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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⑯] 박찬선의 이론조론(理論造論)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와 프리미엄 시장

박찬선 부사장 기자  2012.03.13 07: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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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시장(市場)에서는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이론이나 현상으로 검증된 공공연한 사실이 많이 있다. 그러한 사실 중 하나가 “물건 값이 비쌀수록 잘 팔린다”라는 말이다. 백화점 판매원의 실수로 가격표에 ‘0’을 한자리 더 붙였더니 오히려 물건이 잘 팔렸다는 웃지 못할 비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이다.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비싼 물건을 단지 그것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사는 과시 지향적 소비가 이에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가격에 관한 한 비쌀수록 좋다고 생각하며 비싼 것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남에게 보여줌으로써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려 하는 소비 성향을 나타내는 것. 그리고 이와 관련된 시장이 바로 ‘프리미엄 시장’이다. 소위 말하는 고가품 시장, 명품시장을 말한다.

명품이나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종종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곤 한다. 특별한 기능적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구성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수 배에서 수십 배의 가격을 지불하고 명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사치이고 허영이라고 하는 입장을 갖는 소비자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조차 가질 수만 있다면 명품을 갖고자 하며,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구매하고 싶다는 태도를 갖는다.

미국의 다우존스(Dow Jones)지표 중, 40여 개의 럭셔리 기업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럭셔리 지수는 2010년 세계적인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44%의 높은 상승률을 보인 바 있다. 또한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적인 경기둔화 탓에 국내외 펀드수익률이 추락했지만 고가사치품에 투자하는 ‘럭셔리펀드’는 오히려 최근 3년 누적수익률이 136%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명품산업의 상승세도 해외에서는 최근의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침체돼 있는데 반해 한국,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위와 같이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일반적인 경제 상식을 거스르며 명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소비자들의 제품구매가 ‘필요에 의한 구매’가 아니라 ‘욕구에 의한 구매’라는 것과 관계가 있다. 명품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이 보다 가치 있게 느껴지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소비를 일으키는 중요한 동인(Motive)이 되는 것이다.

사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소비를 어린 시절부터 교육 받았고 널리 알려진 매슬로우(Maslow)의 욕구이론으로 봐서도 지금과 같은 불황기 속에서 명품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쩌면 더 이상 사치와 허영이라는 관점에서 명품산업과 프리미엄 시장을 이해하려고 해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결정되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는 과거의 전통적인 경제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비자 욕구를 이해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넥서스커뮤니티 박찬선 부사장
명품을 통해 얻게 되는 남과 다르다는 자부심, 대우받고 존중 받는다는 기분, 멋진 경험… 어쩌면 이러한 것이 현대사회를 사는 소비자들의 공허함과 불안함을 달래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이다.

이제 프리미엄 시장은 명품을 대중화(McLuxury)하거나 명품을 더욱 명품화하여 차별화하는 위버럭셔리 (Uber-Luxury) 시장으로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이 흔들리며 어디로 움직일지 알 수가 없다. 또한 교육시키거나 비난할 대상 또한 아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욕구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새로운 시장기회를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자 지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