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성철스님이 경남 창원 성주사라는 절을 찾았을 때다. 법당 위에 ‘법당 중창 시주 윤아무개’라고 쓴 간판을 보곤, 내심 그 신도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신도가 찾아오자 성철스님이 한마디 했다.
“소문에 당신의 신심이 퍽 깊다고 칭찬이 자자하더라. 또 법당 위 간판을 보고 당신 신심이 어느 정돈지 알게 됐다. 그런데 간판 위치가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다. 간판이란 모름지기 남들 많이 보라고 만드는 건데 이 산중에 붙여 놔 봐야 몇 명이나 보겠느냐. 차라리 떼어다 마산역 광장에 붙이자. 그러면 여러 명이 보고 ‘아무개가 법당 고쳤네’라고 선전될 게 아닌가.”
얼굴이 벌게진 신도는 얼른 제 손으로 간판을 떼 절 아궁이에 넣어버렸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본문 中)
롯데그룹 동반성장 실적이 빠짐없이 나열돼 있는 책자. |
지난 8일 오전 롯데그룹 홍보팀에서 한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내용인 즉, 롯데그룹이 ‘국내기업 최초’로 동반성장 보고서를 발간했다는 것이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책에는 지난해 롯데그룹이 추진해온 동반성장 5대 과제와 그에 따른 각 계열사 실적까지 빠짐없이 실려 있다.
롯데의 ‘자화자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계열사별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이행 현황에 대해서도 장황하게 설명돼 있다. 여기에 아직 실천하지도 않은 3년 뒤 로드맵까지 공개했다. 시주도 하기 전 법당에 간판부터 먼저 걸어놓은 모양새다.
롯데그룹의 선행을 폄하하자는 게 아니다. 물론,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중소기업과 상생의 길을 선택한 롯데의 행동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구구절절 자신이 해온 일에 대해 책까지 내가며 ‘광고’할 필요는 없어 보여 하는 말이다.
산업부 박지영 기자 |
예부터 ‘선을 베풀 때는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말라’고 했다. 자화자찬도 정도껏 해야 욕을 먹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