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자식은 모두 사랑스럽고 그걸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도 표현합니다. 하지만 더 예쁘고 덜 예쁘고의 문제는 아니더라도, 막상 애들을 키워보면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는, 알아서 잘 하는 애가 있는가 하면 골치를 아프게 하거나 걱정을 시키는 자식이 있는 그런 차이는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는 여러 모로 비교가 되는 자식일 텐데요. 외동 키우는 회사(전업계 카드사) 말고, 이 두 자식을 모두 거느리고 있는 은행계 카드, 그 중에서도 외환은행(004940)의 이야기입니다.
신임 행장 체제와 신용&체크카드가 무슨 상관이길래 이야기가 그쪽으로 샜냐구요. 이번 이벤트는 기존고객 관리보다는 신규고객 창출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이번 이벤트는 기존 고객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함과 동시에 최근 대주주 변동과정에서 떠나갔던 고객을 다시 되찾고 신규고객 유치를 위한 고객기반 확대를 위한 특별 이벤트”라는 외환은행 관계자의 설명대로, 실제 이벤트 내용은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 외화예금이나 카드, 기업금융 등에서 안정적으로 길게 갈 신규고객을 끌어당기려는 속내를 굳이 숨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벤트 추첨 대상인 신규고객 중 카드 부문을 보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새롭게 만드는 고객에게 맞추면서, 결제 계좌를 외환은행으로 하도록(일석이조를 노림) 하고 있고, 또 한편, 기존 신용카드 고객이 체크카드 신규를 하는 경우는 이벤트 대상 제외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신용구매 잘 지르던 고객이 잔고 이내에서 체크카드로 결제하는 습관이 붙는 건 싫다는 거겠지요.
어쩌니 저쩌니 해도 신용카드가 분명 체크카드보다는 장사가 된다는, 적나라한 심리가 드러난 대목 아닐까요? 그리고 막상 이렇게 외환은행의 속내를 들여다 보노라니, 당국이 체크카드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둘러싼 금융권 바깥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카드 세계에 대한 인식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KB국민카드(105560) 최기의 사장이 당국을 겨냥해 항의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지만, 신용카드 혜택 축소에 관해서는 카드사들이 경영난에 빠질 지경이다, 가맹점 수수류율 인하 압박 때문에 수익 감소분이 커져 어쩔 수 없이 부가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업계의 변명에 어느 정도 소비자들도 공감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혜택이 절반 이상 줄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임에도 그런대로 불만을 삭히고 있었던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외환카드도 오는 9월부터 무이자 할부시 마일리지를 제공하지 않고, ‘YES OK Saver 카드’는 OK캐시백 포인트 적립 기준에서 전국 주유소와 3대 마트, 통신요금 사용액을 제외키로 했습니다).
더욱이,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 쪽으로 유도를 하려는 시류에 부응해 은행계 카드들은 하이브리드 카드(일정 규모는 체크카드로 결제가 되고, 그 이상부터는 신용카드로 전환되어 구매가 되는)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반면 전업계 카드사들은 고민이라는 인식도 형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번 외환은행 이벤트에 드러난 은행에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바라보는 속내를 보노라니, 신용카드 장사가 여전히 할 만하고, 여전히 남는 장사라는 것 같습니다. 즉, ‘수수료 논란으로 요율 인하가 불가피하고 카드 대출, 발급이나 한도를 억제하는 총량규제, 그리고 체크카드 활성화로 신용카드 이익은 확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은 빗나갔으니 그런 동정적 시각을 배제하고 신용카드 분야를 당국이 속된 말로 더 족쳐도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또 이렇게 적극적으로 카드 공세를 펴고 있는 데에 일말의 불안감도 듭니다. 이번 이벤트는 외환은행이 모기업이 된 하나금융 측의 마인드, 신임 행장 출신에 따라 근래 기업은행 (024110)식의 저돌성 등을 다각도로 수혈 받은 결과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미 외환은행은 카드 영업에 있어 은행계 카드이자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저력을 보여 왔습니다.
그런 긍정적 측면 외에도, 영업에 속된 말로 파이팅 정신이 넘친다는 부정적 측면도 없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 6월에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2조에 따라 카드 불법모집을 하다 적발된 경우 모집인에 과태료 처분을 한 일이 있는데요(2010년 법 개정 이후 첫 사례), 외환은행은 이때 롯데카드 4명, 삼성카드(029780) 3명과 우리은행(053000) 2명에 이어 신한카드(055550)와 같은 적발 규모(1명)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명이라니 적은 것 같지만, 시장 점유율 크기에서 신한카드가 23%,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등이 10%대인 데 비해 외환카드는 3.20%, 이와 대체로 비례해 영업조직 규모가 타사에 비해 외환 측이 상대적으로 작은 점, 그리고 그럼에도 불법의 크기나 적극성을 감안해 보면 파이팅 정신이 넘친다, 과열로 달려갈 소지가 잠재돼 있다는 풀이도 가능해 보입니다.
더군다나,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은 카드 부문만큼은 빨리 떼어내 통합하자고까지 발언한 바 있고, 하나SK카드의 시장점유율은 5.39%, 외환카드는 3.20%인 터에 이들이 통합될 경우 9%의 시장점유율로 단번에 롯데카드(7.50%)를 제치고 업계 2위권의 턱밑까지 도달한다는 문제도 겹쳐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이벤트는 그런 맥락에서 여러 외환은행의 영업 부문에서 고객 창출을 노리는 중에 카드 쪽도 구색 맞추기로 끼워 넣었다기 보다는, 외환은행이 신용카드 분야가 정말 돈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그래서 당국이 압력을 행사해 카드사간 과열 경쟁을 지양토록 하는 데에 불구하고 상당한 야심을 갖고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 일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과거 전례 등도 감안해 볼 때에 ‘5년 독립경영 후 하나와의 완전 통합’ 이전에도 언제든 외환은행 카드 부문은 타사와 적극적으로 이전투구를 할 수 있고 실제로 ‘발톱 갈기’를 이렇게 틈나는 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이벤트는 상당히 불편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