 해소를 주장했다. 황 사장은 “IB 육성의 관건은 자본 확충인데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산업에 돈이 들어올 리 있겠느냐”며 “주주들이 자본수익률의 희생을 감수하고 대형증권사에 증여(유상증자)를 해주셨지만 최근 저축은행 사태 이후 여러 환경이 금융사의 수익성 줄이기에 집중돼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KDB대우증권을 시작으로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이른바 ‘빅5’가 글로벌 IB 도약을 천명하며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업계 입장에서 당연히 최근 수수료 인하 압박 등 일부 여론과 규제 강화가 달가울 리 없다는 얘기다. 황 사장은 이를 영세한 국내시장과 기관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 사장은 “국내 금융사들의 상품개발 능력이 글로벌 IB보다 못하지 않다”며 “다만 이 상품을 팔 수 있는 시장인 기관투자자 특히 연기금, 운용사의 수요가 적다”며 “기관투자자들은 극도의 위험회피 상품만 취급해 결국 이 위험을 소화하는 계층은 일반 개인투자자들이고 문제가 생기면 여론은 규제 강화로 흐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외국계 금융사에 대한 지나친 맹신에도 섭섭함을 드러냈다. 황 사장은 “국내에서 경쟁을 하면 우리나라 회사들도 충분한 실력을 인정 받는데도 투자자들은 외국계 회사만 찾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니 국내 금융사는 단순업무(브로커리지)에만 치우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형사 “대형사에 돈 몰아준다고 성공하나”

반면 키움증권 서영수 이사는 이번 개정안이 일부 대형사에 자본을 집중시켜 시장 과점화를 더 심화시킬 뿐 근본적인 개선책이 아니라고 받아쳤다.

토론회 막바지 질문자로 나선 서 이사는 “현재 계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본규제를 통해 대형화하는 게 핵심 내용이지만 이는 국내 자본시장과 IB 활성화의 본질적인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증권사의 과점화를 양산해 투자은행이 반드시 갖춰야할 창의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IB의 신용공여업무 허용안과 관련해서 “이미 신용공여업무가 가능한 증권사가 문제가 된 경우가 있다”며 “우리투자증권과 종금 시절 동양증권의 경우 신용공여업무 과정에서 자기자본을 잘못 쓰는 바람에 PF부실 사태 등이 불거진 바 있다”고 꼬집었다.

신용공여업무란 증권사과 고객에게 자금을 융자하거나 유가증권을 대여해주는 업무를 말한다.

서 이사는 또 “자본시장과 IB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인프라 확보가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자기자본이 풍부한 중국, 일본 증권사들이 글로벌 IB로 성장하지 못 한 것은 국가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최자는 공천 탈락…‘식물국회’서 공염불만

이날 토론회에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등 금융유관기관장들과 삼성증권 김석 사장, KDB대우증권 임기영 사장, 우리투자증권 황성호 사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최방길 사장 등 업계 고위 관계자와 임직원 등 500여명이 운집해 성황을 이뤘다.

   
13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장에서 열린 '자본시장 개혁을 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 정책 토론회'를 마치고 패널 토론자들과 토론회를 주최한 이사철 의원,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는 법률안 통과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참석률이 극히 저조해 '반쪽 정책토론회'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막상 법안 통과를 좌지우지할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총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여야 공천심사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토론회 주최자인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사철 의원의 공천 탈락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같은 당 이성헌 의원, 김용태 의원도 토론회가 미처 끝나기 전에 자리를 떴다.

참석이 예정돼 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 허태열 의원 등은 외부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개정안 반대 의사를 밝혔던 야당 의원들도 전혀 참석하지 않아 국회에서 열린 ‘금융 세미나’에 불과했다. 개정안을 진두지휘했던 김석동 금융위원장마저 중간에 자리를 떴다.

한편 패널 토론자로 나설 예정이었던 김용태 의원은 토론장을 떠나기 전 송구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 의원은 “이번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사실 다음 달 15일에 국회가 열릴 턱이 없을 것 같다”며 “지금 이사철 의원도 저도 목숨이 남아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