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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말끝에 ‘~요’ 하면 사람이 달라져요

이주아 코치 기자  2012.03.12 14: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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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주로 대화를 통해 인간관계를 맺는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 반듯한 언어습관은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어릴 적부터 좋은 언어습관에 길들여진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행동과 생각에 예의가 배여 있고, 이처럼 ‘예’가 풍기는 사람은 어느 조직, 어느 사회에서나 인정받는다. 그리고 큰 일을 해내는 좋은 인재로 성장하곤 한다.

휴일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집 가까이에 있는 공원에 갔다. 붐비는 많은 이들 속에서, 요즘 보기 드문 3대 가족이 눈에 띄었다. 부부와 어린 아이 둘,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6명의 가족이 함께 휴일 공원 나들이를 즐기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이들 가족과 가까이에 자리를 편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듣게 되었다.

할머니: “이것 좀 먹어봐.”
큰 아이: “안 먹어.”
어머니: “할머니께서 주시는데 그럼 안 되지. 얼른 먹고 놀아.”
큰 아이: “안 먹어. 그냥 놀 거야.”
 
2시간쯤 지난 뒤 쌀쌀한 날씨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집에 들어가고 싶다’는 얘기를 애들 어머니에게 건넸고, 어머니는 아이와 놀고 있는 애들 아빠를 불러 들였다.

아버지: “이제 많이 놀았으니 집에 가자.”
아이들: “집에 안~가” “집에 가기 싫어. 싫단 말이야.”

아이들은 울며불며 반말로 떼를 쓰기 시작했다. 어른들은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민망한 듯 아이들을 들쳐 업고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필자는 빠른 걸음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를 뜨는 가족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왜 저 가족의 어른들은 아이의 감정이나 생각을 들으려 하지 않는 걸까? 아이가 반말을 하는데도 왜 올바른 언어를 가르치지 않는 걸까? 아이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좋은 언어 습관을 길러줘야 할텐데….’

필자는 늦둥이로 이 세상에 겨우 태어났다. 함께 살고 있는 ‘내편’(‘남편’이라고 하면 남의 편을 드는 사람인 것 같아서 필자는 남편을 ‘내편’이라고 부른다.)도 여덟째 중 막내로 태어났다. 둘은 형제자매들에게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쓰면서 자랐다는 흔치 않은 공통점이 있다.

지인 소개로 만난 둘은 결혼을 하고도 서로 말을 놓지 못해서 결국 존댓말을 쓰면서 살았다. 아이가 태어나 말을 시작하면서 아이에게도 당연히 ‘~요’ 하는 습관으로 말했다. 아이가 자라 문장으로 말 할 때쯤 물을 달라는 뜻으로 “물”이라고 하면, “물 주세요”라고 해라며 하나 하나 언어 습관을 들였다.

친하게 지내는 한 회사의 여성 간부는 언제나 큰딸의 말투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했다. 아이의 반말과 거친 말투를 들을 때마다 신경이 거슬려 아이에게 언제나 소리를 버럭 지르게 된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근데 가만 들어보면 이 간부의 말투와 큰딸의 말투는 거의 비슷했다. 모녀가 비슷하게 반말을 주고받으며 거칠게 대화를 하다 보면 결국엔 큰딸이 울면서 밖으로 나가버린다고 했다.

필자도 결혼 후 여러 해가 지나면서 ‘언어 방심’의 시기를 짧게 겪었다. 언젠가 필자가 아이에게 “밥 먹어” 했더니 아이로부터 돌아오는 답은 “안 먹어”였다. 

아이의 반응에 적잖이 놀란 필자는 “밥 먹어요”로 바로 바꿔 말했고, 이내 아이도 “안 먹을래요. 간식 많이 먹어서 배 안 고파요”라고 했다. 부모님과 어르신들의 언어 습관은 곧바로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모녀, 부자, 부부 등은 대화를 하다가 의견의 충돌이 일어날 때 반말로 싸우면 대부분 감정이 격해져 서로에게 상처를 주곤 한다. 대화가 반말로 시작되면 표현이 과격해질 수 있고, 결국 할 말 못 할 말 다 하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필자 부부는 신혼 때부터 지금까지 의견충돌이 일어나면 반말로 싸우지 않는다. 말끝마다 ‘~요’를 붙인다. “귀가 시간이 너무 늦잖아요”라고 하면 귀여워 피식 웃게 되고, 결국 싸움은 금방 종료된다. 서로에게 감정 상하는 일도 없다.

감정이 격해지는 위기에 순간 ‘~요’를 붙여 보자. 끝말이 자연스럽게 내려오면서 감정도 함께 차분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먼저, 부모의 바르고 고운 언어 사용 실천을 통해 아이들도 함께 바른 언어를 구사하며 예를 갖춘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가족을 먼저 존중해 주는 아름다운 대한민국, 웃음 꽃 피는 가족의 대화를 꿈꿔 본다.

이주아 한국코치협회인증 전문코치 / 부모코칭 전문가 / 소통과 감성 코칭연구소 소장